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축하 꽃잎 세례받는 임희정 (1)
임희정이 25일 하이원CC에서 열린 KLPGA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꽃잎 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 | KLPGA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태백의 딸’ 임희정(19·한화큐셀)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투어에 시즌 네 번째 ‘루키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루키 춘추전국시대를 이끌 또 한 명의 대항마로 가세했다.

임희정은 25일 강원도 정선에 위치한 하이원컨트리클럽(파72·6496야드)에서 막을 내린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1개와 보기 4개로 3타를 잃었지만 4타 차 여유있는 우승을 따냈다. 첫 날 4타를 줄여 선두에 1타 차 뒤진 공동 5위로 출발한 임희정은 2, 3라운드에서 6타씩을 줄여 일찌감치 우승을 예약했다. 16언더파 200타로 2위와 8타 차로 앞선채 최종라운드에 임한 임희정은 9번과 10번홀(이상 파4)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는 등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벌어 놓은 타 수가 많았던데다 경쟁자들이 모두 주춤해 마지막 홀을 시작하기 전에 우승을 확정했다.

우승 트로피에 입맞추는 임희정 (2)
임희정이 25일 하이원CC에서 열린 KLPGA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제공 | KLPGA

시즌 17번째 대회 만에 꿈에 그리던 우승을 따낸 임희정은 “하반기 첫 두 대회에서 모두 예선탈락을 해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우승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거라 생각 못했는데, 놀랍고 기쁘다. 타수 차가 많아 부담은 없었지만 챔피언조라는 부담은 컸다. 공격적으로 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타수 차가 많아 공격적으로 임해도 됐을텐데 세컨드 샷 거리를 맞추지 못한 게 저조한 이유였다. 긴장감이 있어서 샷이 좋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실제로 임희정은 그린을 벗어나거나 10m 이상 롱퍼트를 남겨두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전반에는 그린 스피드가 빨랐고, 후반으로 갈수록 스피드가 느려졌다. 그린 스피드에 빨리 적응하지 못한 것도 좋은 경기를 못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기가 퍼터였는데 최근에 감이 별로 좋지 않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감을 찾은 것 같아 다행”이라며 웃었다.

임희정 우승 확정후 인사하고 있다
임희정이 25일 하이원CC에서 열린 KLPGA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확정하는 파 퍼트를 성공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 | KLPGA

우승에 한 발 다가섰다는 부담감은 수면 부족으로 이어졌다. 9시간 가량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편인데 “잘 잤다고 생각하고 일어나니 3시더라. 다시 자고 일어났는데 5시였다”는 말로 경기 전부터 긴장상태였다고 밝혔다. 이런 상태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고, 초반부터 샷이 흔들려 파 세이브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임희정은 “타수 차를 생각하지 않고 연습라운드 하듯 하고 싶었는데 경기가 안풀리니 신경이 쓰였다. 9번, 10번 홀에서 보기를 범했을 때에는 ‘연장에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됐다는 의미다. 그래서 12번 홀에서 버디를 잡았을 때 안도감에 환하게 웃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주목 받던 선수였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상비군과 국가대표를 지냈고, 2017년 8월 미국주니어골프협회가 주관한 박세리 주니어 챔피언십에서는 우승을 따냈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여자 대표팀 주장으로 참가해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11일 끝난 제주 삼다수 마스터즈에서 초청 선수 자격으로 우승을 따낸 유해란(18·SK네트웍스)이 대표팀 동료였다.

우승 인터뷰하는 임희정 (1)
임희정이 25일 하이원CC에서 열린 KLPGA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제공 | KLPGA

올 시즌 16개 대회에서 6차례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우승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17번째 대회만에 첫 승을 차지했다. 그는 “멘탈이 가장 큰 걸림돌인 것 같다. 긴장감이 클 때일수록 공격적으로 치고 최대한 보기를 안하는 경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희정은 “우승은 운도 따라줘야 하고, 당일 컨디션도 중요하다고 본다. 우승 기회가 몇 번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기회가 오면 잡고 싶었다. 긴장감을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희정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일본투어를 한 번 경험해봤는데 코스 환경이 좋아 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골프 선수라면 LPGA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신인왕 경쟁도 끝까지 도전하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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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정이 25일 하이원CC에서 열린 KLPGA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모친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 | KLPGA

혈액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모친을 생각할 때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임희정은 “항암치료도 나 때문에 늦게 받으셨다. 하반기 시작 전에 치료를 받아 많이 좋아지셨지만 혼자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한 엄마에게 좋은 선물을 한 것 같아 기쁘다. 앞으로도 더 좋은 성적 내서 기분좋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인성이 좋은 선수, 열심히 하는 선수로 인식되고 싶다.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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