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기호기자] 학창시절 화장품에 푹 빠져 살던 소녀가 있었습니다. 부모님에게 손 벌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통해 번 돈을 화장품 구매에 썼고, 대학에 진학한 뒤 무작정 상경해 뷰티 관련 회사에 취업하기도 했죠. 약 1년간 인턴 근무를 마치고 복학한 그녀는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됩니다.


라이프 스타일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연두콩(조연주·27)은 뷰티를 비롯해 다양한 소재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네티즌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그가 그리는 현재와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지난 3일 서울 사당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 대학 전공과 무관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연두콩 :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유튜브를 시청하다가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어렸을 때부터 관심을 가진 뷰티를 주제로 채널을 개설했습니다. 당시 국내 시장이 크지 않아서 운 좋게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큰 기대 없이 취미로 시작한 유튜브가 직업이 된 거죠.


Q : 네티즌에게 이름을 알린 계기가 궁금한데요.


연두콩 : 쉽게 할 수 있는 화장법과 사용하는 제품들을 소개하는 콘텐츠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어요.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하다 보니 많은 분이 알아봐 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Q : 파우치에 어떤 제품을 넣고 다니는지.


연두콩 : 어? 안 가지고 왔는데(웃음). 다른 사람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서 잘 안들고 다녀요. 외출할 땐 입술 색깔만 조금 수정하죠. 하루 대부분을 집에서 작업하며 보내서 밖에 오래 있을 일도 없고. 뷰티 콘텐츠를 제작해서 저에 대한 환상을 가질 수 있지만, 온종일 화장품을 만지다 보니 오히려 민낯으로 있게 되더라고요.


Q : 라이프 스타일로 카테고리를 확장했습니다.


연두콩 : 뷰티 콘텐츠로 시작했고, 지금도 만들고 있어 뷰티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제가 좋아하는 다양한 것들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뷰티만큼 좋아하는 것들을 유튜브를 통해 소개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자취 콘텐츠 '콩 혼자 산다'와 문화생활을 다룬 '월간 연두콩' 등을 제작했어요. 사실 '뷰티나 할 것이지 왜 이런 걸 만드느냐'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죠.


Q : 그런데도 꾸준히 운영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연두콩 : 어떤 카테고리든 제가 좋아하는 것을 공유할 때 가장 큰 행복을 느껴요. '월간 연두콩'을 통해 매달 최고라고 생각하는 음악과 책,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지금은 살짝 쉬고 있지만(웃음). 제가 본 소설이 독립출판물인 탓에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아 아쉬워서 영상에 담았는데 얼마 후 작가로부터 추리소설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추천한 인디 밴드의 노래가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오르기도 하고. 숨겨진 보석을 발견해 많은 사람에게 공유한 것 같아 정말 뿌듯했죠. 또한, 라이프 스타일 창작자로 바라보며 영상을 게재하기만 기다리는 구독자분들 덕분에 큰 힘도 얻었습니다.


Q :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을 꼽는다면요.


연두콩 : 약 1년 전 '내가 좋아하는 곳, 좋아하는 것'이라는 콘텐츠를 제작했어요. 일부 구독자들이 영상에 나온 장소를 찾아가 인스타그램에 '언니가 만든 영상 보고 왔어요'라는 글과 함께 저를 태그하더라고요. 내 관심사를 좋아해 주고 무언가를 함께 나눴다는 마음에 신기하면서도 기뻤습니다. 하지만,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처럼 제겐 모든 '연두부(구독자 애칭)'가 소중하죠.


Q : 그렇군요. 다른 크리에이터와 차별화를 둔 부분이 있다면?


연두콩 : '인생템인데 단종된 제품'을 주제로 콘텐츠를 만들거나 자취생에게 인기가 많은 대형마트의 노브랜드 제품 리뷰를 진행하기도 하죠. 의도적으로 차별화한 건 아니지만, 누구나 일상에서 경험했을 법한 것을 소재로 공감 콘텐츠를 만드는 게 제 색깔이자 강점인 것 같아요.


Q : 반려견 '쪼꼬망'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연두콩 : 평소 유기견 사이트에 자주 접속하는데 종이상자에 담겨 버려진 강아지가 있다는 사연을 접하고 무엇에 홀린 듯 데리러 갔죠. 당시 우울하고 힘들어서 영상을 못찍고 있었는데, 새로운 생명이 옆에 있으니 위로가 되고 일에 대한 책임감도 커졌습니다. 간혹 유기견이라고 무시하는 사람 때문에 오기가 생겨 더 예쁘게 키우고 있어요.


Q : 소외 계층에 대한 관심도 많은 듯한데요.


연두콩 : '깔창 생리대' 뉴스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는데 반짝 이슈에 그치더라고요. 어린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사업체를 찾아 기부금을 전달했습니다. 플리마켓을 열어 판매 수익에 조금 더 보태 기부도 하고. 행사를 통해 구독자를 직접 만날 수 있고, 소외 계층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메시지도 전달할 수 있으니 기분 좋죠.


Q : 최근 유튜브 구독자 6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연두콩 : 채널을 운영할 때 사업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아요. 구독자 수, 조회 수에 집착하게 되면 '이번엔 반응이 별로네?', '어떻게 하면 더 인기를 끌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저 자신이 힘들어지더라고요. 그럼 연두콩의 모습이 사라지면서 점점 더 자극적인 콘텐츠만 만들게 되고. 돈을 조금 덜 벌더라도 관심 있는 분야의 콘텐츠를 제작하면, 지치지 않고 조금씩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카테고리가 겹치는 크리에이터의 영상은 되도록 안보려고 해요. 무의식중에 트렌드를 좇거나 상대방의 몸짓이나 말투를 따라 할 수 있거든요. 구독자의 의견을 반영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고요.


Q : 큰 인기를 얻었지만, 활동하면서 아쉬운 점도 있을 텐데요.


연두콩 : 협찬 영상을 찍으면 돈을 쉽게 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상업적이라고 해서 진심을 담지 않은 건 없어요. 제품을 직접 사용한 뒤 소개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야 영상을 제작하죠. 이 과정에만 최소 한두 달의 시간을 투자해요. 또한, 마음에 들지 않는 제품을 소개할 수도 있어 특정 브랜드와 장기 계약을 맺지도 않습니다. 이후엔 광고주와 접점을 찾는데 원하는 대로 해달라고 하면 작업을 진행하지 않아요. 구독자를 누구보다 잘 알고 내 채널에 올라가기에 제 의견이 중요하죠. 영상 속 화려한 모습과 달리 매일 밤을 새우고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데 '협찬 받을 수 있으니까 나도 크리에이터나 해야지'라는 얘기를 들으면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고 직접 경험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Q : 겉만 보고 판단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연두콩이 그리는 10년 후 모습은 어떤 건가요?


연두콩 :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마음이 외로워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다녔는데, 제가 그랬듯 편히 쉴 수 있는 아지트가 필요한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면서 만나는 사람 대부분은 일에 관한 얘기만 나눌 뿐인데, 구독자와 온라인으로만 소통하는 게 아쉽더라고요. 학창 시절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오랫동안 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게 익숙해요. 기회가 된다면 책과 인형을 전시하거나 영화를 상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잠시 쉬었다 가거나 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너무 먼 미래를 준비하다가 현재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도 재미있고 신선한 콘텐츠로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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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정기호기자 jkh113@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