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현
일본 J리그 사간도스행이 유력해진 울산현대 수비수 정승현.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울산=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지난해 리우올림픽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정승현(23·울산현대)은 21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를 앞두고 자신의 이적 관련 보도가 나온 것에 매우 당혹스러워했다. 정승현은 제주전을 마친 뒤 스포츠서울과 단독 인터뷰에서 “최근 팀 분위기나 성적이 매우 좋은 상황에서 괜히 (내 이적 보도로) 어수선해지는 게 아닌가 걱정되더라”고 말했다.

수비진 강화에 나선 일본 J리그 사간도스가 정승현을 점찍고 울산 구단과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은 사실이다. 협상 마감 시한은 이번 주까지로 양 구단은 어느 정도 견해를 좁힌 상황이다. 다만 울산 구단은 유스팀인 현대고 출신이자 차세대 A대표팀 수비 자원으로도 거론되는 정승현의 가치를 의식해 이적료 부분에서 줄다리기하고 있다. 현재 10억원 내외에서 얘기가 오가고 있다. 김광국 울산 단장은 “선수 본인도 해외 무대에 도전 의지가 있는 만큼 배려해줄 생각”이라면서 사실상 정승현의 이적을 기정사실로 했다. 물론 올 시즌 울산 뒷문을 책임지는 데 크게 이바지한 정승현이나, 역시 올림픽을 경험한 최규백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승현은 제주전에서도 확실하게 존재 가치를 뽐냈다. 키 188㎝ 장신인 그는 힘과 높이를 앞세워 제주의 기니비사우 국가대표 공격수인 멘디를 완벽하게 봉쇄했다. 울산은 이날 오르샤의 결승골로 1-0 신승하며 리그 8경기 연속 무패(6승2무) 행진을 이어갔다. 그는 “이적 얘기가 나왔지만 어느 때보다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며 “지난 포항전에서도 이기긴 했으나 내 실수로 상대에 페널티킥을 내준 적이 있다. 그때 스스로 실망한 게 컸기에 더 다부진 마음으로 뛴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전 이후 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가 버스에 오르려는 울산 선수들을 보기 위해 여러 팬이 운집해 있었다. 여러 팬은 정승현을 보고서는 “가지마요~”를 외치곤 했다. 사간도스행과 관련해서 정승현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 그는 “아직 이적이 확실하게 결정된 건 아니다. 다만 프로 선수로 새롭게 도전할 기회가 온다면 주저하지 않고 맞서고 싶다”면서 “울산 팬들에겐 (시즌 중이어서) 죄송한 마음이 있다. 나도 유스 때부터 늘 1군을 꿈꾸며 지내왔다. 울산에 정이 들었다. 가게 된다면 울산에서 배운 게 헛되지 않았음을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울산엔 한상운 김창수 등 J리그를 경험한 선배들이 꽤 있다. 정승현은 사간도스로부터 제안을 받았을 때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냐는 기자 말에 “사실 일부러 더 얘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괜히 그런 말 하는 게 ‘좋은 팀 상황에 폐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웃었다.

무엇보다 정승현이 J리그행을 긍정적으로 여긴 건 한국과 스타일이 전혀 다른 공격수를 상대해볼 수 있다는 것에서다. 그는 지난해 올림픽 최종 예선 당시 일본과 맞붙었던 기억을 더듬더니 “분명히 한국 선수들과 스타일이 180도 다르더라. 피지컬과 힘에서는 우리에게 밀리지만 공격 지역에서 매우 지능적으로 움직인다. 전술적인 이해가 뒷받침돼야 그런 게 나오는데 수비수 입장에서는 꽤 느끼는 게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이 보고 생각하고 경험하다 보면 나도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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