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선수 시절 최강희 감독.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김현기·정다워기자]영원할 줄 알았던 전북과 최강희 감독의 동행이 마침표를 찍는다.

최강희 감독이 예상대로 중국 슈퍼리그(1부) 톈진 취안젠에 부임한다. 전북 구단은 “최 감독이 14년간 잡았던 전북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톈진 취안젠 감독 제의를 수락했다”고 22일 공식 발표했다. 최 감독은 지난 2016년 초 전북과 5년 장기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그러나 구단 사장까지 찾아와 러브콜을 보낸 톈진의 정성을 뿌리치지 못하고 회갑이 되는 내년에 생애 첫 해외 진출을 이루게 됐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최 감독 부임 기간은 3년이다.

최 감독의 톈진행 확률이 높다는 점은 지난 10월 12일 본지 보도로 구체화됐다. 그는 올해 톈진을 비롯 상하이 선화와 산둥 루넝, 다렌 이펑 등 4개 구단의 이런 저런 러브콜을 받고 있었는데 톈진이 일찌감치 유력한 1순위였다. 축구계에선 상하이 선화도 변수로 꼽았으나 대세에 지장을 주진 못했다. 톈진은 최 감독에게 3년간 코칭스태프 급여 포함 250억원이란 거액을 제시했다. 여기에 박충균 전북 코치가 갑자기 톈진 임시 감독으로 부임한 것도 예사롭지 않았다. 톈진은 올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8강에 오르는 등 중국 구단 중 성적이 가장 훌륭했으나 정작 슈퍼리그에서 강등권까지 떨어져 위기에 직면했다. 결국 올해까지는 지휘봉을 잡을 것 같았던 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수자 감독이 지난 4일 경질됐고, 그런 가운데 박 코치가 강등권 탈출을 위한 임시 감독으로 전북을 떠나 톈진으로 부임했다. 중국 언론은 “슈퍼리그 26~30라운드 5경기를 박 코치가 관리하고 시즌을 마치면 최 감독이 이후 정식 사령탑으로 오는 수순”이라고 주장했는데 현실이 됐다. 톈진은 지난 20일 상하이 선화와 1-1로 비겨 승점 28을 기록, 강등권 두 팀 중 순위가 높은 허난 젠예(승점 25)에 불과 3점 앞서 있다.

최강희
최강희 전북 감독이 2005년 12월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A컵 결승에서 우승한 뒤 감독상을 받고 있다. 최 감독은 이 우승을 시작으로 ‘전북 왕조’를 일궈나갔다. 배우근기자

최 감독 중국행은 K리그에 큰 변화를 몰고 오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수원과 대표팀 코치를 거쳐 지난 2005년 여름 전북 사령탑으로 온 최 감독은 국내 1부리그 우승 6회, ACL 우승 2회, FA컵 우승 1회 등 총 9번의 트로피를 안겨, 평범한 지방 구단 전북을 일약 국내 최고 명문, 아시아 정상권 팀으로 변화시킨 명장이다. 이에 더해 공격적이고 재미있는 내용의 축구 스타일 ‘닥공’을 구사하며 한국프로축구의 경기력을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호평도 받았다. 전북은 이제 평균 1만명 이상이 몰려드는 인기 구단이 됐다. 최 감독은 떠나보내는 전북은 이제 새 판을 짜야 한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지난 2013년 은퇴한 뒤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한 번도 이루지 못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처럼 될 지, 취약점인 유소년 육성까지 보완해 누가 지휘봉을 잡아도 유럽 정상급 팀으로 군림하는 레알 마드리드나 FC바르셀로나처럼 될 지 시선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백승권 전북 단장은 “일반적으로 최 감독 급의 지도자가 움직이면 코치들도 함께 가지 않나. 최 감독이 원하면 코치들도 보낼 생각”이라며 “외국인 감독을 포함해 능력, 성과, 지도력, 인성까지 모두 보고 뽑겠다. 최 감독이 오래 팀을 이끈 만큼 차기 사령탑도 장기간 팀을 맡을 사람이길 바라며 아울러 전북의 팀 정서에도 맞는 감독을 데려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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