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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선우기자]배우 유태오가 코로나 팬데믹의 위기를 극복하고 ‘감독 유태오’로 재탄생했다.

유태오는 1일 개봉한 영화 ‘로그 인 벨지움’으로 감독 데뷔에 성공했다. ‘로그 인 벨지움’은 팬데믹 선포로 벨기에 앤트워프 낯선 호텔에 고립된 배우 유태오가 영화라는 감수성이 통한 가상의 세계에서 찾은 진짜 유태오의 오프 더 레코드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벨기에로 작품 촬영을 갔다 갑작스레 마주한 코로나 팬데믹에 모두가 당황할 법 하지만, 유태오는 생존 전략으로 ‘기록’을 택한 것. 그는 자신의 일상을 스마트폰에 담아 나름의 자구책을 찾았다. 유태오는 “처음부터 극장에 틀려고 만든 건 아니다. 내 정신줄을 놓치지 않으려고 외로워서 일상 기록을 시작한 거였다”라며 “해외에서 돌아오고 나서 간략한 편집본을 주변 친구들에게 보여줬고, 한국 촬영 분량을 늘렸다. 다행히 마무리 작업까지 할 수 있었다. 영화로 개봉하게 됐는데 많이 쑥스럽다(웃음). 아직 스스로는 감독처럼 느껴지지 않고 에세이를 영상으로 담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실을 바탕으로 상상을 넣어서 스마트폰을 통해 속마음을 표현한 영화다. 관심 많이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며 “혼자 고립한 상황에서 갑자기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됐다. 그 경험으로 인해 감독 데뷔를 하게 됐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배우로서 연기에 관한 접근과 상상력을 좀 더 키워준거 같다. 연출이라는 부분은 그전까진 생각도 못했다. 직접 해보니 가장 어려운 점은 한번에 여러가지 역할을 해야하더라”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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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 받는 유태오는 끊임없이 해외 작품도 노크하고 있다. 때문에 셀프 테이프를 촬영하기 위한 미니 조명과 삼각대도 늘 소지한다. 그는 “덕분에 촬영을 할 때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실제로 그 촬영을 하는 도중에 다른 오디션 테이프도 매니저도 없이 스스로 찍어서 보내기도 했다. 영화도 스마트폰으로 찍었는데 그땐 기록할 수 있는게 그거밖에 없었다. 화질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유태오가 ‘로그 인 벨지움’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건 무엇일까. 그는 ‘희망과 소망’을 꼽으며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립되고 뭔가 못할거 같은 상황에서 자기 의지만 가지고 열심히 하면 뭔가 해낼 수 있다는 그런 영화인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감독 유태오의 다음 스텝도 궁금해진다. 그는 “평소에 워낙 스토리텔링을 좋아한다. 배우라는 직업도 스토리텔링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배우 커리어에 집중 할 거지만 때가 오면 여러 방식으로 풀어나가고 싶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이어 유태오는 “프로듀서로 참여한 아내 니키리부터 흔쾌히 출연에도 응답해준 절친한 천우희, 이제훈까지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며 “그동안 힘든 시간들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게 지금의 나를 만든 거 같다. 앞으로도 배우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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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엣나인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