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동차 담당 기자가 된 후, 주변에서 가장 많이 문의받은 차는 벤츠나 BMW가 아니다. 국민차로 불리는 그랜저, 소타나도 아니다. 차가 어떤지 가장 많은 물어본 차는 카니발이었다. 외제고급차와 국내산 국민차도 아닌 패밀리카의 대명사 카니발, 그것도 콕 찍어서 카니발 하이브리드(HEV)였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카니발의 가용범위가 매우 넓기 때문이다. 주종목인 패밀리카의 용도뿐 아니라 업무용, 의전용, 임원용 차로 많이 사용되며 연예인과 정치인도 즐겨탄다.

기아는 그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 지난연말 카니발 1.6리터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았다. 외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을 적용하며 더 세련미를 갖췄다. 특히 하이브리드 장착으로 연비가 매력적이다.

시승을 위해 마주한 카니발 하이브리드(HEV)는 대형차답게, 첫 느낌은 “크다”로 다가왔다. 길이 5155mm에 전폭 1995mm이다. 전고도 1785mm로 가솔린/디젤 모델에 비해 10mm 높아졌다.

덕분에 실내는 넉넉하다. 9인승의 경우, 고속도로 버스전용 차로를 탈 수 있다. 의자는 1열부터 3열까지는 2좌석이고 맨 뒤의 4열을 세우면 3명이 더 탈 수 있다.

운전해 보니, 승차감은 좋다. 묵직하고 매끄럽다. 다만 2톤이 넘는 공차중량으로 가속시 힘을 모으는 시간이 살짝 필요하다. 또한 감속 시엔 여유 있게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지만, 운전하는 데 지장은 없다. 덩치에 비해 순발력 있게 반응하기에 무겁다거나 밀린다는 느낌은 거의 없다.

고속도로에서 100km대까지 순간 가속했는데, 힘이 달리지 않고 치고 나간다. 카니발 HEV는 1.6L 가솔린 터보 엔진에 전기모터와 결합한 하이브리드로 최고 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7kg·m의 퍼포먼스를 보인다. 여기에 53Kw 전기모터의 힘까지 더하면 최고 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37.4kg·m까지 나온다

승차감보다 인상적인 건 운전 보조장치다. 카니발은 차량 사이즈 때문에 큰 차 운전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조작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E-라이드(차량흔들림 감소), E핸들링(조향응답성과 선회안정성 증대), E-EHA(Electrically Evasive Handling Assist.회피능력상승), 후방주차 및 교차 충돌방지 등 각종 장치가 운전을 돕는다.

특히 차로유지보조 기능이 유용했다. 이 기능은 차량이 차선을 벗어나지 않고 도로 가운데로 달리게 지원한다. 특히 시야가 떨어지는 야간이나 착시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터널에서 차량이 차선을 이탈하지 않게 해준다. 그리고 이 기능은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도심보다 고속도로 운전에 도움이 됐다.

그렇다고 차에 마냥 맡기면 안 된다.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떼면, 핸들을 잡으라는 경고가 뜬다. 한 손으로만 핸들을 잡아도 경고는 울린다. 운전자가 두 손으로 각각 열시와 두시 방향으로 핸들을 잡아야 경고는 멈춘다.

그외 뜻밖의 세밀함도 운전을 즐겁게 해준다. 공기순환을 외기로 하고 달리는데, 터널 직전 내기순환으로 자동 전환한다. 그러면서 계기판에 ‘쾌적한 환경을 위해 외부의 공기 유입을 차단한다’는 친절한 설명이 반짝인다. 앞차가 출발하면 알려주는 기능은 기본이다

카니발 HEV의 장점은 무엇보다 연비다. 공식연비의 경우 복합연비 13.5km/L, 도심연비 14km/L, 고속도로 연비 12.9km/L다.

우선 차가 막히는 금요일 오전, 서울 시내를 1시간 동안 16km 주행했다. 종로에서 송파까지 운전했는데, 계기판에 연비 14.6km/L가 찍혔다. 이는 공식 도심연비(14km/L)와 유사한 수치다.

고속도로에서는 5인 탑승후 에코모드에 에어컨을 1단으로 켜고 1시간 21분 동안 79.9km를 달렸다. 달리는 동안 시속 100km대 전후로 주행했는데, 계기판에 연비 16km/L가 찍혔다. 카니발 하이브리드의 76리터 탱크를 가득채운 뒤, 리터당 16km를 달리는 거로 단순 계산하면 1152km 주행이 가능하다.

카니발 HEV의 판매가격은 9인승 3925만원, 7인승 4619만원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