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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언 제조기로 유명한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모리 아로요 위원장. 사진출처=재팬타임즈 캡처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전형이다. 일본의 모리 요시로(83) 도쿄올림픽조직위원장 얘기다.

모리 위원장은 총리시절(2000~2001년)부터 망언제조기로 유명했다. 천성일 수도 있는데 최근 도쿄올림픽 연기와 관련한 여러 발언에서도 망언을 입버릇처럼 꺼내 놓아 공분을 샀다.

그는 지난 28일 일본 요미우리TV에 출연해 “도쿄올림픽 연기는 누구 하나의 책임이 아니다”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비용을 내지 않으려고 하지만 도쿄도와 조직위, 일본정부와 함께 IOC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각국 스포츠 단체가 올림픽 연기 촉구 성명을 발표하는 등 정상 개최가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이를 IOC 책임으로 전가한 셈이다. 일본 언론은 올림픽 1년 연기로 시설 유지와 보수 등으로 써야하는 비용이 6400억엔(약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비용을 IOC에서도 대야 한다는 게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의 생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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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륜마크. 출처=포브스 홈페이지 캡처

나이제한 규정 탓에 곤혹을 겪고 있는 축구 대표팀에 대해서도 망언을 쏟아 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축구 대표팀이 24세 이하이든 25세 이하이든 내 알 바 아닌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축구대표팀 중 일부가 나이제한 규정 탓에 내년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있다. 모리 위원장은 “올림픽은 최고의 선수가 모여 경기를 하는 대회다. 축구는 올림픽보다 월드컵에 무게가 실려있다. FIFA는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인데, 축구만 제멋대로 23세 이하라는 조건을 걸었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따지고보면 일본이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획득에 사활을 걸고 있는 야구야말로 메이저리그(ML)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엇박자를 내고 있는 대표적인 종목이다. ML의 비협조로 올림픽 야구는 대회 때마다 퇴출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도쿄올림픽에서는 야구 금메달로 국민스포츠의 위상을 되찾아오겠다는 포부로 개최국 특권으로 야구를 정식종목으로 채택했다. 모리 위원장의 논리대로라면 ‘종목 최고 선수인 메이저리거가 출전하지 않는 야구야말로 올림픽에 포함되거나 말거나 알바 아닌 일’이 일본 체육계의 공식 입장이어야 한다. ‘내로남불’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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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위원장이 주도한 패럴림픽 메달 문양이 욱일기를 상징해 논란이 예상된다. 출처=아리랑TV 캡처

모리 위원장은 총리 시절 “일본은 천황을 중심으로 한 신의 나라”라고 말해 뿌리깊은 제정일치 주의자라는 것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영어를 못해 IT혁명을 ‘잇혁명’이라고 불렀고,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에 선임된 뒤 영어를 못한다는 지적을 받자 “영어는 적국의 언어”라고 말해 일본 정계를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다. 일본 자민당 내 유력파벌인 세이와카이 수장격으로 아베 신조 현 총리를 포함해 고이즈미 준이치로, 후쿠다 야스오 등 제국주의 기조를 버리지 않는 역대 총리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2010년 이명박 정부로부터 훈장(수교훈장 광화대장)을 받기도 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