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기호기자]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은 뇌를 자극하는 영상으로 2010년 무렵 미국과 호주 등지에서 유통됐습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심리적 안정과 숙면을 유도하는 데 그쳤지만, 최근 연예와 먹방 등 간접 경험을 돕는 음성 콘텐츠로 활용되고 있죠.


트레져헌터 소속 '꿀꿀선아'(본명 전경선·21)는 활동 1년 만에 29만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크리에이터로 성장했습니다. ASMR뿐만 아니라 일상과 소통 등 다양한 소재의 콘텐츠를 제작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그가 그려나가는 인생은 어떤 모습일까요?


Q : ASMR 영상을 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꿀꿀선아 : 학창시절 연기를 공부하면서 다이어트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먹방'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다가 ASMR로 이어진 거죠. 처음엔 '대체 뭐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계속 들으면 귀를 파는 것처럼 '팅글(기분 좋은 소름)'을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좋더라고요. 아프리카TV 방송에 특정 콘텐츠를 담고 싶기도 했고. 네티즌으로부터 '마음이 편안해졌다', '상처가 치유됐다'라는 메시지를 많이 받는데 그럴 땐 정말 뿌듯하죠.


Q : 아이템을 잡는 게 쉽지 않을 듯한데요.


꿀꿀선아 : 청취자가 선호하는 장르가 먹는 것, 귀 청소, 물건 소리로 한정되어 있는데요. 다양한 사람이 ASMR을 접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요. 여행을 가서 그곳의 소리를 담거나 요리할 때 들리는 소리까지 영상에 담고 싶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처럼요. 또한, '소리연구소'라는 코너를 통해 특이한 소재로 다양한 실험도 하고 있습니다. 틀을 깬다기보다 기존에 있는 것에 새로운 것을 추가하는 거죠.


Q : 그렇군요. 영상을 제작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어떤 건가요.


꿀꿀선아 : 아무래도 눈으로 보이는 것보다 소리에 집중하게 돼요. 주제가 물건이면 여러 가지 소리를 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음식을 먹을 땐 숨소리와 쩝쩝거리는 소리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죠. 성격이 급한 편인데 순간적으로 정신을 놓으면 허겁지겁 먹게 돼 종종 지적을 받기도 해요(웃음). 이어폰으로 모니터링을 하면 어떤 소리가 나는지 잘 들을 수 있어서 여러모로 도움이 되더라고요.


Q : 비어 치킨부터 송편까지 수준급 요리 실력을 뽐냈습니다.


꿀꿀선아 : 베이킹 만큼 요리하는 걸 좋아해요. 요리법을 보면서 하는 데다 이상한 부분은 편집해서 잘하는 것처럼 보일 뿐 실제론 아니에요. 맛이 없어도 티를 내면 안 돼서 가끔 힘들 때가 있죠(웃음). 요리할 땐 즐겁지만, 먹은 후 정리하는 게 귀찮고 힘들어서 평상시엔 잘 안 하게 되더라고요.


Q : '먹방'을 하면 자연스럽게 먹는 양도 늘어날 것 같은데 몸매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꿀꿀선아 : '1인 1닭'이 가능할 정도로 먹는 양이 많았는데, 영상에 얼굴이 나오다 보니 자제하게 되더라고요. 많이 먹는 것보다 맛있는 소리를 내는 데 집중하기도 하고. 하루에 한 시간씩 걷고 30분간 근력 운동을 하려고 했지만, 스케줄에 쫓겨 살다 보니 제대로 못 하고 있어요. 올해 안에 11자 복근을 만들어 공개하기로 약속했는데 걱정이 큽니다(웃음). 말랐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보통 체형에서 살짝 찐 정도? 영상에 얼굴만 보여서 티가 나지 않나 봐요.


Q : 지난 4월 업로드한 '생애 첫 핫팬츠' 영상에 대한 반응이 뜨거운데요.


꿀꿀선아 : 하체가 콤플렉스라 중학생 때부터 바지보다 치마를 즐겨 입었어요. 노출 여부를 떠나 체형에 맞는 의상을 선호했던 거죠. 쇼핑 콘텐츠로 실시간 방송을 했는데, 많은 분이 추천해 핫팬츠를 구매했어요. 안 어울릴까봐 조마조마했는데 상당히 만족스러웠어요(웃음). 네티즌의 반응도 좋았고. 이 자리를 빌려 핫팬츠를 추천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Q : 네티즌 사이에서 '실물 여신'으로 불리는 데 부담은 없나요.


꿀꿀선아 :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고 감사하지만 부끄러워요(웃음). 렌즈를 끼는 게 번거로워서 집 밖으로 잘 안 나가는 편이에요. 최근 친구 생일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홍대에 갔는데 저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그 뒤론 더 집에만 있으려 하고, 밖에 나가더라도 몰라봤으면 하는 마음에 안경을 끼고 나갑니다.


Q : '핑돼'와 특급 케미가 눈길을 끕니다.


꿀꿀선아 : 유튜브를 통해 돼지 영상을 자주 봤는데 너무 귀엽더라고요. '핑돼'는 첫 반려동물이자 첫 딸? 이렇게 말하면 안 좋게 보는 분들이 계시는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은 공감하실 거예요. '핑돼'의 '먹방' 영상 조회수가 300만을 넘는 걸 보고 깜짝 놀라면서도 많이 분이 관심을 가져주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죠. 사실 심장 소리 영상(조회수 250만)을 뛰어넘을 줄은 몰랐는데. 돼지고기를 자제하는 편이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안 먹을 수가 없잖아요. 한 점이라도 먹은 날엔 집에 들어가자마자 양치질부터 해요. 그게 '핑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죠(웃음).


Q : 콘텐츠에 대한 선입견 탓에 오해를 사는 경우가 있을 듯한데요.


꿀꿀선아 : ASMR을 잘 모르는 분들은 입소리와 귀 파는 소리 등 제목만 보고 성(性)적으로 생각하기도 해요. 영상을 보면 그런 의도가 전혀 없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선입견부터 갖는 게 안타깝죠. 제 방송을 한마디로 표현해 '클린'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자극적인 콘셉트로 영상을 제작하면 구독자와 조회수를 올릴 수 있겠지만, 오롯이 소리에 집중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Q : 최근 성희롱 댓글로 곤욕을 치렀습니다.


꿀꿀선아 : 심장 소리 콘텐츠를 관리하다가 실수로 성희롱 댓글에 '하트'를 눌렀는데, 최근 이를 캡처한 것과 제 사진을 첨부한 악성 루머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됐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성희롱을 당했는데 누가 기분좋다는 반응을 보이겠어요. 제가 그런 걸 즐기는 사람도 아니고. 그동안 최대한 이해하고 넘어가려 했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단호하게 대응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진심으로 사과한 네티즌은 선처했지만, 인정을 안 한다면 끝까지 가보려고 해요. 큰 상처를 받았지만, 조금 더 신중하고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로 삼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 그런 일이 있었군요. 모쪼록 잘 해결됐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에 대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꿀꿀선아 : '구독자 10만명'이라는 올해 목표를 벌써 달성했는데,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에 나태해지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ASMR의 대중화에 힘을 보태면서 '핑돼'와 함께한 일상 등 다양한 콘텐츠로 많은 분을 찾아뵐 계획입니다. 연기를 배웠고 배우를 꿈꿨지만, 이젠 조금 멀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구독자 100만명을 목표로 본업에 충실하되, 기회가 된다면 쇼핑몰 운영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습니다. 아! 구독자분들에게도 한마디 하고 싶어요. 최근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데 많은 분이 걱정하고 응원해주셔서 큰 힘을 얻었어요. 지금까지 함께 해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더 좋은 영상으로 찾아뵐 테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시청 부탁드립니다. 항상 고맙고 사랑해요.



[SNS핫스타]는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슈가 된 인물을 집중 조명하는 코너로서, 페이스북 'SNS핫스타' 페이지를 통해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jkh113@sportsseoul.com


사진 | 정기호기자 jkh113@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