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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올해 나이 서른 여섯인 배우 장나라는 KBS 2TV ‘고백부부’(극본 권혜주 연출 하병훈)에서 스무살과 38세를 오가는 쉽지 않은 연기를 펼쳤다.

‘고백부부’는 38살 동갑내기 앙숙 부부의 ‘과거 청산+인생 체인지’ 프로젝트를 그린 12부작 예능 드라마. 극중 장나라는 독박육아에 지친 서른여덟살 주부에서 스무살 사학과 여신으로 타임슬립한 마진주 역을 맡아 ‘인생작’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주량이 약해 평소 사람들 앞에서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장나라는 이 작품을 끝낸 뒤 너무 힘덜어서 이틀 동안 집에서 ‘혼술’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큰 애정을 느끼는 작품이라는 의미다.

-드라마 종영 소감.

시청자들이 너무 좋아해줘 감사하고 행복하다. 위로가 됐다는 말을 들어 더없이 감사하다. 원래 작품이 끝난 뒤 감정을 오래 가져가지 않는데 이번엔 많이 아쉬워서 많이 울었다.

-어떤 점이 좋았나.

모두 좋았다. 어떤 장소, 어떤 시간대에 친구들을 두고 온 거 같은 느낌이다.

-종영 후 울었다는 게 의외다.

원래 종영 날 소감을 밝히다 울컥할 땐 있지만 집에 와서 우는 경우는 없다. 원래 뭐든 심하게 공감하는 편이라 그러지 않기 위해 미리 끊는다. 다른 작품들은 감정이 잘 끊겼다. 감정 씬을 찍어도 퇴근 하면 끝이었다. 이 작품은 잘 안 끊기더라.

술이 워낙 약해 다른 사람이 있는데서 절대 술을 안마시는데, 종영 후 집에서 이틀 동안 혼자 술을 마셨다. 첫날엔 맥주를 마시다 기절했는데 아침에 보니 세모금 마셨더라. 둘째날도 맥주를 마셨다. 이틀간 참 많이 울었다. SNS에 올라온 짧은 영상을 보면 눈물이 나고, 팬들이 만든 뮤직비디오만 봐도 눈물이 났다. 인생의 어떤 반짝거리는 걸 두고 온 거 같아서 아쉽더라. 함께 촬영한 친구들이 다 현실에 그대로 있는데, 드라마 안에서와 느낌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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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과 38세를 오가며 연기를 했다.

내 스무살 때는 어른들 사이 껴서 어떻게든 데뷔하려고 발악해서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극중 스무살 때가 좋았다. 친구들을 다시 만나고, 돌아가신 엄마를 다시 만나 더없이 좋았다.

현실에서 그려지는 38세 진주 역할은 지금 내 나이와 비슷하니 현실의 나와 가까운 말투 몸짓을 사용했다. 20대로 돌아갔을 때 차이에서 오는 재미를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오히려 스무살 때는 50대 초반 어머니를 말투와 행동의 모델로 삼았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났다. 힘든 점은.

고충 느낄 사이가 없이 후배들이 너무 잘했다. 친구 같이 걱정해주고, 따뜻한 눈으로 나를 바라봐줬다.

-좋은 작품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대본은 어땠나.

뭔가 꺾는다든지, 요령을 부리는 부분이 없는 정직한 대본이었다. 진정성 있고, 정직하게 쓰여있어서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색다르게 세련되게 해석해야 하는 부분이 없어서 좋았다.

-남편으로 나온 손호준은 어떤 배우였나.

손호준은 기둥처럼 연기를 잘했다. 힘들텐데 내색을 안하더라. 저렇게 하다가 머리에 피가 쏠려 큰일나겠다 싶은 생각을 할 정도로 연기를 열심히 했다. 잘하고, 열심히 하는데 더 잘하려고 애를 많이 쓰는게 보이더라. 그러니 발전을 빨리 하는 것 같다. 참 좋은 배우다.

-드라마 PD가 아니라 예능국 소속인 하병훈 PD와 호흡은 어땠나.

스스로 연기에 확신을 못 갖고 초반에 방황했다. 감독님이 나를 믿고 있다고 말해줬다. 자기 믿어달라 해서 무턱대고 믿었다가 실망한 적이 많았는데, 하 PD님은 그 믿음을 지켜줬다. 내 연기의 모자란 공백을 감독님이 채워줘서, 믿기를 잘했다 싶었다. 내가 어디선가 잃었던 믿음과 신뢰를 다시 갖게 해준 분이다.

-인생작을 경신했다는 평가가 있다.

여러 의미에서 ‘인생작’이라 생각한다. 우선 개인적으로 예쁜 동생들을 만났다. 정말 얻기 힘든 동생들이 생겼다. 두번째, 내가 설령 내 몫을 못 해내는 순간이 오더라도 누군가 옆에서 함께 해주면 된다는 걸 절절하게 깨달았다. 세번째, 연기가 나아지지 않았지만 전보다는 뭔가 깨달은 면이 있다. 어머니로 나온 김미경 선생님과 호흡을 맞추며, 굳이 만들어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 사람과 나오는 감정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나중에는 안 울며 대화를 하는 게 더 힘들었다. 해보지 못한 연기 경험이었다.

-예능 요소가 있었지만 눈물흘리는 씬이 많았던 드라마였다.

생각보다 많이 울게 돼 ‘진짜 슬픈 드라마구나’ 깜짝 놀랐다. 원래 내 생각보다 더 슬펐다. 주인공이 세 차례 이상 울면 보는 사람에게 피로도가 있으니 울 때마다 계속 다르게 울려고 애썼다. 하지만 대본에 없는 감정을 끌어올리려 애쓴 게 아니라 대본을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감정으로 울었다. 작가 본인이 쓰면서 그렇게 울었다더라. 진심이 담긴 울음이라 흉하지 않게 감정이입한 것 같다.

-울 때마다 다르게 울려고 노력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에 차이를 두려고 했다. 똑같은 절규를 하더라도 어느 선에서 절제가 되는 절규인지, 목이 탁트인 절규인지를 다르게 표현하려 했다. 차이를 안두면 전부 극으로 치닫거나 전부 정적이거나, 예쁜 울음이 될까봐 상황에 따라 농도를 바꾸고, 표현하는 방식을 바꾸려 했다.

-12부작이었다. 짧아서 아쉽지 않나.

아쉬움은 큰데 더 찍었으면 누가 한명 죽어나갔을 것이다.(웃음) 모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12부작이 적당했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라원문화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