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질문에 난감해 하는 박태환 [SS포토]
박태환이 23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인천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인천=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아시안게임 전에 내 기록을 넘고 싶다.”

한국 나이로 어느 덧 30을 바라보고 있으나 박태환(28·인천광역시청)의 꿈은 어릴 때와 똑같다. 개인 기록 경신, 더 나아가 자신이 한 번도 세우지 못했던 세계신기록 달성이다. 박태환은 “세계선수권이든 아시안게임이든 2년 안에 내 기록을 넘어서고 싶다”고 밝힌 뒤 “내 수영 인생에서 꿈꾸는 게 세계기록이기 때문에 거기에 도전하는 자세로 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태환은 이날 인천 남동구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올해 첫 공식 훈련을 소화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2017년 각오를 전했다. 박태환은 올해 7월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뒤 내년 10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준비할 계획이다. 그는 “난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고, (도핑)문제로 메달이 없어졌다”며 3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의 악몽을 떠올린 뒤 “그래서 내년 아시안게임을 잘 하고 싶다. 세계선수권은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임할 것이다. 아시안게임 출발 때 행복과 자신감이 넘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홀로 훈련 중인 그는 조만간 해외 전훈을 떠날 예정이다.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이 올해 7월 열리는 만큼 유럽에서의 훈련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오길 바라는 좋은 일을 구체적으로 밝힌다면.

세계선수권이 있다. 내게도 좋은 소식 전해줄 수 있는 대회가 되길 바란다. 작년엔 안 좋은 일, 힘든 일도 있었으나 마무리 시점에서 굉장히 좋은 소식(아시아선수권 4관왕, 쇼트코스 세계선수권 3관왕)을 받았다. 올해는 훈련 시점부터 마음이 가볍다. 세계선수권에서 어떤 종목을 나가고 어떤 훈련을 하는가에 대해선 고민 중이다.

-국내에선 혼자 훈련하는 것 같은데.

한국에선 몸을 풀고 있다. 외국에 나가는 시점부터 집중적인 훈련을 하게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혼자 수영하는 것이 예전엔 힘들고 외로웠으나 지금은 적응했고 힘든 것도 없다. 유지만 잘 하고 외국 나가면 괜찮을 것 같다. 급한 마음 갖지 않으려고 한다.

-세계선수권까지 6개월 남았는데 계획은. 쑨양도 이기고 싶지 않나.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대회가 가깝게는 (3~4월 중)국가대표 선발전이 되지 않을까라고 본다. 종점이 세계선수권이다. 마음 같아선 다 이루고 싶다. 자유형 200m 첫 우승도 하고 싶다. 자유형 400m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딴 지가 굉장히 오랜 시간이 지났으나 내 상징적인 종목이라 우승한다면 남다를 것 같다. 작년 리우 올림픽 부진을 다시 씻을 기회가 될 수 있다. 내 안에도 400m 우승에 대한 꿈이 있다. 자유형 1500m는 출전 가능하지만 성적 부담이 없지 않다. 쑨양을 이기기 전에 400m 기록에 대한 욕심이 있다. 기록이 잘 나온다면 금·은·동메달, 좋은 색깔의 메달을 걸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한다. 좋은 경기를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재기의 물살 가르는 \'마린보이\' 박태환[SS포토]
박태환이 23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 보조수영장에서 벌어진 미디어 공개훈련 도중 물살을 가르고 있다. 인천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나이에 대한 부담은 없나. 관리법은.

솔직히 말하면 ‘몇 살이구나’란 생각은 하질 않는데 훈련할 때 느낀다. 예전보다 피로가 안 풀릴 때도 있더라. 나이가 아니라 정신력이나 마음 가짐이 약해진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한다. 올림픽 이후 대회를 나갔는데 선수들이 1991~1992년생이어서 서럽기도 했지만 우승하면 그런 생각이 더더욱 멀어지는 것 같다. 나이 들었다고 식단 조절하고 그런 것은 없다. 리우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패스트푸드나 탄산음료를 먹지 않으며 절제를 했지만 그래서 내 퍼포먼스가 힘이 없던 것 아니었나란 생각을 했다. 리우 끝나고 나서 오히려 과자도 먹고 라면도 먹고 그랬는데 전국체육대회에서 좋은 기록이 나왔다(웃음). 음식 조절을 했다면 리우 올림픽 전에 했다. (지금은)먹고 싶은 것 많이 먹고 있다.

-20년 넘었는데 무엇 때문에 수영을 한다고 보는가.

수영 굉장히 오래 했지만 내 자신을 위해 수영을 해나가는 것 같다. 우리 가족이 원동력이 되어 힘든 부분을 넘어가는 것 같다. 수영 인생 얼마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리우 올림픽 폐막하고 6개월도 안 됐는데 주위분들은 벌써 도쿄 올림픽 등을 말씀하신다. 도쿄 올림픽, 나갈 순 있다. 하지만 출전해서 흐지부지 끝내는 게 내 스타일도 아니다. 도쿄 생각은 하지 않고 있지만 올해 세계선수권이나 내년 아시안게임 전엔 수영 인생을 마감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난 내년 아시안게임을 세계선수권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 때)난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도핑)문제로 인해 메달이 없어졌다. 내년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세계선수권을 임하고 싶다.

-목표로 세운 기록이 있다면.

내 최고기록이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세우고 7년이 지났다. 리우 올림픽 끝나고 전국체육대회에서 좋은 기록이 나왔고 이후 대회에서도 약간 뒤졌지만 기록을 유지했다. 수영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이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다. 내 수영 인생에서 꿈꾸는 게 세계기록이기 때문에 그걸 넘어서 도전하는 자세로 임하고 싶다.

-최근 국정농단의 피해자로도 알려졌는데 견해를 밝힌다면.

어려운 질문이다. 운동 선수들이 많이 있지만 나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힘든 한 해였으나 나로 인해 나아진 부분이 많이 있을 것으로 본다. 국가대표 선발규정 이중 처벌도 개선이 됐다. 수영 후배들이 앞으론 그런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 빛을 못 보는 선수들도 있다. 그 순간 자신이 좌절하고 포기하면 무너진다고 본다. 힘든 시기를 넘어 자기 자신을 이겨내길 바란다.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