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언더독(Under dog)의 반란이다.”

여자핸드볼 H리그 경남을 일컫는 말이다. 만년 하위 팀이었다. 2007년 창단 후 가장 뛰어난 성적이 5위(2019~2020)였다. 지난 시즌엔 7위. 6,7,8위가 익숙한 자리다. 그런 팀이 현재 리그 2위(11승1무2패)를 수성하고 있다. 1위 SK(12승1무1패)와 승점 2 차이다. 여차하면 1위까지 넘볼 태세다.

이번시즌 돌입하면서부터 경남의 좋은 분위기는 감지됐다. 1승을 거둘 때마다 마치 우승한 팀처럼 서로 얼싸안으며 기뻐했다. 경남은 지난달 18일 서울을 상대로 역전승한 뒤 무패행진이다.

지고 있어도 주눅 들지 않는다. 지난 5일 삼척과 경기에선 전반부터 6점이나 뒤졌다. 지난 시즌이었다면 일찌감치 포기할 상황이다. 올해는 달랐다. 선수들이 끈질기게 밀고 나왔다. 전반 종료와 함께 동점을 만들었다. 6점을 따라잡은 게 신기했다. 핸드볼은 20~30점대 안팎에서 승부가 결정된다. 6점 차는 큰 차이다. 그걸 기어이 4점 차 역전승으로 마무리했다.

수비 조직력이 탄탄해졌다. 경남은 2패를 기록하자 수비가 헐거워졌다며 수비 보강 훈련에 돌입했다. 추울 때를 대비해 창원체육관도 일부러 춥게 한 뒤 구슬땀을 흘렸다. 오히려 히터가 센 인천남동체육관에 적응하지 못해 초반 몸이 덜 풀렸다고 할 정도다.

이런 노력은 결과로 나타났다. 수비할 때 삼척 패스 길목을 읽고 차단했다. 수비 리바운드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뒤를 든든하게 받친 세이브 2위 골키퍼 오사라 선방도 한몫했다.

끈질긴 공격력도 돋보였다. 수비가 강한 삼척을 상대로 중앙돌파를 계속해서 시도했다. 전반엔 막혔지만 결국 후반 들어 돌파슛, 언더슛, 피봇과 윙플레이로 뚫어냈다. 체력으로 거세게 밀어붙였다. 세이브 1위인 박새영이 24세이브로 골대를 지켰지만 역부족이었다. 불도저 같은 파상공세에 승리를 헌납했다.

경남 이연경은 “주위에서 7위하던 팀이 2위를 하고 있으니 잠깐이겠지 하는 말도 있었지만 노력해서 여기까지 온 거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서럽기도 했을 것이다. 주변에서 놀리듯 하는 말이 가시가 됐을 것이다. 참고 견디며 여기까지 올라온 데 흘린 땀이 리그 2위라는 보상으로 주어졌다.

선수를 단합해 모은 수장 역할도 크다. 김현창 감독은 “선수들이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마음 속에 생긴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웃었다.

언더독이란 스포츠에서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일컫는다. 경남은 그동안 싸움에서 밀린 언더독 신세였다. 그런 경남의 유쾌한 반란에 팬심이 모인다. 이제 강원 삼척에서 시작되는 3라운드에서 경남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자못 궁금해진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