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골 넣은 레오나르도
울산 현대 레오나르도가 지난 3월27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 동해안 더비에서 득점한 뒤 동료와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기자] “주니오가 울산 현대는 정말 우승이 간절하다고 말하더라.”

이 정도면 복덩이가 아닐 수 없다.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 울산의 최전방 고민을 덜어주는 브라질 골잡이 레오나르도(25·브라질) 얘기다. 그는 2020년 울산에서 K리그1 득점왕을 차지한 동향의 주니오(창춘 야타이)와 인연을 언급하면서 울산이 고대하는 17년 만에 K리그 우승에 힘을 보탤 뜻을 밝혔다.

레오나르도는 19일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주니오는 내가 울산으로 이적한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응원을 보냈다”고 말했다. 둘의 인연은 지난해 레오나르도가 일본 J리그 우라와 레즈를 떠나 산둥 타이산으로 적을 옮기고, 주니오는 울산을 떠나 창춘에 새 둥지를 틀면서 중국 리그에서 만나게 됐다. 같은 브라질 출신으로 가깝게 지냈다.

주니오
울산 현대에서 뛴 주니오(오른쪽). 사진은 2020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당시 김도훈 감독과 감격해하는 모습.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그러다가 레오나르도가 올해 ‘제2 주니오’를 애타게 찾던 울산에 새 외인으로 합류하게 됐다. 그는 “주니오는 울산이 장기간 (리그) 우승하지 못해 매우 간절할 것이라고 얘기하더라. 스스로 간절한 팀 목표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고 말했다.

레오나르도는 전날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13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후반 추가 시간 엄원상의 결승골을 도왔다. 윤일록이 왼쪽 측면에서 머리로 연결한 공을 제주 수비 견제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재차 머리로 떨어뜨려 엄원상의 득점을 끌어냈다. 한국 무대에서 기록한 첫 도움이다. 또 최근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3골 1도움). 올 시즌 그는 리그에서만 11경기를 뛰면서 6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약했나\'
레오나르도가 18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슛한 후 공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공격포인트 순도 자체가 높다. 전북 현대, 포항 스틸러스 등 전통의 라이벌 팀을 상대로 결승골을 꽂았다. 직전 인천 유나이티드와 12라운드에서는 1-2로 뒤진 후반 25분 동점골로 팀을 패배 위기에서 건졌다. 올 시즌 울산은 레오나르도가 공격포인트를 올린 6경기에서 5승1무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복덩이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이유다.

일본 J3, J2 득점왕 출신인 레오나르도는 J1 우라와에서도 두각을 보였다. 다만 지난해 중국에서는 전반기 산둥, 후반기 허베이에서 각각 뛰었으나 실패로 귀결됐다. 참고로 주니오는 한국에서 성공한 뒤 창춘에서도 지난해 리그 두 자릿수 득점(14골·17경기)을 올리며 제 몫을 했다. 레오나르도는 “중국에서는 내가 잘하는 9번이 아닌 섀도 스트라이커로 뛰었다. 골 에어리어 밖에서 많이 움직여야 했는데 내 스타일과 거리가 멀었다”고 말했다.

골 넣고 환호하는 레오나르도
연합뉴스

절치부심한 레오나르도는 올해 울산 임대를 통해 반전 디딤돌을 놓고 있다. 동계 기간 다소 늦게 합류해 자가 격리 기간도 거쳤으나 선수단에 합류했을 때 프로필상 몸무게(70㎏)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개인 훈련을 착실하게 했다. 허베이 시절 사령탑이던 김종부 감독으로부터 한국 축구에 대한 얘기를 들었던 것도 도움이 됐다. 그는 “일본이 볼 소유와 전략에 중점을 둔다면 한국은 좀 더 공격적이고 전술적이며 집중력이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명보 감독을 비롯해 동료가 내 축구스타일로 팀에 기여하도록 이끌어줬다. 그래서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홉 살 연상 아내와 두 아이(아들, 딸) 등 가족이 울산 생활에 만족하며 지내는 것도 커다란 동기부여다. 그는 “아내는 산토스에서 뛸 때 만났다. 버팀목 같은 존재다. 또 아버지 얘기도 하고 싶다. 한국에 온 뒤에도 경기 전,후 늘 통화한다. 힘이 되는, 사랑하는 가족은 선수 생활의 커다란 힘”이라고 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