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태형 기자]배리어프리(Barrier Free). 장벽과 자유를 합성한 단어다. 사회적 약자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이다. K콘텐츠가 국경을 넘나들며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장애인 팬들이 온전히 즐기기에 벽이 높은 게 현실이다. ‘스포츠서울’은 제 44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팬, 관객, 시청자들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방법과 여전히 부족한 여건을 짚었다.

◇ 장애인 방송과 특집 프로그램 실시하는 지상파 방송사들

지상파 방송사들은 폐쇄자막, 화면해설, 한국어 수어 방송 등 장애인 방송을 제공하고 있다.

SBS는 100% 폐쇄자막(청각 장애인을 위해 실시간으로 모든 음성 내용을 문자로 방송해 주는 서비스. 시청자가 시청을 원하는 경우에만 화면에 문자가 나타난다) 방송 및 일부 예능, 다큐, 드라마에 음성으로 화면을 해설하는 화면해설 방송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메인뉴스에서도 수어 방송을 실시하고 있으며 보도 프로그램 속보, 기자회견, 생중계 연결 시 수어 통역사를 화면에 배치하고 있다.

KBS는 뉴스 프로그램 및 1TV ‘사랑의 가족’ 수어 방송을 진행 중이다. ‘사랑의 가족’은 정규 편성된 지상파 유일의 장애인 전문 프로그램이다. 아울러 지상파 3사 중 유일하게 장애인 앵커가 근무 중이다. 지난해 3월 KBS뉴스 발탁된 제 7기 장애인 앵커 허우령 씨다. 현재 허우령 앵커는 KBS뉴스12에서 ‘생활뉴스’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MB 역시 뉴스에 수어 통역사를 배치했다.

장애인의 날 특집 방송도 마련됐다. KBS라디오와 1TV는 18일 11시부터 ‘제44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을 중계했다. 이날 특집 다큐 ‘내일을 위한 시간’은 수어방송으로 전파를 탔다.

19일에는 특집 드라마 ‘자전거는 두 바퀴로 달린다’, 20일에는 특집 다큐 ‘휠체어, 나무에 오르다’를 화면해설 방송으로 선보인다. 20일에도 ‘장애인과 함께 하는 국악한마당’이 방송된다.

MBC는 지난 16일 발달장애인 핸드볼 팀의 이야기를 다룬 ‘운명처럼 핸드볼’이 방송된데 이어 19일에는 ‘봄날의 기적’을 선보인다. ‘봄날의 기적’은 저소득가정 장애인들이 적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후원을 통해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2018년에 시작해 올해로 6회째를 맞이했다. 하하, 별 부부가 2년 연속 MC를 맡았다.

20일과 27일에는 장애인식 개선 특집‘대한민국 자폐가족 표류기’가 방송된다. 각기 다른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5인의 아동과 그 가족들이 겪는 현실적 문제를 진단하고 함께 대안을 찾는 프로그램이다.

◇ 방송사들은 권익 신경쓰고 있다지만…장애인 시청자들 여전히불편 호소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발표한 ‘2023년도 장애인 방송 제공의무 이행실적’에 따르면, 장애인 방송 제공의무 대상사업자 108개사 모두 화면해설 및 한국 수어 편성의무를 준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폐쇄자막 방송의 경우 108개 사업자 중 92개 사업자가 편성의무를 달성했다. 16개 사업자가 편성의무를 미달성하였으나 대부분 송출장비의 일시적 장애, 폐쇄자막 담당자의 부주의 등 단순 실수였다.

방통위는 “장애인 방송 편성의무를 미달성한 사업자에게는 향후 장애인 방송 편성의무 이행을 준수하도록 행정지도를 실시하고 장애인 방송 제작지원 예산편성 시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송사들은 장애인 시청자들의 권익을 신경 쓰고 있지만 시청 당사자들은 아직 현실적으로 개선할 부분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포츠서울’과 인터뷰를 나눈 청각장애인 A씨는 “수어 통역 영상이 너무 작아서 보기 어렵다”며 “화면 분할을 5대5 정도로 하면 보기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에서는 화면 분할을 5대5로 해서 보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조절해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청각장애인 B씨는 자막 방송에 대해 “글자가 흰색이다 보니까 두 사람이 대화하는 장면에서 구분되지 않는다. 누가 말을 하고 있는지 사람마다 글자색을 바꿔주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수어 방송에 대해서도 “수어 통역사는 보통 한 명이 나오는데 대화 장면을 구분할 수 있게 두 명이 나오는 게 어떨까. 한 사람이 수어 통역을 하다 보니까 사람을 구별하는 게 헷갈린다”고 말했다.

C씨는 “수어 통역사의 소통 전달력이 떨어진다”며 “통역사의 수어 능력이 의심될 때도 있다. 수어 능력을 검수하고 수어 통역사를 선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장애인의 날 특집 프로그램은 대개 오후 시간대에 편성된다. 이 때문에 시청 접근성에 대한 문제가 나온다. A씨와 B씨 모두 “직장생활을 하는 분들은 시청이 불편할 수 있다”며 “밤 시간대에 프로그램이 편성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봉관 서대문수어통역센터장은 “장애인 특집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오후에 낮 시간대 편성되면서 장애인 당사자들의 실질적인 시청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 방송이 시작된 지 몇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불편한 점이 많다. 일반 디지털 TV의 경우 자막설정을 하기 위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수어방송도 작은 원안에서 나오는 수어 부분을 조정하기 힘들다. 시·청각장애인용 TV를 별도로 구입하지 않은 경우, 방송 시청이 어렵고 불편한 부분이 있다. 이런 점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tha93@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