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슬포-손흥민
오는 20일 기초군사훈련 이수를 위해 해병대 제9여단이 있는 모슬포(왼쪽 노란색 원) 지역에 방문하는 토트넘 손흥민. 사진은 지난 2017년 5월 토트넘 동료와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했을 때 팬 환호에 손을 흔들며 화답하는 모습. 이주상기자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제주도 남서쪽에 있는 한적한 동네 모슬포에 기대와 긴장감이 공존하고 있다. 오는 20일 ‘월드 스타’ 손흥민(28·토트넘)이 모슬포에 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코로나19 여파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중단된 가운데 손흥민은 이 기간 기초군사훈련을 받는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금메달 멤버로 병역 특례혜택 대상이 된 그는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에 있는 해병대 제9여단 91대대를 향한다. 손흥민은 EPL 재개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4주를 소화해야 하는 육군 기초군사훈련 대신 지난해부터 3주 체제로 시범운영 중인 해병대를 선택했다. 기초군사훈련 대상자는 훈련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데, 해병대 제9여단 91대대도 3주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해병대는 이전까지 연예인 등 다수 유명인이 거치긴 했지만 손흥민과 인연이 되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한 해군 관계자는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병역 혜택을 받은 운동선수가 해병대를 선택하는 것 자체가 드물기도 했고, 손흥민은 그야말로 대형 선수이지 않느냐. 이번 훈련 기간에 모범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앞으로 (병역 혜택 대상자에게) 또 다른 길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또 함께 지낼 훈련병에게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손흥민의 모슬포행에 기대가 크면서도 우려 목소리도 있다. 현재 제주지방병무청이나 해병대 측은 손흥민의 입소 관련 정보를 함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손흥민의 모슬포행과 맞물려 다수 취재진이나 팬이 몰릴 가능성이 커 안전 대책 등에 민감한 상황이다. 모슬포에 있는 해병대 제9여단 예비군대 한 관계자는 “확실히 손흥민에 관한 관심 수준이 정말 다른 것 같다”고 웃으며 “다른 연예인은 (입·퇴소 현장에) 팬클럽 회원이 주로 모이는 현상이 많은데 이번엔 코로나 시국에도 여러 팬이나 미디어가 몰릴 것 같아서 대대에서도 걱정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서 안전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 시국이어서…”라며 “모슬포는 제주 지역에서도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청정 지역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몰리면 아무래도 부담이 크니까”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 유지로 방문객을 받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터라 지역 군 부대 관계자 등의 신경이 곤두서 있다.

해병대 측은 구체적인 손흥민의 입소 관련 정보를 언급하진 않고 있지만 통상 91대대 기초군사훈련은 사회복무요원 및 예술·체육요원이 입소한다. 1년 세 기수가 참가하는데 제식과 총검술, 행군 등 일반적인 육군훈련이 모두 포함돼 있다. 손흥민은 함께 훈련받는 사회복무요원과 마찬가지로 훈련병 신분으로 참가한다. 훈련을 모두 마치면 이등병 계급장을 단다. 이후 사회복무요원이 방산업체 기관 등에 소집된다면 손흥민은 예체능 요원으로 소집되는 개념이다. 알려진 대로 34개월 동안 현역 선수로 활동하면서 봉사활동 544시간을 이수하면 소집 해제가 된다. 손흥민이 훈련받는 모슬포 내 제주구 해병훈련시설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군이 건립했으나 광복 이후 제주도에 창설된 육군 제1훈련소 지휘소로 사용된 곳이다. 한국전쟁 당시 많은 장병이 훈련한 대표적인 상징물로 지난 2008년 10월1일 등록문화재 제410호로 지정됐다. 커다란 관심만큼이나 손흥민은 역사적인 현장에서 기초군사훈련을 이수하게 됐다.

제주구해병훈련소
6.25 한국전쟁 당시 육군 제1훈련소 지휘소로 활용된 국가문화재 제주구해병훈련소. 제공 | 제주특별자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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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제주특별자치도

한편, 영국 ‘BBC’과 ‘데일리미러’지 등 다수 외신도 ‘토트넘 스타 손흥민이 30㎞ 행군과 사격, 화생방 등 해병대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다’고 일제히 보도하고 나섰다. 전투복을 입는 손흥민 모습 자체가 흥미요소인데 덩달아 한국 해병대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모양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