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4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7 서울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그룹2 예선 라운드 한국과 핀란드의 경기에서 한국의 김호철 감독이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다. 박진업기자

[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대한민국배구협회가 국가대표팀 사령탑 재임기간중에 프로팀으로 이적을 시도해 논란을 낳았던 김호철 남자배구대표팀 감독에 대해 1년 자격정지 중징계를 내렸다.

배구협회는 19일 긴급 스포츠공정위원회를 개최하고 김호철 감독의 프로구단 이직 논란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 제25조 제1항 제5호 ‘체육인으로서의 품위를 심히 훼손하는 경우’를 적용하여 1년 자격정지 중징계를 결정했다. 징계는 같은 규정 제36조 제1항에 의거 그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협회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국가대표팀 운영 전반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여 대표팀 운영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지난 2월 대표팀의 전임 사령탑으로 선임됐고, 이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대표팀의 결승행을 이끌기도 했다. 그의 임기는 022항저우아시안게임까지지만 최근 차기 사령탑 물색에 돌입한 OK저축은행에 감독직을 먼저 제안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감독은 1년 자격정지 결정에 불복할 경우 상위 단체인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결과를 받아들인 경우 자연스럽게 대표팀 감독직이 박탈된다.

한편 배구계에서는 국가대표팀 명예에 큰 생채기를 낸 지도자가 1년 자격정지의 징계를 받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시선도 존재한다. 김 감독은 배구대표팀 사상 첫 전임 사령탑으로 상징성이 컸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모두와의 약속을 어기고 임기 중에 프로팀 지휘봉을 잡기 위해 스스로 발 벗고 나섰다는 점이 공개되자 배구계의 충격이 적지 않았다.

사령탑 공백이 있는 OK저축은행에 먼저 감독직을 제안한 사실을 인정한 이후에도 김 감독이 대표팀 감독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은 점도 베테랑 지도자로서 팬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겼다. 그로 인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 감독은 이번 징계로 사실상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지만 징계 기간인 1년이 지나면 지도자 복귀가 가능하다.

배구협회는 논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정위원회를 조속하게 진행하면서 사태 수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배구협회도 대표팀 운영과 사령탑 관리에 대한 책임을 피할수는 없다. 사령탑 처우개선 등 대표팀 운영 전반에 대한 고민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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