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영국인 미카엘은 가상화폐 거래소의 코리아프리미엄을 이용한 재정거래로 수익을 봤다고 말했다. 사진은 미카엘이 이용하는 거래소 빗썸 영어 버전.

[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전세계 가상화폐 시가총액이 11월 2800억달러(약 304조2000억원) 규모로 연초대비 1500% 넘게 성장하며 요동치고 있다.

얼리어답터가 많은 한국시장은 가상화폐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2일 세계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은 일 거래량 6조원을 돌파하며 20년 역사의 코스닥 시장규모를 2배 이상 제쳤다.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시장규모에 비해 가상화폐는 여전히 대중에게 ‘묻지마 투기장’으로 비치는 게 사실.

스포츠서울은 총 3명의 가상화폐 투자 고수와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 가상화폐의 현황과 전망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1편에서 블록체인포럼 류현 대표를 만나본데 이어, 이번에는 ‘재정거래 고수’ 외국인 투자자 미카엘(34)의 인터뷰를 게재한다. 다음주에는 3편 ‘채굴장 금손’ ㈜알코 류재민 대표의 인터뷰가 연재된다.

◇재정거래 부른 코리아 프리미엄 30~40%

미카엘은 한국생활 5년째인 영국인이다. 마케팅회사에서 근무 중인 미카엘은 지난 4월 처음으로 가상화폐를 접해, 국내거래소인 빗썸을 통해 주거래를 하고 있다. 빗썸에 따르면 전체 이용자 중 10% 정도가 외국인 투자자다. 미카엘은 그 10% 중 한 명이다.

가상화폐가 한창 뜨거워지던 시기에 이더리움을 접한 그는 ‘코리아 프리미엄’이라고 부르던 재정거래(arbitrage)로 짭짤한 재미를 본 케이스다. 그는 “내가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한 4월경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거래소보다 한국거래소에서 훨씬 높은 특별한 상황이 있었다. 보통 30~40% 정도 시세 차이가 존재했다”라고 말했다.

이런 재정투자의 경우 한국에 살고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특히 유리했다. 이는 재미나게도 회원가입 절차의 번거로움에서 기인했다. 한국인이 외국 거래소를 이용할 때와 외국인이 한국 거래소를 이용할 때 모두 인증절차가 까다로운 문제가 있었다.

미카엘은 “해외사이트의 경우 보통 여권번호를 복사해서 내야 하고, 여권과 함께 셀카를 찍는 등의 인증절차가 필요하다. 한국인의 경우 주소를 영문으로 제시해야 하는데, 이 또한 복잡한 편이다. 반면 외국인이 한국 거래소를 이용하려면 은행계좌번호를 넣어야 하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 코빗은 등록할 수 있는 이름의 글자 수가 최대 10개여서 나처럼 풀네임이 긴 외국인은 에러가 나 가입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인증절차가 비교적 간소한 빗썸이 미카엘같은 외국인들의 선택을 많이 받게 된 것도 이때문. 회원가입을 마치면 국내외 거래소를 통한 거래는 간단하다. 가상화폐 주소생성하기 기능을 통해 해외 거래소에서 산 비트코인을 국내 거래소에 되파는 방식으로 환차가 발생하게 된다.

그는 “원래 대부분의 거래소에 환차라는 것이 조금씩 존재한다. 하지만 양국을 거래하는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실제 이익이 거의 없거나 손해가 나서 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한국시장에서는 수수료를 지불하고도 상당한 수익이 가능했다. 이를 이용해 수수료를 포함하면 투자금의 10% 정도 수익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1초마다 확인할 자신 없다면? 단타 금지

투자자들 사이에 알음알음 소문이 났던 ‘코리아 프리미엄’을 알고 있는 사람은 투자수익 외에 시간차 거래를 통한 가외 수익을 낸 경우가 많았다.

미카엘 역시 하루에 몇 백만원씩 환차를 벌어들이며 재미를 봤다. 그는 “나같은 경우는 투자금액이 많지 않았지만, 투자자금이 큰 사람이라면 수익이 상당했을 거다. 문제는 이게 시간 싸움이라는 거다. 해외거래소에서 ‘SEND(보내기)’ 버튼을 누른 뒤 국내거래소에 도착하기까지 10~60분 정도 시간이 걸리는데, 네트워크가 느려지면 손해를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익은 확실하지만 사이트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365일 24시간 장이 서다 보니 이를 들여다보느라 일 관련 중요한 이메일을 놓치거나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시세표를 보는 ‘중독’증세를 겪었다고 했다. 저점에서 사고 고점에서 파는 단타 거래를 하루에 20번씩 반복하기도 했다.

그는 “3~5년 후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상용화, 표준화될 거라는 건 투자자 대부분이 알고 있을 거다.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의 등락 추세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계속 들여다보게 되는 부분이 있다. 몇 번의 투자로 수익을 내고 나면 ‘내가 투자에 감이 있나? 행운이 있나?’하며 도박처럼 투자를 하다 돈을 날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미카엘 자신이 겪었던 일들이다. 가상화폐 투자 초보자에게 전하는 조언을 묻자 세가지를 꼽았다. 그는 “첫째, 투자금의 양을 정해야 한다. 내가 잃어도 상관없는 돈의 양이 수만원인지 수백만원인지 결정해 그 폭 안에서 투자하길 바란다. 둘째, 짧은 시간에 쉽게 번다고 생각하지 말고 한번 사서 수년간 기다린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같다. 어차피 시세표를 보고 있으면 계속 흔들리니까 무시해야 한다. 안 그러면 1초마다 확인해야 한다. 셋째, 단타를 할 만큼 시간이 있다면 뭐 말리지 않겠다. 그렇지 않다면 안 하는 게 좋다는 게 내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gag1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