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프로야구 올스타전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1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열렸다. 정운찬 전 총리와 정병국(오른쪽) 문화관광부장관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구본능 시대’를 마감하고 새 총재를 선출했다.

KBO는 11일 제22대 총재로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선출하기로 의결했다. KBO는 정관 제10조(임원의 선출)에 따라 이날 총회 서면 결의를 통해 4분의 3이상의 찬성으로 정 전 총리에게 차기 총재의 중책을 맡기기로 했다. 이로써 정 전 총리는 2011년 8월 제19대 총재에 올라 6년 4개월여 동안 KBO를 이끌어 온 구본능 총재로부터 바통을 이어받는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그동안 12명의 총재가 역임했으나 국무총리 출신이 총재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정 전 총리는 지난달 29일 KBO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차기 총재로 추천받았다. KBO는 정 총재의 선출을 문화체육관광부에 보고하고 향후 신임 총재와 협의해 이·취임식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임기는 2020년까지 3년이다. 프로야구 시즌 중에 수시로 경기장을 찾아 관전하고, 2012년에는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미국 메이저리그 경기 시구를 하기도 했다. 라디오 특별 해설을 하고 2013년에는 야구를 주제로 한 ‘야구예찬’이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발간했다. 서울대 총장(2002년)을 역임했고 2009년부터 1년 간 국무총리직을 수행하며 학계와 정치권에 폭넓은 인맥을 자랑한다. KBO리그가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격상하는데 정 전 총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당면과제도 있다. 승부조작과 불법 스포츠도박 파문, 전직 심판의 금품수수 사건 등으로 잃어버린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KBO 관계자는 “새 총재를 보좌해 구본능 총재가 다 실현하지 못한 클린베이스볼을 이끌어갈 사무총장을 선임하면 개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에이전트(FA) 제도 개선이나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한 스포츠산업 진흥법을 활용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 제시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프로야구 선수협회도 “정 전 총리가 KBO리그의 불공정 규약과 낡은 관행을 혁파하고 산업으로서 프로야구를 성장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정책을 펴줄 것을 기대한다”고 환영과 과제를 동시에 안겼다.

정 전 총리가 새 총재로 추대되면서 6년 4개월 동안 이어지던 구본능 총재 시대가 막을 내린다. 지난 2011년 8월 KBO 19대 수장으로 추대된 구 총재는 ‘외연 확대’로 KBO리그를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 총재 재임 기간에 8개구단에서 10개구단 체제로 리그가 확대됐고 광주-KIA 챔피언스필드를 비롯해 새 구장 세 곳이 팬 에게 선을 보였다. 지난해 800만 관중 시대를 열어 프로야구를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 프로스포츠로 이끌었다. 아마추어 야구에도 각별하게 신경 써 야구발전기금 300억원을 조성해 아마추어 야구팀 창단을 유도했다. 그러나 구 총재가 ‘꼭 이뤄야 할 목표’로 세웠던 ‘클린베이스볼’은 끝내 이루지 못한채 차기 총재에게 이양하며 아쉬움 속에 KBO를 떠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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