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신태용 감독의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축구대표팀의 신태용 감독이 19일 오후(현지 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회복훈련을 진행하며 시계를 살피고있다. 2018.06.19.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2, 5, 7, 11. 일본-호주-사우디아라비아-한국 감독의 재임 개월수다.

아시아 팀들에게 2018 러시아월드컵 준비 과정은 유난히 힘들었다. 2011년부터 카를로스 퀘이로스 감독이 사령탑을 맡은 이란을 제외한 나머지 4개국이 대회 직전 감독을 교체하면서 불안감 속에 대회를 시작했다. 일본은 대회 두 달 전인 지난 4월 바히드 할릴로지치 감독이 경질되고 니시노 아키라 감독이 선임됐다. 호주는 호주의 베르트 판마르바이크 감독은 올해 1월 지휘봉을 잡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새 감독 후안 안토니오 피지는 지난해 11월에 팀을 맡았다. 지난해 7월 부임한 한국의 신태용 감독 재임 기간이 길어 보일 정도로 아시아 팀들은 대회가 임박한 시점에 새 지도자를 호출했다. 네 팀 감독의 평균 재임 기간은 6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비슷한 출발선에서 대회를 시작했으나 결과는 엇갈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의 출발은 나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개최국 러시아와의 개막전서 0-5로 대패하며 망신을 당했다. 한국은 스웨덴에 패했다. 스웨덴이 잘해서 진 게 아니라 한국이 못해서 승점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두 팀의 공통점은 스타일이 애매모호하다는 점이다. 어떤 축구를 구사하는지 정의하기 어렵다. 사우디라아비아는 판마르바이크 감독 시절 빠른 공수 전환을 바탕으로 하는 콤팩트한 축구로 예선을 통과했다. 전체적으로 공수 밸런스가 잡힌 팀이었다. 하지만 피지 감독은 러시아전에서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피지 감독은 본인이 추구하는 공격적인 스타일로 러시아를 공략하려 했지만 오히려 수비에 구멍이 생기면서 와르르 무너졌다. 스타일이 없기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신 감독은 스웨덴을 상대로 콘셉트 없는 경기를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선수비 후역습 전술도, 아니면 아예 주도권을 쥐는 공격 축구도 아닌 무색무취 패턴이 경기 내내 이어졌고 유효슈팅 0회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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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일본축구협회

반면 프랑스를 상대로 선전한 호주나 콜롬비아를 잡은 일본은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축구로 좋은 평가를 내거나 결과를 얻었다. 호주는 판마르바이크 감독 지도 아래 힘과 높이, 스피드를 앞세운 축구로 우승후보 프랑스를 괴롭혔다. 호주는 선수들 신체조건이 유럽 스타일이라 웬만한 팀과 부딪혀도 밀리지 않는다. 실제로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호주는 중원에서 탄탄하게 싸우며 오히려 더 나은 경기를 했다. 패하기는 했지만 남은 두 경기에서 희망을 기대할 만한 상황이다. 전임 감독이 나라 정서에 반하는 선 굵은 축구를 추구해 갈등을 빚었던 일본의 경우 원래 스타일로 회귀했다. 일본은 콜롬비아를 상대로 특유의 아기자기한 패스 플레이를 구사했다. 상대가 조기에 한 명이 퇴장 당하는 행운이 따르기는 했지만 결국 자신들의 장점을 극대화 하는 작전으로 승리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란이 퀘이로스 감독 지도 아래 끈끈한 수비와 날카로운 역습으로 모로코를 잡은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결과다. 전력이 떨어지는 팀에게 일관성, 색깔, 스타일이 왜 중요한지 아시아 국가들의 초반 경기를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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