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도형기자] 강한 멘털과 열정으로 만들어낸 새 역사다. 한화 이글스 김태연(20)이 프로 데뷔 첫 타석에서 초구 홈런을 터트리며 KBO 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김태연은 2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경기에 8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팀은 5-6으로 아쉽게 패했지만 이날은 김태연에게 잊지 못할 하루였다. 팀이 1-0으로 앞선 2회 말 2사 1루에 1군 무대 첫 배터 박스에 선 김태연은 넥센 선발 신재영의 초구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 홈런을 때려냈다.


이 홈런은 신인이 데뷔 첫 타석에서, 그것도 초구를 쳐 달성한 역대 최초의 기록이 됐다. 2000년 4월 5일 LG 짐 테이텀(사직 롯데전), 2001년 6월 23일 두산 송원국(잠실 SK전)이 데뷔 첫 타석에 초구 홈런을 터트린 적은 있으나 신인으로서는 김태연이 처음이다. KBO는 이에 대해 "1군에 등록한 적조차 없었던 신인은 김태연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데뷔 첫 타석 홈런은 KBO 리그 역사에서 15번밖에 나오지 않는 진기록이다. 신인 선수가 데뷔 첫 타석에서 때려낸 홈런으로 범위를 좁히면 역대 8번째다.


야탑고 출신으로 지난 2016년 2차 6라운드 59순위에 지명된 김태연은 '장차 한화의 핫코너를 책임질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1년 넘게 육성군에서 기량을 갈고닦았다. 최계훈 2군 감독은 "경험은 부족하지만 타격에 재능이 있는 선수다"라며 올 시즌 팀내 4번 타자로 기용했다. 야구 보는 눈을 성장시키기 위해서였다. 초반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 감독의 기용에 부응이라도 하듯 그는 21일 기준 퓨처스 리그(2군)에서 42경기에 출전해 149타수 46안타(9홈런) 타율 0.309로 대활약했고, 이날 노력 끝에 얻어낸 1군 첫 무대에서 대포를 쏘아올리며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를 미소 짓게 했다.


김태연의 이러한 결과는 어찌 보면 예상됐던 바다. 실력뿐 아니라 그의 강한 멘털과 야구를 향한 열정은 구단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칭찬할 정도로 독보적이다. 올 시즌 방송사에서는 매주 두 차례(월, 토요일) 2군 경기를 중계할 만큼 관심이 커졌다. 지금까지 한화는 총 세 경기가 생중계됐다. 여기에서 그는 2경기에 선발 출전해 맹활약했다.


지난 5일 상무전에서는 5타수 4안타 2타점 2득점으로 경기 MVP에 선정됐으며, 17일 두산전에서도 5타수 3안타(1홈런) 3타점으로 맹활약하며 이날 해설을 맡은 한화의 레전드이자 MBC SPORTS+ 해설위원인 정민철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방송 중계가 있을 때면 평소엔 하지 않던 실책을 범하곤 하는 게 2군 선수들이다. 그만큼 중계를 부담스러워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김태연은 달랐다. 거침 없이 배트를 돌리며 강한 멘털을 증명했다.


모든 걸 실력으로 보여준 김태연이지만 그는 늘 겸손하다.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도 "현재 성적에 대해선 생각해 본 적 없다"며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신인에게는 단골 질문인 '롤모델' 관련해서도 "특정 인물을 롤모델로 삼지 않는다"라며 당차게 이야기했다. 서산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1군 무대만을 바라본 그의 강한 멘털과 열정은 KBO 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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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