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석혜란기자] "안녕하세요. 에이코닉 모델 김성찬입니다. 올해 서른 살이고, 현재는 소속사에서 '큰언니'를 맡고 있습니다."


차가워 보이는 첫인상과 달리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빵 터졌다. 개성 강한 마스크와 유니크한 애티튜드로 업계의 수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는 모델 김성찬(30·에이코닉). 182cm의 키에 유난히 작은 얼굴, 역시 모델은 모델이었다. 진지하면서도 솔직하고 털털했다.

그는 지난 2013년 구원정 디자이너 브랜드인 '2014 S/S 언바운디드 어위' 패션쇼를 통해 데뷔했다. 이후 매년 서울 패션위크에서 8~9개의 쇼에 서며 대세 모델로 급부상했다. 대중들에겐 2014년 방송된 온스타일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시즌 5 가이즈&걸즈'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당시 무거운 분위기가 감도는 오디션 현장에서 차진 콩트로 심사위원들을 웃음바다로 만든 바 있다. 길에서 지금도 자신을 알아보는 게 감사하고 신기하다는 그였다.

얼마 전 유튜브를 시작한 그는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며 요즘 밀고 있다는 유행어 "렛츠개기릿!"을 외치고 있다. 유튜브를 찬찬히 살펴보면 그만의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나도 모르게 '피식'하며 웃고 있는 건 덤. "제가 팬클럽이 있거든요. 글보다 영상으로 조금 더 가깝게 소통하고 싶어서 개설했습니다. 아직은 초보 유튜버라서 서툴 수 있는데 그래도 열심히 촬영하고 제작하고 있으니 많이 놀러 와 주세요."

그는 모델인가 예능인인가. 안 본 사람은 있을 지 몰라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것 같은 김성찬. 수다(?)에 가까운 인터뷰를 이어가다가도 카메라 앞에 서자 눈빛이 돌변했다. 모델로 초보 유튜버로 그리고 서른 살 청년으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김성찬을 삼청동 카페 보드레-안다미로에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패션쇼 끝나고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감사하게도 광고 미팅 등 일정이 있어서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 기억에 남았던 쇼는.


이무열 디자이너의 '유저(YOUSER)'라는 컬렉션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 쇼의 콘셉트가 원시 부족이었거든요. 상하의를 바꿔 입거나 옷을 뒤집어 입는 등 반전 있는 무대 연출이 신선하게 느껴졌고 저의 개성을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젠 오디션 볼 때 처음 데뷔할 때만큼 떨리진 않겠다.


데뷔 초 때와는 다른 떨림이 있죠. 원래는 제가 오디션을 안 봤는데 이번 서울패션위크 시즌에는 '에이코닉'과 계약 후 처음으로 오디션에 참가했습니다. 회사를 대표해서 참가한다고 생각하니 떨리더라고요.


- 오디션 잘 보는 방법이 있을까.


사전에 그 쇼가 어떤 콘셉트인지 잘 알아보고 오디션에 참석하는 게 제일 중요하죠. 예를 들어 '송지오 옴므'라던지, '김서룡' 패션쇼는 클래식한 정장 브랜드이기 때문에 맵시가 잘 드러나게끔 딱 맞는 셔츠를 입고 오디션에 참가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요.


- 다른 모델들과는 달리 사전에 공부를 하는 편인 것 같다.


디자이너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쇼에 대한 칼럼까지 읽을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이죠. 또 디자이너 선생님께 물어보는 일도 있습니다.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모델들은 디자이너 선생님과 말을 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더라고요. 전 궁금하면 물어보고 친화력 있게 다가가는 편이거든요.


- 학창시절 꿈도 모델이었는지.


중학교 때부터 꿈이 모델이었습니다. 제가 행동하지 않는 이상 생각하는 것들을 지인들에게 얘기하지 않았어요. 괜히 친구들에게 모델 한다고 얘기했다가 잘 안 될 수도 있잖아요. 친한 친구들도 몰랐을 거예요. 그렇게 인터넷으로 런웨이 쇼라든지 화보를 검색하고 공부하며 꿈을 키웠죠. 그렇게 준비하다가 군대도 다녀와서 활동하는 게 좋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 말고도 다른 분들도 이 일에 대한 확신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우선 군대를 다녀오고 시작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다시 강조하지만 전 군.필.자. 입니다. 하하


- 모델 데뷔 전에는 무슨 일을 했었나.


정식으로 데뷔하기 전에도 계속 모델계에서 조금씩 일하고 있었죠. 그때는 경력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출사 모델이라든지 비공식 품평회 행사를 통해 활동했습니다. 그리고 '슈마커'라는 브랜드의 전속 모델로도 활동했었고요.


- 런웨이에 오를 때 특별했던 에피소드가 있을까.


'2019 F/W 피플 오브더 월드' 쇼에서 하이힐을 신고 쇼에 섰던 경험이 기억에 남네요. 젠더리스(남자 같은 여자, 여자 같은 남자) 콘셉트로 화보 촬영 진행은 많이 해봤었는데 직접 신고 걸어 본 적은 처음이었거든요. 그런데 주위 반응을 보니 '정말 잘 걸었다'며 칭찬해주시더라고요.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잘 한 것 같았습니다. 특히 친한 동료 여성 모델보다 잘 걸었더라고요. 누구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도수코'에 출연했더라. 오디션 당시 등장부터 강렬했다고.


그때 당시 제 오디션 영상 보셨나요? 오디션 현장에서 "성찬이 어디 있지. 여기 있지~"라면서 웃음 코드로 내세웠고 다행히 현장에 계신 심사위원분들과 스태프분들께서 모두 웃음바다가 됐거든요. 그런데 오디션이 끝나고 같이 출연한 모델들이 걱정됐는지 다들 괜찮겠냐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본 방송이 시작되기 전에 제 오디션 영상이 선공개까지 됐고요. 그때 댓글 반응이 '저 오빠 뭐지?', '대박이다'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조기 탈락에 아쉽다는 반응도 있더라.


저도 아쉽다는 댓글 읽은 적 있습니다. 지금에서야 밝히는 뒷이야기지만 방송은 짜인 각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 헐뜯어야 작가님이나 PD님이 좋아하세요. 저도 물론 원하는 방향으로 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김성찬이라는 제 이름 석 자를 조금이나마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도수코' 참가 기준이 현역에서 활동하지 않는 모델이어야 하는데, 막상 출연하고 보니 활동 중인 분들도 몇몇 있더라고요. 저 포함해서 4명만 회사가 없었고, 나머지 분들은 소속사가 있으시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아쉽더라고요.


- 그래서인지 평소 패션도 독특하다.


모델로서 중요한 건 바로 자신감이라고 생각합니다. 패션도 마찬가지죠. 저는 평소에 제 마음에 들면 무조건 구매하거든요. 성별 구분 없이 쇼핑하는 편입니다. 대신에 쇼핑도 계획적이고 신중하게 하는 편이죠.


-본인만의 매력 포인트는.


제가 또 긴 머리 이전에는 광대로 먹고산 모델인데요. 머리 묶으면 또 분위기가 확 달라지죠. '도수코' 때도 심사위원 중 한 분이 머리 묶어보라고 하시더니 광대를 칭찬해주시더라고요. 그리고 턱까지 해서 저의 3대 매력 포인트가 있다고 볼 수 있죠.


- '모델 김성찬의 성난 여친'이라는 팬클럽도 있더라.


제가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출연 전부터 생겼던 팬클럽입니다. 처음에는 '모델 김성찬의 팬카페'였어요. 그런데 한 팬이 우리도 아이돌처럼 특별한 이름을 만들자 해서 투표도 하고 고심 끝에 '모델 김성찬의 성난 여친'이라고 지었습니다. 뜻은 '성찬이한테 사랑을 받고 싶어서 성이 난 여자 친구들' 입니다. 그런데 요즘 카페지기분이 남자친구가 생겨서 활동이 뜸하네요. 남자친구 있는데 제가 연락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요.


- 그렇다면 이 카페에선 남성 팬도 '여자친구' 인 것인지.


네 그렇죠. 남성 팬들도 여자친구라고 부르죠. '형 저도 여자친구인 건가요'라고 묻길래 맞다고 해줬죠. 하하하하


- 최근 유튜브도 시작했더라.


사실 제가 올해에는 '성난 여친' 팬클럽에서 활동을 못 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유튜브를 개설해서 조금 더 팬분들과 소통하고자 개인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당분간은 저의 일상 등을 올릴 예정입니다.


- 긴 헤어스타일이 눈길을 끈다. 제약은 없는지.


제약은 당연히 있죠. 주위에서도 자르라고 권유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모습이 모델 김성찬으로 성장하게 해줬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절 키워가다보면 언젠가는 저에게 맞추는 날이 오겠죠.


- 머릿결 관리 꿀 팁이 있다면?


DM으로도 자주 받는 질문이에요. 그때마다 답변해주는데 숍에서도 꾸준히 관리하지만 홈 케어도 무시 못할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머리 긴 사람들은 머리를 감은 후 드라이를 속까지 싹싹 잘 말려줘야 건강한 두피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도 최대한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숙면도 잘 취해야 하고요. 그리고 트리트먼트는 꼭 하세요. 린스 말고 트리트먼트입니다.


- 몸매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원래 날씬한 몸매는 아니고 지극히 노력형 입니다. 제가 하는 다이어트는 일반인에게는 비추천하는 방법인데요. 쇼가 있기 두 달 전부터 관리합니다. 나중에는 수분관리까지 해야 해서 물도 안마십니다. 바나나와 요거트 등을 적절하게 배분해서 먹고요. 화보나 광고는 보정하면 되지만 런웨이에서는 조금만 살쪄도 사진이 이상하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죠.


-혹시 모델 일을 하지 않았다면 예능인을 하지 않았을까.


제가 말을 재미있게 하는 편이라 주위 분들께 예능 쪽 관련해서 생각해 본 적 없느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습니다. 저와 만나는 사람들은 기분도 좋고 행복했으면 좋겠거든요. 그래서 항상 밝게 하려고 노력하죠. 오늘도 기자님이 진심으로 웃은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하지만 전 모델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제가 어렸을 때부터 옷 입는 걸 좋아해서 패션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겠네요.


- 버킷 리스트가 있을까


무수히 많죠. 세계 일주를 간다거나 어학 공부는 당연한 거죠. 그런데 모델도 공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약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소소한 것들을 하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앞으로도 열심히 런웨이나 광고에 출연해서 저를 계속 알릴 예정이니 많이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대중들이 "아 김성찬이네"라고 하는 그 날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글·사진 ㅣ 석혜란 기자 shr1989@sportsseoul.com, 온스타일 방송화면, 김성찬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