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 박건하
울산 현대 김태환(왼쪽), 박건하 수원삼성 감독.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김태환이 와서 아니라고 하더라. 그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졌다.”

지난 2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울산 현대의 K리그1 37라운드. 후반 7분께 수원 벤치 쪽에서 이례적인 충돌이 발생했다. 박건하 수원 감독과 울산의 국가대표 풀백 김태환이 잠시 언쟁을 벌인 것이다. 선수가 경기 중 상대 수장과 대립하는 건 이례적이다. 특히 선후배 간의 엄격한 질서가 존재하는 국내 스포츠에서는 더욱더 보기 어렵다.

앞서 김태환이 터치라인 부근에서 수원 ‘영건’ 정상빈을 손으로 밀어 넘어뜨리는 장면에서 비롯됐다. 정상빈은 물론 박 감독 등 수원 코치진은 김태환이 다소 감정을 실어 넘어뜨린 만큼 박병진 주심에게 옐로카드를 꺼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환은 앞서 전반 24분 한 차례 경고를 받았다. 추가 경고를 받으면 레드카드로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하지만 김태환은 경고를 받을 정도로 정상빈에게 힘을 가한 게 아니라는 뉘앙스로 심판에게 얘기했다. 박 주심은 그대로 경기를 진행할 뜻을 보였다. 이때 박 감독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는데, 김태환이 다가갔다.

본지가 확인한 결과 김태환은 당시 박 감독에게 “쌤, 경고 아닌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박 감독은 마스크를 벗은 뒤 “XXX 없는…”이라며 강하게 질책했고 이는 중계방송 화면으로 잡혔다. 순간 울산 캡틴 이청용이 박 감독에게 달려가 사과하며 중재하려고 했다.

울산 관계자는 “김태환은 스스로 강하게 밀어낸 게 아니라고 여겨서 자기 생각을 (박 감독에게) 얘기하려고 했다더라. 의도와 다르게 전달이 된 것 같다고 속상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태환은 평소 경기 중 다혈질적인 성향으로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다만 팀 내 선참급이 되고 A대표팀을 오가면서 경기 자세가 많이 달라졌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혈질적 이미지’가 남아 있다. 울산 관계자도 “이번 논란이 김태환의 평소 이미지 때문에 더 부각된 건가 싶어서 마음이 좋지 않다”고 했다.

그럼에도 박 감독으로서는 김태환의 행동이 경솔하게 느껴질 법하다. 충돌 장면과 관련해 선수가 아닌 주심과 대화하고 있었는데, 불쑥 빌미를 제공한 상대 선수가 “아니다”고 항의성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축구인 선배로 후배에게 존중받지 못했다는 마음이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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