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 윌리엄스
애리조나 시절 맷 윌리엄스.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BO리그에서 대표적인 ‘올드스쿨’로 꼽히던 KIA가 창단 첫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다. 팀 분위기 쇄신을 향한 칼을 빼든 모양새로 김기태 전 감독이 퇴임한 지난 5월 이후 6개월 간 선수단 운영방식의 개괄적인 그림을 그리고 첫 행보를 내디딘 것으로 풀이된다.

KIA는 15일 맷 윌리엄스(54) 오클랜드 작전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윌리엄스 신임감독은 오는 2022년까지 3년간 KIA 체질개선의 선봉에 선다. 2010년 애리조나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해 2013년부터 2년간 워싱턴 감독으로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2014년에는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받을 정도로 지도력을 인정 받았따. 워싱턴 재임시절 179승 145패 승률 0.552를 기록했다.

조계현
KIA 조계현 단장.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이날 미국 LA에서 조계현 단장을 만나 계약서에 서명한 윌리엄스 감독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수들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훈련으로 기량 발전을 이끌어내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감독과 코치는 솔선수범해야 하고, 선수보다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빅리그에서 선수와 지도자로 쌓은 경험을 접목해 KIA가 꾸준한 강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기초를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3루수 출신으로 5차례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선정됐고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상을 각각 4번씩 받았다. 현역시절에는 1866경기에 출전해 378홈런 1218타점 타율 0.268를 기록했고 명예의 전당 후보로 거론되는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KIA 조계현 단장은 계약 직후 스포츠서울과 단독인터뷰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수를 평가하고, 유틸리티가 아닌 고정 포지션을 가진 1, 2군 동기화 등에 깊은 공감을 했다. 팀 문화를 쇄신하고 밝은 분위기를 형성하려는 구단의 지향점과도 같은 철학을 갖고 있다. 기아자동차그룹과 타이거즈의 명성에 걸맞는 커리어를 가진 인물이라 집요하게 매달려 계약을 이끌어 냈다”고 설명했다. 같은 야구관을 갖고 있어 첫 만남부터 공감대가 형성됐고, 메이저리그 감독 인터뷰를 고사하고 KIA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단장 특유의 친화력이 윌리엄스 감독의 마음을 흔든 셈이다.

김병현-2001
맷 윌리엄스 KIA 신임 감독(왼쪽)은 2001년 당시 애리조나 소속으로 김병현과 함께 뛰어 국내 팬에게도 친숙하다. (스포츠서울 DB)

윌리엄스 감독과 워싱턴에서 호흡을 맞춘 마크 워드마이어 전 삼성 코디네이터가 수석코치로 합류한다. 윌리엄스 감독은 오는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곧바로 광주로 이동, 선수단과 상견례 할 예정이다. 함평-KIA 챌린저스필드에서 치르는 마무리 훈련도 직접 지휘할 예정이다. 조 단장은 “아시아야구는 처음 접하기 때문에 마무리 훈련에 직접 참여해 선수단과 프런트 면면을 직접 보고 파악하는 게 낫다는 게 감독님 생각”이라고 밝혔다. 올해 KIA 마무리 훈련은 선수단 전체가 참여하기 때문에 선수단 파악까지 한 달 여 시간이 있다. 이 기간을 거치면서 코칭스태프 세부 조각과 2차드래프트, 스프링캠프 참가선수 명단 등을 작성할 것으로 보인다.

조 단장은 “팀 문화를 바꾸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야구는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라 이 변화를 세밀하게 감지해 먼저 움직일 수 있는 팀이 좋은 구단이다. 특히 강팀으로 도약하려면 뼈대가 튼튼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확실한 포지션 플레이어가 있어야 한다. 선수들이 자기 포지션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코칭스태프가 뒤에서 지원하면서 신뢰를 쌓는 게 이상적인 구도다. 윌리엄스 감독도 ‘선수 육성에는 인내와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육성을 포함한 선수단 운영에 관한 철학이 구단과 궤를 같이하기 때문에 감독님을 잘 보좌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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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사령탑 시절에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팀을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진출을 이끌어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출처=MLB닷컴

창단 첫 외국인 감독 선임으로 방침을 굳힌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새로운 시스템 도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KIA는 전통적으로 위계가 강하고 다소 경직된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김기태 감독 시대를 거치면서 유연해졌지만 여전히 90년대 구단 운영 틀안에 갇혀있다는 지적이 높다. 외국인 감독은 정체된 조직문화에 직접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적임자다. KIA가 외국인 감독 인선을 두고 SK 관계자들의 조언을 경청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화원 대표이사 취임 후 프런트는 상명하복에서 수평관계로 조직문화 변화를 꾀하고 있다. 선수단도 이에 동참해야 원팀이 될 수 있는데, 국내 지도자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구단의 판단이었다.

육성과 트레이닝 등 선수단 관리체계도 직접 메이저리그에서 경험을 쌓은 지도자가 구단과 함께 만들어가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계산도 담겨 있다. 윌리엄스 감독 선임이 그 시작점이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