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효원 기자] ‘40240 독도’(이하 독도소주)를 제조·판매하는 케이알컴퍼니 임진욱 대표(58)는 이색 이력의 소유자다. 중대 사진과를 졸업하고 중앙일간지 사진기자로 시작해 버스회사 사장을 거쳐 소주회사 사장이 됐다. 강원특별자치도 평창에 양조장을 짓고 독도소주를 생산한지 3년. 평창과 서울을 오가며 일하고, 제품 개발부터 배송까지도 마다않는다. 독도를 세계에 알리고 싶어 시작한 소주사업으로 인생 3막을 펼친 임 대표를 평창 독도소주 양조장에서 만났다.

독도소주인데 양조장을 평창에 지은 이유는 무얼까?

-공장을 지을 장소를 찾다 보니 동해바다 근처로 가야 할 것 같았다. 1순위가 울릉도, 포항 쪽이었는데 경북으로 가면 서울에서 오가기 어려웠다. 또 내수뿐 아니라 수출이 목적이었기에 외국인들이 많이 아는 도시인 평창을 선택했다.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열어서 서울 다음으로 외국인에게 많이 알려진 한국의 도시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독도소주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몇 년 전 우연히 독도와인을 접했다. 미국 교포가 나파벨리 와이너리에서 만든 독도와인을 2012년 접하고 구입했다. 독도와인을 사면서 “내가 애국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소주로 브랜드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지금으로 이어졌다.

입소문으로 팔려나가는 신기한 술이다.

-출시 3년 만에 130만 병이 팔렸다. 전통주로 누적 100만병을 판매한 술은 드물다. 우리는 아무런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 오직 소비자들의 입소문만으로 팔렸다는 게 의미 있다. 독도소주는 초순수로 정수한 물에 울릉도 해저 1500m에서 추출한 미네랄을 넣어 만든다. 출시일도 3월 1일이다. 그런 점들이 소비자에게 잘 전달된 것 같다.

소주를 만들기 전에는 버스 회사 사장으로 타요버스, 돌출번호판, 버스에 소녀상 설치 등으로 화제를 모았다.

-가업(家業)인 버스 회사(동아운수)를 물려받아 운영했었다. 그때 이미 우리 버스에 799-805 당시 독도우편번호를 써 붙이고 운행했다. 사람들이 보고 저 숫자가 뭘까 궁금해하다가 검색해보고 독도 우편번호라는 걸 알게 되고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했다. 소녀상도 마찬가지다. 2017년 세계 위안부의 날을 기념해 아픈 역사를 일깨우고 싶어 버스에 설치했다. 만화 캐릭터를 입힌 타요버스, 버스가 도착하면 번호판이 나오는 돌출번호판도 내가 개발했다.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을 하는 게 즐거웠다.

독도를 마케팅에 이용한다는 의혹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이 내가 독도를 팔아서 장사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어느 날 갑자기 독도소주를 만든 게 아니다. 그동안 꾸준히 역사에 관심을 가져왔고 그게 자연스럽게 독도소주로 이어졌다. 독도소주가 내 인생의 마지막 콘서트라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다는 게 나에게는 중요하다. 일본이 패망하고 대한민국이 광복된 게 1945년이지 않나. 그래서 45도 증류식 소주를 개발하려고 연구 중이다. 그런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가는 게 보람이다.

요즘 MZ세대들 사이에 일본 위스키가 대유행이다. 이런 현상을 보면 어떤가.

-안타깝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금 일본에 가서 이것저것 많이 산다. 위스키는 우리나라 위스키가 제대로 없다는 이유로 많이들 사 온다. 그래서 우리도 위스키를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다. 위스키 원료가 밀, 옥수수, 보리 같은 건데 증류했을 때 투명한 색이다. 위스키는 오크통에 넣어 색과 향을 입힌 거다. 소주 원액으로 다양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더 좋은 쌀 위스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독도소주가 해외에서 반응이 좋다고 들었다.

-지난달 미국에 수출돼 한식당이나 아시안마켓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현지 반응이 좋다. 독도를 세계에 알리려는 목적으로 시작한 사업이니만큼 올해는 더욱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에 힘쓸 생각이다. 호주, 캐나다, 프랑스, 홍콩, 인도네시아 등과도 수출을 협의 중이다.

독도와 관련된 상품이 많이 나와야 하는 이유는 뭘까?

-대한민국 대통령 중에 공식적으로 독도를 방문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공식방문하면 독도 문제가 국제적 논쟁거리로 떠오른다. 따라서 독도는 국민 개개인이 관심을 가지고 자꾸 얘기해야 한다. 내가 독도소주를 만든는 이유도 우리가 끊임없이 관심을 좀 갖자는 의미다. 소주라는 게 사람들이 모여 마시는 경우가 많으니, 여럿이 모였을 때 잠깐이라도 독도의 의미를 되새기면 좋겠다. 또 소주뿐 아니라 생활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물건에 독도 제품이 계속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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