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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과 정태욱이 19일 훈련에서 볼을 다투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반둥=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이제 ‘손’을 써야 할 때다.

손흥민(26·토트넘)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 중인 23세 이하(U-23) 이하 축구대표팀의 주장이다. 와일드카드로 합류해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당초 김학범 U-23 대표팀 감독은 손흥민을 조별리그에서 아낀 후 더 중요한 토너먼트 라운드에 돌입하면 중용할 계획이었다. 경기가 2~3일 간격으로 타이트하게 열리는 만큼 대회 초반에는 체력을 안배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E조 2차전서 말레이시아에 충격패를 당하면서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 당장 20일 열리는 3차전 키르기스스탄과의 경기부터 손흥민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 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아시안게임에서는 조별리그 3위 중 상위 네 팀까지 16강행 티켓을 손에 넣는다..한국은 이미 승점 3점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키르기스스탄에 패해도 턱걸이할 수 있다. 현재 승점 1점을 확보 중인 키르기스스탄과 B조의 방글라데시도 생존이 가능하다. 다만 분위기를 반전하고 조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에서 손흥민의 출전이 불가피해졌다. 김 감독은 2차전에서 로테이션을 가동했다가 낭패를 봤다. 정식 평가전 없이 대회에 돌입해 여러 선수를 테스트하다 말레이시아에 일격을 맞았다. 두 경기를 통해 경기에 나서지 않은 선수는 센터백 정태욱이 유일하다. 선수 대부분의 기량을 눈으로 확인했고 어느 정도 평가를 마쳤으니 이제 100% 전력을 구축해 팀을 완성해야 한다.

손흥민은 공격의 핵심이다. U-23 대표팀이 활용하는 3-5-2, 3-4-3 포메이션에서 공격의 모든 역할을 소화할 수 있다. 탁월한 골 결정력과 슛 능력, 상대 뒷공간을 공략하는 노하우는 아시아에서 따라올 선수가 없다. 정상 컨디션으로 뛰기만 하면 아시안게임에서는 손흥민을 막을 상대가 없다. 인도네시아에 도착한지 일주일이 지나면서 시차, 환경 적응도 어느 정도 마쳤다.

리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손흥민은 필수다. 지난 말레이시아전이 끝난 후 손흥민은 “초반에 실점하고 만회골을 넣지 못해 선수들이 당황한 것 같다. 경기장 안에서 컨트롤을 했어야 하는데 그럴 선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U-23 대표팀은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내준 후 우리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사소한 실수, 부정확한 패스를 남발했고 집중력도 떨어졌다. 손흥민이 지적한 대로 피치 위에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다독이면서 분위기를 가져올 역할을 할 만한 선수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골키퍼 조현우마저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팀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향후 토너먼트 라운드를 생각하면 손흥민을 아낄 필요가 있지만 지금 당장 반전을 만들어야 한다. 체력 안배는 이른 시간에 교체 아웃을 통해 도모할 수도 있다. 자칫 키르기스스탄전도 말레이시아전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면 손흥민 같은 리더가 반드시 필요해진다. 교체로 들어갈 수도 있지만 말레이시아전을 보면 아무리 손흥민이라도 한 번 넘어간 흐름을 쉽게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손흥민은 “몸 상태는 괜찮다. 아무 문제 없다. 감독님과 상의해야겠지만 컨디션은 좋아지고 있다”며 키르기스스탄전 출전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경기 하루 전 겔로랑 반둥 라우탄 아피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훈련에서 때도 가벼운 몸놀림을 선보이며 출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손흥민은 훈련 내내 진지하면서도 밝은 표정으로 선수들을 이끌었다. 날카로운 슛 감각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손흥민의 출전 여부는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없다. 양해를 바란다”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총력전을 펼치겠다. 마지막 경기라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쏟겠다. 시스템과 선수 구성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물러설 데가 없는 만큼 손흥민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