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권준영 인턴기자] '작은 거인' 이정현이 돌아왔다. 어느덧 데뷔 21년 차에 접어든 그는 영화 '군함도'로 다시금 대중 앞에 섰다.


158cm, 40kg의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카리스마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 '한국의 레이디 가가'라는 호칭을 얻은 그는 가수로서 독창적이고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로 대중의 뇌리에 각인돼 있다.


이정현의 데뷔 당시 모습은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았다. 고등학교 재학 중 선생님의 소개로 오디션을 보게돼 무려 3000:1의 경쟁률을 뚫고, 장선우 감독의 영화 '꽃잎'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되며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1996년 영화 '꽃잎'의 여주인공으로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디딘 그는 당시 청룡영화상 신인상과 주연상을 모두 휩쓴 몇 안되는 배우 중 하나다. 이는 그가 영화계의 기대주로 급부상하는데 한몫했다.


짧은 배우 생활을 뒤로 한 이정현은 한동안 가수로 활동했다. 그는 지난 1999년 음반 제작자 신철의 제안으로 출연한 그룹 구피의 '게임의 법칙' 뮤직비디오가 크게 화제가 되며 가수 데뷔가 급물살을 타게 된다.


이후 1999년 8월 24일 출시된 조PD의 2집 'In Stardom Version 2.0'의 타이틀곡인 'Fever'에 피처링으로 참여해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같은 해 10월 9일 우주를 콘셉트로 한 1집 앨범 'Let's Go to My Star'를 발매, 가요계에 첫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데뷔 전 주변 사람들은 이정현에게 엄정화의 '몰라'나 채정안의 '무정' 등이 선보였던 사이버 콘셉트를 추천했지만, 그는 이를 단호히 거절했다.


결국 자신의 고집으로 부채, 비녀 등을 이용한 동양적인 콘셉트로 등장했고, 이것이 히트의 원동력이 됐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히트곡인 '와'에서는 당시 사용했던 새끼손가락 마이크까지 크게 유행하면서 장안의 화제를 모았다.


그는 가요계 시작부터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했다. 폭발적인 음악과 퍼포먼스로 무대를 압도했다. 특히 1집 수록곡 '와', '바꿔'로 대한민국 가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테크노 음악 열풍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또한 가수 활동 당시 음악 프로그램 1위는 물론, 음반 판매량 역시 60만장 가까이 팔아치우며 '테크노 여전사'임을 증명했다. 아울러 1999년 대부분의 가요 시상식 신인상을 거머쥐는 등 대한민국 가요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2000년 6월에는 두 번째 정규 음반 '이정현 2집'을 발매했다. 고대 이집트를 콘셉트로 한 타이틀곡 '너'는 가요 차트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평소 마론 인형 수집이 취미였던 그는 이를 음악에 접목하는 혜안을 발휘하기도 했다. 2집 후속곡 '줄래'는 마론인형 콘셉트로 활동하며 히트쳤다.


2001년 10월에는 세 번째 정규 음반 'Magic to Go to My Star'를 발매했다. 타이틀곡인 '미쳐'는 마술사 콘셉트로 활동했으며 후속곡 '반'은 클럽 등에서 큰 인기를 끌며 지금까지 사랑받는 노래로 남아있다.


2002년 11월 5일에는 네 번째 정규 앨범 'I Love Natural'를 발매, 야생녀를 콘셉트로 한 타이틀곡 '아리아리'와 탈춤이 콘셉트인 후속곡 '달아달아'로 대중의 심장을 흔들었다.


국내에서의 인기가 서서히 하락세를 타자  해외로 발길을 돌렸다. 특히 중국에서 수년간 한류스타로서 상당한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2013년 싱글 앨범 'V'를 발매했다. 'V'는 일렉트로 스윙에 호러라는 장르를 접목한 핫 스윙 팝 곡이다. 이 곡에서 이정현은 섬뜩하면서도 귀여운 매력을 지닌 좀비 신부로 변신했고, 댄서들은 완벽한 분장을 통해 좀비로 탄생했다. 이후부터는 연기 활동에 매진하며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음악뿐 아니라 연기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그는 2001년 3월 SBS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에 출연해 폭풍 연기를 선보이며 잔뼈 굵은 연기력을 펼쳤다.


지난 2011년 박찬욱 감독의 단편 영화 '파란만장' 출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국내 연기 활동을 재개했다. 이후 '범죄소년', '명량', '떴다! 패밀리',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스플릿'에 출연하며 활발한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배우로서 입지도 탄탄하게 다졌다.


특히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명량'에서는 정씨 여인 역을 맡아 몇 장면 등장하지 않았지만, 짧은 등장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신 스틸러로 호평받았다. 


최근 영화 '군함도'에서 위안부 말년 역을 맡으면서 '스플릿' 이후 1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400여 명의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그가 영화의 몰입도를 위해 체중을 36.5kg까지 감량한 사실이 알려지며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시 기사 요약]

[ 여고생 배우 이정현(18)이 돌아왔다.


1996년 '꽃잎'(감독 장선우) 이후 1년 6개월만의 스크린 외출이다.


그는 오는 9월 중순 개봉 예정인 영화 '마리아와 여인숙'(감독 선우완)에서 '성장한 마리아' 역을 맡은 것.


회상 형식을 띤 이정현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어느 외딴 바닷가의 허름한 여인숙을 배경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이정현은 대학 입시를 코 앞에 둔 수험생이라 정신없이 바쁘지만 촬영기간이 비교적 짧은데다 역할이 너무 맘에 들어 어렵게 출연을 결심했다고 털어놓는다.


지난 12일, 모의고사를 끝내고 뒤늦게 촬영장에 도착한 그의 모습은 '작은 악녀'에 다름 아니었다. 여린 소녀에서 어느새 부쩍 커버린 성숙한 처녀로 몰라보게 달라진 이정현은 짧은 꽃무늬 원피스에 하이힐 차림, 그리고 상대방을 빨아들일듯한 강렬한 눈빛으로 촬영장 분위기를 압도했던 것.


극중 애인역으로 등장하는 박상민과 러브신도 거침없이 해냈다. 오히려 박상민이 혼쭐(?)이 났다는 후문이 들릴 정도.


내년엔 대학생 이정현으로 더욱 성숙된 연기를 보여주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덧붙인다. 그가 이번 작품에서 보여줄 악녀 이미지는 어떤 색깔일까? 96년 당시보다 5cm나 컸다(164cm)는 이정현의 새로운 모습이 기대된다. ]


이처럼 이정현은 배우·가수 둘 중 하나도 제대로 성공하기 힘든 연예계에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만능 엔터테이너로 입지를 굳혔다. 특히 내놓는 앨범마다 독보적인 콘셉트의 음악과 퍼포먼스로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처럼 한국 가요계에 한 획을 그으며 많은 후배 연예인들의 롤모델로 손꼽히고 있다.


또한 향후 음악 프로듀서로서 기존 가수의 음반과 신인 가수 론칭에도 참여할 의사도 내비쳤다. 이는 그가 아직도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아있어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구체적인 계획과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10여년 가수 활동 경험을 충분히 살려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영화 '군함도'와 함께 연기 인생 제2막을 시작하게 된 이정현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팬들의 오감을 만족시킬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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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스포츠서울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