[스포츠서울 | 축구팀] 투타를 겸하는 메이저리그의 오타니 쇼헤이(30·로스엔젤레스 다저스)는 ‘이도류’의 대표 주자다. 앞으로 K리그에서는 허율(23·광주FC)이 공수를 겸하는 이도류 플레이어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스포츠서울은 ‘하나은행 K리그1 2024’ 11라운드 ‘플레이어 오브 더 라운드(Player Of The Round·POTR)’에 허율을 선정했다.

허율은 6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 홈 경기에서 1-1로 균형을 이루던 후반 41분 결승골을 터뜨리며 광주의 2-1 승리 및 2연승을 이끌었다. 허율의 활약으로 광주는 6연패 뒤 연승에 올라타며 8위까지 도약했다.

허율은 후반 36분 이건희를 대신해 스트라이커로 들어갔다. 투입 5분 만에 오른쪽 측면에서 가브리엘이 올린 크로스를 정확한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시즌 마수걸이 득점이다.

의미가 크다. 허율은 최근 센터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미래를 위한 이정효 감독의 추천이 원동력이 됐다. 광주 산하 유스팀 금호고 출신의 허율은 고교 시절 대형 스트라이커 자원으로 주목받았다. 192㎝의 장신에 속도와 기술을 보유, 김신욱 이상의 장신 공격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큰 기대 속 2021년 프로 입단한 허율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첫 시즌엔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고, 2부 리그에서 보낸 2022년에는 6골4도움을 기록했다. 1부 리그에 본격적으로 도전한 지난해에는 3골3도움을 기록했으나 인상적인 활약은 아니었다. 올해도 이건희와 주전 경쟁에서 밀려 교체 출전도 쉽지 않았다.

이 감독이 센터백 변신을 추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감독은 “이제 율이도 어린 나이가 아니다. 22세 이하 자원이 아니기에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 냉정하게 성장 속도, 활약을 볼 때 스트라이커로 뛰기 쉽지 않았다고 봤다”면서 “센터백이 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고 봤다. 장신에 속도, 왼발잡이라는 장점이 있다. 성공하면 대표 선수로도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 훈련을 시켜보니 괜찮게 하더라”라고 말했다.

허율도 이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어린 나이가 아닌 만큼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센터백으로 변신했다.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해 도태되는 것보다 새로운 도전을 통해 또 다른 미래를 그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다. 지난달 27일 수원FC와 경기에서 센터백으로 선발 출전해 준수한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일단 센터백으로 투입되나 이 감독은 상황에 따라 허율을 스트라이커로도 활용할 전망이다. 팀이 뒤지고 있을 때, 골이 필요한 시점에는 허율을 최전방으로 올린다는 계산이다. 허율이 광주의 새로운 히든카드, 비밀병기가 되는 셈이다.

이 감독은 “율이가 잘 정착하면 개인에게도, 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잘 적응해서 좋은 선택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