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리뷰
한 사이트가 공개한 인텔의 리뷰 조작 개입 증거들. 인텔에 유리하고 AMD에 불리한 내용들이 여러 매체에 동시다발적으로 올라와 있다.  출처 | mykancolle.com

[스포츠서울 이상훈기자] 반도체 설계·제조 전문기업 인텔(Intel)이 중국에서 CPU 벤치마크 결과를 조작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해당 의혹이 처음 알려진 곳은 ‘mykancolle.com’이라는 사이트다. 해당 사이트는 인텔 측에서 발송한 메일로 추정되는 내용을 공개했다. 메일에는 “저는 여러분들이 우리 인텔 제품을 견고하게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업계의 영향력을 이용해, 우리 i3 제품이 각자의 영역에서 완벽하게 체험될 수 있도록 합시다”라는 문구와 함께 CPU 테스트 시 유의사항들이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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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텔이 리뷰어들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메일. 자사 CPU에 유리한 테스트 조건들을 명시하고 있다.  출처 | mykancolle.com

해당 메일은 게임 테스트 시 ‘(엔비디아 GTX) 1080ti 그래픽 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1070 및 그 아랫급 그래픽 카드는 IU 벤치가 같거나 낮게 나올 수 있으니 사용하지 말라’, ‘절대로 6900K 같은 멀티코어(CPU)와 비교하면 안 된다’, ‘오직 i3-7350K와 라이젠7-1800X만 비교해야 한다’는 주문이 쓰여 있다.

또한 테스트 게임도 ‘LoL(리그 오브 레전드)만 선택하길 부탁한다’, ‘게임 테스트 시, 백그라운드 작업을 전부 종료하라. 그렇지 않으면 i3의 정상적인 작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위의 게임은 몇 번 테스트하고 IU 값 중에 최댓값을 선택하고, AMD는 최저값을 선택하라’는 주문이 포함됐다.

라이젠
AMD가 새롭게 출시한 라이젠 7 CPU. 기사에 언급된 1800X는 최상위 라인업인 라이젠7 시리즈 중 가장 사양이 높은 CPU다.  제공 | AMD

마지막으로 ‘절대로 어떠한 멀티코어 테스트도 하지 말라. 또한 멀티코어가 앞으로 가야 할 미래라고 강조하지 말라. 싱글코어면 된다. 싱글 코어의 성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말라. 될 수 있으면 국내(중국)에서 유행하는 것을 사용하며, 테스트한 후 제일 높은 값을 선택하라. 동영상 소스코드를 언급하지 말라. 특히 X264는 사용하지 말라’고 구체적으로 못을 박았다.

이것은 인텔의 7세대 코어 i 시리즈 CPU 중 가장 낮은 사양인 i3-7350K와 AMD 최상위 CPU인 라이젠7 시리즈 중 플래그십 사양인 ‘1800X’를 함께 비교할 것을 주문하는 글로 보인다. 인텔의 CPU는 20만원대 중반에 판매되는 듀얼코어 제품이며, AMD의 CPU는 60만원대 중반에 판매되는 옥타(8)코어 제품이다.

인텔
인텔 카비레이크 보급형 CPU인 i3-7350K. 싱글코어 구성의 저렴한 가격이 특징이다.  제공 | 인텔

해당 글대로라면 듀얼코어로 작동하는 인텔의 i3-7350K가 멀티코어 사양의 최고급 CPU인 라이젠7-1800X보다 우수한 결과가 나오도록 테스트 환경을 제한했다. 또 ‘절대로 6900K 같은 멀티코어와 비교하면 안 된다’고 한 것은 인텔 최고급 사양 CPU인 i7-6900K을 얘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CPU는 라이젠7-1800X과 같은 멀티코어 CPU다. 테스트 결과에 따라 라이젠 CPU가 더 높게 나올 수 있어 동급 CPU의 비교를 금지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인텔의 i7-6900K는 라이젠7-1800X보다 2배가량 비싼 130만원 내외에 판매되는 CPU다.

테스트용 게임이 ‘LoL’로 제한되는 것도 이 게임이 고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이 아닌 탓으로 보인다. LoL이 싱글코어~듀얼코어 CPU에서 좀 더 좋게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같은 메일이 노출된 후 중국 주요 IT 매체에서 해당 메일을 준수한 듯한 편항적인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테크시나의 경우 “라이젠의 8코어 16쓰레드는 실제로 자원낭비 혐의가 있다”는 글이 달렸다.

또 다른 매체인 ‘소후닷컴’에는 “라이젠 시리즈 프로세서는 의도적으로 코어 갯수가 더 많고 벤치마크 점수가 더 높을수록 CPU 구매가치가 높은 것처럼 유도하는 듯하다”며 라이젠 CPU를 깍아내렸다.

이 같은 행위가 공룡 기업 인텔에서 실제 일어났는지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인텔에 편파적인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고, 고사양 멀티코어 CPU에 적합하지 않은 테스트 환경에서 리뷰가 진행됐다는 점 등을 미루어보아 인텔이 편파 리뷰를 제안했다는 의혹이 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인텔코리아 측은 “전혀 들은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이것은 기아자동차 K7과 현대자동차 아반떼를 비교하며 아반떼에 최적화된 환경을 달리게 하는 것과 같다”며 “이 같은 편파리뷰는 AMD가 저가격에 고성능 제품을 내놓자 인텔이 많이 긴장하고 있음을 되려 입증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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