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훈
이른바 ‘검빨’ 유니폼을 입었던 해태 출신 유일한 야수 정성훈이 18일 친정인 KIA에 입단해 현역생활을 연장한다. 지난 2001년 해태 유니폼을 입은 정성훈. (스포츠서울 DB)

[광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마음이 통했다. 오른손 대타를 찾던 KIA와 현역생활 연장이 절실하던 정성훈(38)이 손을 맞잡았다. KIA는 18일 오전 정성훈과 연봉 1억원에 1년 계약을 체결했다. LG시절 달았던 배번 16번은 ‘캡틴’ 김주찬이 달고 있어 비어있던 56번을 선택했다.

말그대로 속전속결이었다. 첫 통화로 구두합의가 이뤄졌고 첫 만남에서 이견없이 도장을 찍었다. KIA 조계현 단장은 “김기태 감독이 요청해 몸상태 등을 두루 점검했다. 필요한 자원이라는 결론이 났고 17일 오후 통화한 뒤 18일 오전 계약을 체결했다. 팀에 필요한 선수이고, 현장의 요청이 있다면 속전속결로 계약을 추진하는게 맞다. 계약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웃었다.

쉽게 정성훈의 마음을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 조 단장의 경험이 큰 몫을 차지했다. 조 단장은 “1999년 시즌 후 삼성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을 때 전화 한 통이 인생을 바꿔 놓았다. (정)성훈이에게 전화를 하기 전 그 때 생각이 났다”고 돌아봤다. 삼성 시절이던 1999년 12경기에서 3패 방어율 11.51로 크게 부진한 뒤 방출통보를 받은 조 단장은 거제도로 내려가 낚시를 하며 헛헛한 마음을 달랬다. 그는 “바다에 낚싯대를 던져놓고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그런데 당시 두산 감독이셨던 김인식 감독께서 전화를 걸어와 ‘야, 야구 안할래?’하시더라. 그렇게 두산으로 이적했고 2년간 10승을 더 거둔 뒤 유니폼을 벗었다. 그 고마움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당시 김인식 감독이 불러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단장 조계현’도 탄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조 단장은 “방출당한 베테랑은 절실함이 다른 이들의 몇 배 강하다. (정)성훈이도 이런 마음이었는지 ‘올래?’했더니 ‘바로 내려가겠습니다’하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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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정성훈이 2회초 중전안타를 치며 2000안타를 달성한 후 환하게 웃으며 관중에 인사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이날 오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계약을 체결한 정성훈은 마침 체력테스트 참가를 위해 모인 선수단과 인사를 했다. 2003년 현대로 트레이드된 뒤 15년 만에 고향팀으로 돌아왔다. 그는 “기회를 준 KIA 구단에 감사 드린다. 고향에서 다시 뛰게 돼 설렌다. 팀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역할이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스포츠서울을 통해 공식 인터뷰를 고사한 이유도 설명했다. 정성훈은 “대단한 선수도 아니고 프리에이전트(FA)로 입단한 것도 아니다. 오갈 곳 없는 나이 많은 선수에 불과한데 소속팀을 찾았다는 이유로 팬 앞에 당당히 얼굴을 내밀수는 없다. 나 때문에 후배들 중 누군가는 분명 피해를 볼 것이다. 기존 선수들 입장에서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들어와 물을 흐려놓는다고 볼 수도 있다. 조용히 시즌을 준비하면서 팀이 필요할 때 내 역할을 하는 게 우선이다. 그래야 후배들 볼 낯도 생긴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그렇게 잘 살았다고 볼 수도 없는데 착하게 살려고 노력은 했다”며 웃었다. 방출통보를 받은 뒤 많은 이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했고 새 팀을 찾는데 보이지 않게 도움을 줬다. 그래서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를 선택한 KIA와 은퇴가 아닌 현역 연장을 선택한 자신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시즌을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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