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최영진 \'너무 떴어\'
2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18 프로야구 KBO리그 시범경기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삼성 최영진이 2회말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대구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포항=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전혀 예상치 못한 홈런포와 안타가 포항 하늘을 수놓았다. 사자군단의 ‘백업’ 최영진(30)이 임팩트 있는 활약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널리 알렸다.

최영진은 10일 포항 롯데전에 8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올시즌 4번째 선발 출전이다. 최영진은 0-1로 뒤진 2회말 첫 타석부터 타점 기회를 잡았다. 1사 1루때 타석에 들어선 최영진은 볼카운트 2볼의 유리한 상황에서 상대 선발 브룩스 레일리의 3구째 143㎞ 투심 패스트볼을 통타해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5m짜리 아치를 그려냈다. 올시즌 1호 홈런이자 개인 통산 2번째 홈런이었다. 예상치 못한 선수에게서 나온 짜릿한 역전 투런 홈런은 포항 구장을 가득 메운 삼성팬들을 열광케 했다. 자신의 타구가 홈런임을 확인한 최영진도 1루 베이스를 돌며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4회말 2번째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난 최영진은 5-3으로 역전에 성공한 6회말 2사 2루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레일리를 상대로 1타점 안타를 뽑아내며 달아나는 점수를 만들었다. 8회말에는 2루수 땅볼로 물러났지만 홀로 3타점을 올리며 삼성의 6-3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영랑초~설악중~속초상고~한일장신대를 거쳐 2011년 육성선수로 LG에 입단한 최영진은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2014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 지붕 라이벌 두산으로 이적했다. 하지만 선수층이 두터운 두산에서도 최영진의 자리는 없었다. 2014시즌 4경기 출전에 그쳤고 2015시즌에는 단 1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잊혀진 선수가 됐다. 결국 최영진은 2016년 구단에 방출을 요청했고 이후 입단 테스트를 통해 2017년 삼성에서 야구 인생을 새롭게 시작했다. 지난 시즌 삼성에서는 1군에서 1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00(20타수 4안타), 1홈런, 4타점을 기록했을 뿐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냈다.

올시즌을 앞두고 최영진은 스프링 캠프에서 코칭스태프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포지션상 최영진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최영진은 1루와 3루를 맡을 수 있는데 1루에는 다린 러프, 3루에는 이원석이 자리잡고 있었다. 코칭스태프도 기량이 좋은 최영진이 많은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상황에 안타까워했다. 개막 엔트리에 포함돼 2018시즌을 맞았지만 주로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고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한 채 4월 12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10일을 채우고 다시 1군의 부름을 받았지만 4경기만 출전한 채 5월 7일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최영진은 48일 후 지난달 24일 다시 1군으로 올라왔다. 삼성 김한수 감독이 기회를 준 백승민이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이지 못하자 최영진을 다시 불러올렸다. 마침 1루를 볼 수 있는 자원도 러프뿐이라 체력 안배를 위해 백업 선수가 필요했고 2군에서 3할대 타율을 기록 중인 최영진이 눈에 띄었다. 역할은 바뀌지 않았다. 주로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다. 이날 경기전까지 6경기에서 안타 2개를 때려냈다. 이후 김 감독은 1군 복귀 후 7경기 만에 최영진을 선발로 내보냈다.

최영진은 오랜만에 주어진 선발 출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3타점을 만들어내며 알짜배기 활약을 펼쳤다. 스타 플레이어들의 명성에 가려져 있던 최영진의 이름이 삼성팬에게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경기 후 최영진은 “요즘 띄엄띄엄 경기에 나가기때문에 코치님께서 조언해주신대로 훈련하고 개인적으로 경기전에 준비를 많이하고 있다. 그리고 좋았을 때의 타격감을 기억하며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포항의 깜짝 스타로 떠오른 최영진의 활약은 들어갈 자리가 없어 아쉬워했던 김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미소짓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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