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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래퍼 슬리피(Sleepy·김성원)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2003년 디액션(D.Action·박경욱)과 그룹 언터쳐블을 결성하면서 언더그라운드에서 랩을 시작한 그는 2008년 본격적으로 가요계 입성, 2018년 어느새 데뷔 10주년을 맞이했다. 이제 많은 이들이 슬리피를 알아보고 있지만 정작 그의 음악에는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다.

래퍼로서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지만 슬리피는 오히려 지난해 엠넷 ‘쇼미더머니6’의 문을 두드리며 변화를 택했다. 그리고 꾸준히 디지털 싱글로 자신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들려오던 그는 최근 자신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공개했다. 말 그대로 심혈을 다해 기울인 이번 앨범은 그동안 우리가 알던 예능 속 슬리피가 아닌 래퍼로서의 모습을 오롯이 담아냈다.

힙합듀오 언터쳐블로 활동하며 음원차트 정상도 차지해 본 슬리피지만 최근 몇년 사이에는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존재감을 내비쳤다. 예능적인 모습을 통해 대중의 인지도는 올라섰지만 자연스럽게 선입견도 생기며 래퍼로서의 입지는 줄어들었다. 예능과 래퍼 사이에서 고민하던 그에게 ‘쇼미더미니6’는 좋은 터닝포인트가 됐다.

“나가기 말린 사람도 나중에는 나가길 잘했다고 하더라. 다른 출연자가 4~5개 벌스를 준비하는데 난 하나만 준비했다. 너무 올라갔으면 치부를 들켰을 수도 있었다.(웃음) 갔다와서 랩이 더 많이 늘은 것 같은데 딱 하나 아쉬운 것은 한 단계만 더 올라갔으면 다이나믹 듀오 형들이 뽑으려고 생각했다고 들었는데 ’N분의 1‘에 참여하고 싶었다.”

슬리피는 “예능이 아니라 예전에도 그랬다. ‘슬리피 랩은 예전부터 죽였지’ 같은 말은 없었다. 정상을 찍은 적이 없는 상황에서 내가 제대로 음악적인 실력을 보여주지 못해 무시를 당하고 놀림을 당했던 거라 생각한다. 나는 당연히 잘하지 했지만 사실 내가 못했다”며 속내를 밝혔다. 또 “무엇보다 랩을 잘하면 된다. 예전부터 랩이 점차 늘고 있고 트렌디하고 바뀌고 있는데 이제는 더이상 고민하지 않고 예능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음악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래퍼인데 랩을 많이 못한다는 평도 있다. 지금 활동하는 친구들이 거의 띠동갑이 넘어가며 힙합 할아버지 수준이라 사실 어린 래퍼들과 만날기회가 없었는데 ‘쇼미더머니’에 나가 작업도 하고 술도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트렌디한 랩, 힙한 스타일의 음악과 플로우를 하고자 해서 가사 표현 스타일도 바뀌었다. 요즘 친구들의 음악과 랩도 많이 들었다. 열가지 조언도 듣고 타이틀곡 멜로디를 페노메코에게 직접 찾아가 부탁할 정도로 다 내 자신을 내려놓았다.”

슬리피의 첫 미니앨범은 아직 음원차트나 대중적으로 아직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지 않지만 힙합신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점차 나오고 있다. 슬리피는 “사실 음원은 100위권 밖이지만 생각지 않게 앨범 평이 너무 좋다. 기대 자체를 안하기도 했지만 멜론 댓글의 90% 이상 호평이 나오는 등 힙합 팬들의 반응이 바뀌었다. 역대급이라는 글도 3~4개 있더라.(웃음) 커뮤니티에서도 좋다는 글이 조금씩 올라오는데 적은 수라도 굉장히 고맙고 만족하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주위의 래퍼들도 앨범 발매 후 슬리피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졌다. “(과거에는) 앨범이나 신곡에 대해 물어보면 둘러서 말하는 친구도 있고 솔직히 별로라고 하는 친구도 있었다. 내가 콘셉트를 정하고 직접 다 연락을 하는 등 의미있는 앨범인데 솔직히 수익에는 도움이 안되는데 래퍼들한테 처음으로 앨범 좋다고 연락이 외기도 하고 이제는 음악하는 사람이 좋다고 할때가 제일 행복하다. 비스메이저와 하이라이트는 원래부터 친한데 아이들이 날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고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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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S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