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포토]
김기태 감독.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티가 난다. 수장을 잃은 KIA 선수단은 시간이 흐를수록 얼마나 큰 보호막 아래에서 생활했는지 체감하게 될 것이다.

선수를 특정해 비판하지 않는 지도자는 선수들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지난 2015년부터 이런 기조를 유지하던 KIA 김기태 감독이 팀을 떠난 뒤 이대진 투수코치까지 구단을 떠나 선수단을 둘러싸고 있던 장막이 걷혔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던 민낯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날 선 시선을 타개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이기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패하더라도 ‘잘 싸웠다’는 박수를 받을 수 있다면 차점은 된다.

가급적 “선수에 대한 비난보다 격려와 박수를 보내달라”는 감독의 한 마디는 그라운드 아래 사정을 지켜보는 취재진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지난 16일 성적 부진 책임을 지고 팀을 떠난 김 전감독이나 마운드 부진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이 코치 모두 “내가 부족한 탓일뿐 선수들은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코치는 부진한 투수에 관한 질문을 던지면 “좋아지는 과정”이라거나 “훈련했던 것보다 오버워크를 해서 밸런스가 무너졌을 뿐 잘 가고 있다”고 두둔했다. 어떤 마음인지 알기 때문에 선수단이 훈련과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선수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의 날을 겨누지 않았다.

[포토] KIA 박흥식 감독 대행, 첫 승의 기쁨!
KIA 박흥식 감독 대행이 17일 대전 한화전에서 5-2로 승리한 뒤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로 자축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대행체제로 첫 3경기를 치러 이른바 ‘허니문 기간’도 끝이 났다. 다행히 3연전에서 2승을 따내 잡음을 최소화했다. 홈으로 돌아와 치르는 6연전은 보호막 없이 있는 그대로 외부에 비칠 가능성이 높다. 부진하면 고액연봉을 근거로 날선 비판이 날아들게 불보듯 뻔하다. 이미 박흥식 감독대행도 “외야 플라이를 치고 설렁설렁 뛰는 모습을 보이면 베테랑이어도 쓰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 말 한 마디로 그동안 KIA 베테랑들이 얼마나 나태한 플레이를 했는지 유추할 수 있다. 이 전까지는 ‘햄스트링 부상이 있어서’ ‘고질적인 허리 통증이 있어서’ 등의 변명이 통했지만 앞으로는 ‘전력질주를 할 수 없을 정도라면 그라운드에 서지 말아야 한다’는 식으로 입장이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박 감독대행은 “어느 시점이 오면 리빌딩을 공개적으로 선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리빌딩’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드러낸 김 전감독과 정반대 행보다. 팀 체질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고, 프로 선수들인만큼 각자 자신의 성적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주문이기도 하다. 한 두 경기 반짝할 수는 있겠지만 진격의 호랑이 군단으로 색깔을 바꿀 수 있을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결과로 증명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이 프로 세계다. 1군에 뛰고 싶은 절실함으로 한여름 낮경기에도 최선을 다해 달리고 구르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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