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IOC 선수위원
유승민 IOC 선수위원 겸 대한탁구협회 회장. 협회 제공

[스포츠서울|김경무전문기자] “이 방법만이 최선인가요? 교육부는 한번이라도 현장의 학부모, 학생선수들과 심도있는 시간을 가져 보았나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혁신위원회와 교육부가 엘리트선수들의 대회 및 훈련 참가를 위한 ‘출석인정 결석 허용일수’를 내년부터 대폭 축소할 예정인 가운데,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에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대한탁구협회 회장도 맡고 있는 유 위원은 “스포츠대회 참여도 중요한 교육의 일부이다. 공정한 룰 속에서 존중과 우정, 그리고 탁월함을 배우게 된다”면서 “정부의 체육정책에 대해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까지 요구하고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대한체육회 공문
대한체육회가 지난 19일 가맹 경기단체들에 보낸 공문

대한체육회의 청소년체육부는 지난 19일 산하 각 경기단체에 긴급 공문을 보냈다. ‘학생선수 대회·훈련참가 허용일수 축소관련 의견 회신 협조요청’이라는 제목이었다.

정부는 학생선수들의 대회 출전 등을 위한 출석인정 결석허용 일수를 현재 초등학교 10일, 중학교 15일, 고등학교 30일에서 내년엔 각각 0일, 10일, 20일로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2023년부터는 초·중은 아예 폐지하고, 고교만 10일로 줄인다.

이에 대해 경기단체를 비롯해 학생선수와 부모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유승민 IOC 선수위원은 “방학에만 대회를 하라고요? 그럼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학생선수들은 우리나라 방학에 맞춰 열리는 국제대회에만 참가해야 하나요? 아니면 방학에 맞춰 개최해주길 원해야 하나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런 일방적인 교육정책에 분노가 치민다. 대한민국 교육부가 일부 편향적이고 정치적인 목소리에 휘둘려서 출구없는 정책으로 학생선수들의 꿈을 더욱더 혼탁해지게 만든다”며 “분명히 체육계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해보인다”고 촉구했다.

실제 중학교를 졸업한 뒤 운동에 전념하기 위해 고교진학을 포기하고 직접 실업팀으로 가는 케이스도 최근 몇년 사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탁구신동 신유빈(17)은 지난해초 중학교 졸업 뒤 대한항공 여자탁구단에 입단했다. 테니스 유망주인 박소현(19·성남시청)과 구연우(18)도 중학교 졸업 뒤 고교에 가지 않고 학교 출석일수에 제한을 받지 않고 국제대회 출전에 전념하고 있다.

한 경기단체 사무처장은 “운동선수들이 주말에만 대회에 참가를 하라고 하는 것은, 일반학생에게 정해진 시간에만 공부를 하라고 하는 것과 같다. 운동선수의 학습권 보장은 책상에서만 공부가 아닌 신체활동을 통한 경기력 향상 또한 공부임을 명확히 교육부와 문체부 그리고 스포츠혁신위원회는 인식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경기단체는 “국, 영, 수 등 교과만을 교육이라고 제약하고, 신체를 통한 교육은 교육으로 인정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교육방침이며, 이에 따른 학생선수들의 신체 교육에 대한 기본권 박탈의 처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체육회에 낼 예정이다.

테니스 선수 부모인 A씨는 “공부하는 운동선수에 초점을 맞춰 운동선수들의 인권은 무시되고 있다. 엘리트체육 전체에 대한 무지한 정책이다. 체육인 전체가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분노를 표시했다.

더불어 “체육인 출신 국회의원이 두명(이용, 임오경)이나 있는데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비판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나오고 있다. 체육계 한 인사는 “스포츠혁신위원회 위원 중 체육인이 몇 명이나 계시는지…”라며 정부의 체육정책은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했다. kkm100@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