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기태 감독과 하라 감독...이야기꽃 [포토]
KIA 김기태 감독과 요미우리의 하라 감독이 20일 오키나와 나하 셀룰러 스타디움에서 이야기 나누고 있다.

[오키나와(일본)=배우근 기자] 아무리 연습경기라도 긴장감은 흐르기 마련인데, 셀룰러 스타디움에 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는 예외였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오키나와의 따뜻한 기온처럼 훈훈했다. 경기 직전에는 양 팀이 한데 뭉쳐 단체 기념사진까지. 그 일련의 중심에 김기태 감독이 있었다.

KIA 김기태 감독...아베 만나서 반가워 [포토]
김기태 감독과 아베.

요미우리 선수들이 먼저 김기태 감독을 찾기 시작했다. 다시 마스크를 쓰게 된 명포수 아베 신노스케는 KIA 더그아웃까지 방문해 인사를 나눴다. 그는 김 감독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각별한 사이임을 자랑했다. 이날 아베의 방문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경기 직전에 원정 더그아웃을 재방문했다. “보스는 어디 있냐”며 김기태 감독을 재차 찾은 것. 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남았는지, 아베는 감독실 문을 ‘똑똑’ 노크했다.

KIA 김기태 감독과 사마코토 주장...만나면 반가워요 [포토]
KIA 김기태 감독이 사카모토 하야토 주장과 포옹하고 있다.

요미우리의 주장 사카모토 하야토는 그라운드에서 김기태 감독과 마주한 채 연신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이야기꽃을 피우던 두 사람은 한참이 지나서야 두 팔을 벌려 포옹하며 작별 인사를 대신했다. 사실 이런 살가운 모습은 김 감독이 오키나와에서 요미우리 선수들을 만날 때면 늘 펼쳐지는 연례행사다.

KIA와 요미우리...경기전 기념사진 [포토]
KIA 선수단이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연습경기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기태 감독이 요미우리 선수들과 친밀한 이유가 있다.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요미우리에서 코치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당시에도 넉넉한 품으로 선수들을 지도하며 인정받았다. 그는 요미우리에서 2군 육성 코치와 타격 코치 보좌, 2군 타격 코치를 맡았다. 이는 외국인 코치 연수자가 정식 코치가 된 첫 사례였다.

KIA 김기태 감독과 요미우리 주장 [포토]
김기태 감독과 이야기하며 함박웃음을 짓는 요미우리 주장 사카모토 하야토.

인간미와 지도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김기태 감독은 유망주 위주로 구성된 퓨처스팀 사령탑을 맡기도 했다. 현 주장 사카모토도 10여 년 전 신인시절 김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요리우리의 간판으로 성장했다.

KIA 김기태 감독과 하라 감독...이야기꽃 [포토]
김기태 감독과 하라 감독

요미우리 선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김 감독은 홈팀 더그아웃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올시즌 다시 요미우리의 지휘봉을 잡게 된 하라 감독이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친한 친구처럼 격의없이 환담을 나눴다. 김기태 감독은 하라 감독이 사령탑에서 잠시 물러나 있을 때에도 안부를 주고 받았고, 하라 감독은 2017년 KIA가 정상에 올랐을 때 김 감독에게 축하전화를 하는 등 서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라 감독.. 홍코치 만나서 반가워요[포토]
KIA 김기태 감독이 홍세완 코치를 하라 감독에게 소개하고 있다.

이날 하라 감독과 조우한 김 감독은 주변의 KIA 코치와 선수들을 그냥 보내지 않았다. 일일이 불러 하라 감독에게 인사를 시켰다. 소개를 받은 하라 감독은 악수를 청하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하라 감독의 세심한 타격 지도 [포토]
하라 감독이 류승현에게 타격지도를 하고 있다.

이날의 특별 게스트는 KIA 유망주 류승현이었다. 김기태 감독이 훈련 중이던 그를 불러 하라 감독에게 소개했다. 상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하라 감독이 류승현에게 타격 지도를 하기 시작한 것. 김 감독의 요청으로 성사된 깜짝 이벤트였다.

하라 감독...이런 폼으로 [포토]

즉석에서 이뤄진 야구 수업이었지만, 하라 감독은 허투루 지도하지 않았다. 직접 류승현의 몸을 만져가며 타격폼을 지도했고, 자신이 수차례에 걸쳐 직접 시범을 보였다. 하라 감독은 류승현의 하체 회전과 팔 각도에 대해 집중적으로 지도했다.

하라 감독...류승현에게 세심지도 [포토]

특히 스윙을 시작할 때 손목의 이동에 대해 강조했다. 하체의 움직임에 앞서 손목이 미리 몸 앞으로 나와야 몸쪽공에 대응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김기태 감독도 틈틈이 도우며, 두 감독의 합동 레슨이 셀룰러 스타디움에서 진행됐다.

하라 감독...저 선수 괜찮은데! [포토]

하라 감독은 일본프로야구 통산 382홈런을 쏘아올린 요미우리의 레전드다. 경기 직전 취재진을 만난 김 감독은 ‘류승현 레슨’에 대해 “하라 감독에게 지도를 받는 건 일본에서도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두 사령탑의 신뢰가 얼마나 두터운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라 감독...원포인트 레슨 보람이 있군[포토]
하라 감독이 20일 셀룰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KIA전에서 이날 레슨을 한 류승현의 안타장면을 보고 있다.

하라 감독의 레슨은 바로 효과를 나타냈다. 류승현은 이날 요미우리 주전이 대거 포진한 경기에서 8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깨끗한 중월 2루타를 때려냈다. 9회말에는 내야안타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수비에서는 이범호의 부상으로 빈 내야 핫코너를 책임졌다. 공수에서 고른 활약으로 류승현은 값진 경험에 걸맞은 눈도장을 찍었다. 그 시작과 끝에 김기태 감독이 있었다.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