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FC서울판 ‘기동타격대’가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서울 김기동호가 출범 이후 3경기 만에 첫 승리를 따냈다. 센터라인 개혁과 함께 김기동 감독이 지향하는 축구 색채가 살아나 기지개를 켰다.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끝난 제주 유나이티드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3라운드 홈경기에서 2-0 완승했다. 전반 일류첸코의 페널티킥 선제 결승골에 이어 ‘주장’ 기성용의 대포알 같은 오른발 중거리 포가 터져 웃었다. 서울은 개막 이후 1무1패로 주춤하다가 마수걸이 승리를 만들었다. 제주는 리그 첫 패배(1승1무)를 안았다.

승리보다 더욱 의미있던 건 김 감독이 바라는 공격진의 창의적인 플레이로 득점을 만들어낸 점이다. 서울은 지난 두 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다. 5만1670명의 구름 관중이 몰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2라운드(0-0 무)는 흥행만큼 경기력이 따라주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그럼에도 2만9536명 관중이 제주전을 찾았다.

마침내 화답했다. 서울은 일류첸코가 변함 없이 최전방을 지킨 가운데 한승규, 류재문, 술라카(이라크)가 새롭게 선발진에 가세했다. 한승규는 일류첸코 뒤를 받쳤고, 류재문은 기성용과 허리를 지켰다. 술라카는 김주성과 중앙 수비를 책임졌다.

센터라인 개혁은 주효했다. 서울은 지난 두 경기에서 횡패스만 461개로 리그 12개 팀 중 유일하게 400개 이상을 기록했다. 김 감독이 바라는 전방 볼 투입 수가 적었다. 이날은 단 163개였다. 이라크 대표 술라카가 첫 선발 출전임에도 클리어 9개, 블록 3개 등 안정적인 수비와 더불어 견고한 전진 패스를 뽐냈다. 3선의 류재문은 볼 획득 팀 내 최다인 14회를 기록, 마당쇠 노릇을 했다. 기성용이 편안하게 공격 지역으로 나가도록 도왔다. 한승규는 공격진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자연스럽게 측면도 살아났다. 왼쪽 풀백 이태석 뿐 아니라 역시 새롭게 선발진에 합류한 오른쪽 풀백 최준의 오버래핑이 날카로웠다. 기성용의 두 번째 득점은 최준의 예리한 측면 돌파 이후 크로스에서 비롯됐다.

서울은 6개의 슛 중 3개를 유효 슛으로 연결했다. 공격 효율성을 품으며 가능성을 증명했다. 화제의 이적생 제시 린가드는 후반 12분 류재문 대신 교체 투입돼 3연속경기 출전했다. 후반 막판 오른쪽 크로스 때 상대 자책골을 유도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김 감독은 첫 승리에도 경기 직후 린가드에게 쓴소리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몇 분 뛰지 않은 선수가 몸싸움도 안 하고 설렁설렁했다. 이름값으로 축구할 것 같으면 은퇴 선수를 데려다 놓는 게 낫다”고 태도를 지적했다. 린가드는 A매치 휴식기를 이용해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첫 승리를 거둔 김 감독은 이제 ‘린가드 길들이기’에 나서며 내부 단속을 꾀하고 있다.

물론 배려도 동시에 한다. 김 감독은 선수단에 사흘 휴식을 줬는데, 팔로세비치와 린가드에겐 특별히 이틀 더 부여했다. 한국 생활 적응에 여념이 없는 린가드로서는 숨을 고를 기회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