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허삼영 감독 \'잘했어\'
삼성 박해민이 지난 4월 8일 잠실 두산 전에서 홈런을 친 후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 최민우 기자] 올해 삼성은 왕조 재건의 기틀을 닦았다. 그러나 시즌이 종료된 후 위기가 찾아왔다. 핵심 선수 다수가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나왔다. 이들의 잔류를 이끌어 새로운 왕조를 구축할 수 있을까.

삼성은 올해 오랜 암흑기를 청산했다. 2015년 한국시리즈(KS)에서 두산에 패한 뒤, 줄곧 내리막을 걸었다. 2010년부터 6년 연속 KS 진출, 2011~2014년까지 4시즌연속 통합우승 대업을 달성하며 ‘삼성 왕조’를 구축했지만, 2016시즌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 원인은 분명했다. 삼성의 운영권이 제일기획으로 이관되면서 구단 운영 기조가 달라졌다. 과거 FA 영입에도 적극적이었던 삼성이었으나, 집토끼 단속에도 실패하면서 선수 이탈을 바라만 봐야 했다.

주축 선수들이 떠나버리니 좋은 성적을 내는 건 어려웠다. 2015년 거포 3루수 박석민이 NC로 떠났고, 2016년 최형우가 KIA 유니폼을 입었다. 여기에 리그 정상급 왼손 투수 차우찬도 LG로 향했다. 이보다 앞서 오승환 배영수 권혁 등 주축 선수들이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오랜 시간 상위권을 유지한 탓에 새로운 얼굴들을 발굴해내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웠다. 피할 수 없는 리빌딩 기간을 거친 삼성은 하위권을 전전했다. 2016~2017년까지 9위, 2018년 6위, 2019~2020년 8위에 머물었다.

[포토] 강민호 \'우승을 부르는 미소\'
삼성 강민호.대구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그러나 2021시즌 재도약에 성공했다. 과거 영광에는 못미치지만 짜임새 있는 타순을 구축했고, 마운드도 재정비를 마쳤다. 탄탄한 선발진을 구축은 물론 불펜 투수들도 가용자원이 풍성해졌다. 특히 원태인 최채흥 등 젊은 투수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이들의 성장 배경에는 포수 강민호가 있었다. ‘좋은 포수가 좋은 투수를 만든다’는 격언이 있듯, 강민호는 영건들을 살뜰히 챙기며 비상을 이끌었다. 원태인은 “강민호 선배한테 많이 의지한다”고 했고, 허삼영 감독 역시 “강민호가 투수들과 호흡이 좋다. 신뢰도 두텁다. 수치상 드러나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힘이 존재한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였다. 여기에 주력과 수비에 강점이었던 박해민도 공격 본능을 일깨웠고, 왼손 투수 백정현도 14승(5패)으로 커리어하이를 기록. 삼성의 정규시즌 2위 등극에 힘을 보탰다.

박정현
삼성 백정현. 스포츠서울DB

암흑기에서 벗어나자 위기와 마주한 삼성이다. 강민호 박해민 백정현 등 핵심선수 3명이 FA 시장에 나섰기 때문이다. 포수 품귀 현상을 겪고 있는 KBO리그 특성상,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여기에 FA 등급제에 따라 보상선수가 없는 C등급이라, 타구단이 강민호를 영입했을 때 부담이 적다. 박해민 역시 외야 보강을 원하는 팀들이 다수라, 시장에 나온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에 따라 관심이 집중될 수 있다. 백정현 역시 시장의 관심이 덜하지만, FA 시장 기류는 어제든 바뀔 수 있다.

삼성은 반드시 FA 3총사의 잔류를 이끌어야 한다. 이미 내부 FA 유출이 미친 파장을 겪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오승환은 지난 2일 ‘2021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에서 “FA 선수들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 못잡으면 팀 플레이도 의미없다”며 구단 관계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선수들의 FA 잔류를 이끌어달라고 요청했다. 삼성은 왕조 기틀을 닦은 주역들과 함께 다음 시즌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스토브리그에서 삼성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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