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n-young-ko-1130022228
고진영이 17일(한국시간) 호주 애들레이드의 그레인지 골프클럽에서 열린 ISPS 한다 호주 여자오픈 최종라운드에서 8언더파를 기록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제공 | LPGA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황금돼지’의 기운을 받은 고진영(24)이 디펜딩챔피언의 저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지난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왕의 자존심을 세우기에 충분한 플레이였다.

고진영은 17일 호주 애들레이드에 위치한 그레인지 골프클럽(파72·6648야드)에서 열린 ISPS 한다 호주 여자오픈(총상금 130만 달러) 최종라운드에서 무려 8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디펜딩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한 고진영은 지난 14일 1라운드에서 4언더파로 기분좋게 출발했다. 그러나 2라운드에서 이븐 파로 주춤했고 3라운드에서 세 타를 줄이며 공동 6위(3라운드 합계 7언더파)로 최종 라운드를 맞이했다.

3번 홀(파4)에서 첫 버디를 낚으며 흐름을 탄 고진영은 5번홀(파5)까지 3연속 버디로 단숨에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8번홀(파3)에서도 버디를 기록해 전반에만 4타를 줄여 선두 경쟁에 뛰어 들었다. 후반에도 첫 세 홀에서 버디기회를 아쉽게 놓쳐 파 세이브 행진을 이어갔다. 13번홀(파5)에서 기다리던 버디를 잡아낸뒤 14번홀(파3)까지 타수 줄이기에 성공했다. 이어 징검다리 버디(16번, 18번홀)를 낚아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건져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고진영
고진영. 사진제공 | KLPGA

부담이 큰 대회였다. 디펜딩챔피언이자 지난해 신인왕이라 ‘2년차 징크스’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고진영은 자신의 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2년차 징크스라는 단어는 말을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어낸 허상이라고 생각한다. 필드 위에 서 있는 동안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나만의 골프를 통해 2년차 징크스를 지워내겠다”며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비록 두 타 차 준우승이라 아쉬움이 남지만, 개막전을 좋은 성적으로 치러 2년차 징크스와 무관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고진영은 이날 첫 버디를 깃대를 꽂아둔 상태로 낚은 뒤 짧은 퍼트 때에도 깃대를 꽂아놓고 플레이 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송곳 아이언 샷’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그린을 단 한 번(그린적중률 94.44%)만 놓쳤다. 1, 2라운드 때 다소 아쉽던 퍼트감을 3라운드부터 회복해 최종 라운드에서는 홀당 1.53개꼴인 27번의 퍼트로 경기를 마쳤다. 퍼트 집중력만 유지한다면 언제든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한 최종라운드였다.

jeongeun-lee6-1130023612
호주 여자오픈을 통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전을 치른 이정은은 톱10 진입으로 이번시즌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사진제공 | LPGA

기대를 모았던 ‘핫식스’ 이정은(23)은 최종라운드를 이븐파로 마쳤다.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공동 10위에 이름을 올려 데뷔전에서 톱10에 진입하는 저력을 보였다. 전반 4번 홀까지 보기 2개를 범해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전반 마지막인 9번홀(파4)가 후반 첫 홀인 10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낚아 상승세를 탔다. 12번홀(파3)에서 다시 버디를 낚아 상승세를 타는 듯 했지만 15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해 아쉬움을 남겼다. 세컨샷이 흔들려 그린 적중률이 61.11%(11/18)에 머문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정은은 “숏 아이언과 퍼트감이 완벽하지 않아 경기를 치르면서 잡아나가야 한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는데 이 부분에 결국 발목을 잡혔다. 그러나 풀 시드를 받아 출전한 첫 대회에서 톱10에 진입했다는 것만으로도 ‘슈퍼루키’로 불리는 이유를 증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향도 이날 4타를 줄여 이정은과 공동 10위에 이름을 올렸고 이미림은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로 공동 15위로 대회를 마쳤다.

nelly-korda-1125159163
견고한 샷 감각을 뽐낸 넬리 코다가 2012년 언니 제시카에 이어 7년 만에 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자매로 이름을 올렸다. 사진제공 | LPGA

이번 대회 우승은 최종 라운드에서 5타를 줄여 4라운드 합계 17언더파 271타를 적은 미국의 넬리 코르다(21)가 차지했다. 넬리 코르다는 이날 우승으로 생애 두 번째 LPGA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호주 오픈이 LPGA투어로 격상한 2012년 초대 우승을 따낸 언니 제시카에 이어 자매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넬리의 부친인 페트르는 1998년 테니스 호주 오픈에서 남자 단식, 남동생 세바스찬은 지난해 호주 열린 세계주니어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코르다 집안에 호주는 약속의 땅 그 자체였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