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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리카전 승리를 이끈 브라질 축구대표팀이 23일 러시아 소치 YUG스포츠센터에서 진행된 회복 훈련에서 몸을 풀고 있다. 아래는 마르셀로 등 일부 선수가 축구공으로 탁구를 연상케 하듯 주고받고 있다. 소치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소치=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천신만고 끝에 러시아 월드컵 첫 승리를 신고한 ‘삼바군단’ 브라질이 한결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회복훈련을 했다. 다만 월드컵 내내 불편한 심기를 보인 네이마르 다 실바는 이날 자취를 감췄다.

브라질 축구대표팀은 23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YUG스포츠센터에서 진행된 회복 훈련에서 가벼운 러닝과 코어 훈련 위주로 전날 사투 흔적을 지웠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스위스와 졸전 끝에 1-1로 비긴 브라질은 전날 코스타리카와 2차전에서도 후반 45분까지 0의 균형을 깨지 못했다. 그러다가 후반 추가 시간 필리페 쿠티뉴, 네이마르 다 실바의 연속골이 터지면서 2-0 완승했다. 1승1무(승점 4·골득실 +2)를 기록하면서 스위스(승점 4·골득실 +1)에 골득실에서 앞서 조 1위로 올라섰다.

어렵게 따낸 승리인 만큼 경기 후 브라질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간판 공격수인 네이마르가 경기 종료 호루라기가 울리자마자 감정이 복받친 듯 그라운드에서 펑펑 울었다. 4년 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당시 8강에서 다쳐 완주하지 못했다. 러시아에서 새 꿈을 꾸는 그는 스위스전 부진과 더불어 언론, 팬의 비판을 받으면서 상심이 컸다. 브라질 일간지 ‘오 글로보’는 경기 후 “월드컵 두 번째 경기에서 눈물을 흘리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며 “팀을 위해서라도 정신적으로 나약한 모습이 아니라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꼬집어 눈길을 끌었다. 더구나 네이마르는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도 아무 말 없이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스위스전에서 부진했던 자신을 향해 강한 어조로 비판한 자국 언론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해석했다. 네이마르는 코스타리카전에서 심판 판정에 자주 불만을 보였다. 후반 막판엔 공을 그라운드에 내던지고, 상대 선수에게 거친 욕설까지 했다. 심지어 주장 티아고 실바와도 충돌하는 등 경기 내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다가 후반 막판 극적인 골에 성공하면서 기사회생했다. 네이마르는 언론 인터뷰를 거절한 대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여기에 오기까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 모른다. 난관을 극복한 것에 대한 기쁨의 눈물이었다’면서 그간 남모를 고충이 있었음을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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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훈련장을 찾은 취재진이 영상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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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로 돌아온 이날 브라질 뿐 아니라 수많은 외신이 훈련장을 찾았다. 그러나 네이마르는 나타나지 않았다. 코스타리카전에 풀타임으로 뛴 마르셀로를 비롯해 호베르투 피르미누, 카세미루, 파울리뉴 등 모두 회복 훈련에 참가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마르셀로는 마치 탁구를 하듯 축구공으로 테이블 위해서 발과 머리를 이용해 동료들과 놀이처럼 훈련했다. 카세미루, 파울리뉴는 피지컬 트레이너와 훈련장을 뛰면서 땀을 냈다. 각자 컨디션에 맞춰서 회복에 집중했는데 네이마르는 등장하지 않았다. 현지 미디어 담당관은 네이마르의 불참 이유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는데, 그 뿐 아니라 쿠티뉴 등 6명의 선수도 훈련에 오지 않아 내부에서 별도로 휴식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네이마르는 피로 회복 뿐 아니라 일련의 언론과 불편한 관계 등을 이유로 자체적으로 완전 휴식을 원했다는 얘기도 있다. 훈련에 앞서 경기장에서 만난 한 브라질 기자는 “개인적으로 네이마르기 팀 분위기를 깨고 있다”며 “네이마르 위주로 팀 분위기를 이끄는 코치진도 현재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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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데노르 레오나르도 바치(티테) 브라질 축구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을 주시하고 있다.

한편, 코스타리카전 극적인 골이 터진 뒤 세리머니 과정에서 경미한 부상을 입은 아데노르 레오나르도 바치(티테) 감독은 이날 훈련장에 등장했다. 그는 전날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려다가 왼쪽 햄스트링을 살짝 다쳤다”고 고백했다. 이날 훈련장에서 많이 움직이진 않았지만 정상적으로 훈련을 지휘했다. 그러나 간간이 왼쪽 허벅지에 손을 갖다대는 등 불편한 모습은 보였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