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석혜란기자] 90년대부터 대한민국 스타 등용문으로 불리는 '슈퍼모델 선발대회'는 이소라를 비롯해 한고은, 한예슬, 공현주, 이성경 등 최고의 스타들을 배출했다. 최근에는 모델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모델테이너'(모델+엔터테이너)를 선발하고 있다. '2019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2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영예의 1위를 차지한 주인공이 있다. 바로 모델 장원진이다.


177cm의 큰 키, 가늘고 긴 팔과 다리, 온화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놀랍게도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저를 처음 보는 분들은 도도하거나 정돈된 우아한 분위기가 있다고 말해주시더라고요. 하지만 실제로 보면 반전이 있습니다. 대회 때 같이 어울렸던 친구들 사이에서 별명이 대장이었어요. 제가 생각보다 장난기도 있고 짓궂은 모습도 있거든요."


'2019 슈퍼모델' 대회가 끝난 지 한 달여. 그에게 특별한 변화가 있었느냐고 묻자 일상은 평소와 같지만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대회 때까지만 해도 하루하루 정신이 없었는데, 요즘 학교 다니고 일정 있으면 소화하다 보니까 생각이 정리됐어요. 어렸을 때부터 시작한 발레를 그만두고 모델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니 기대도 돼요"라고 근황을 전하는 그의 얼굴에서 행복한 미소를 볼 수 있었다.


발레리나에서 슈퍼모델로 인생 제2막을 시작한 모델 장원진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 '2019 슈퍼모델' 그 후


아직 1위를 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장원진. 학업에 매진하느라 대회 준비 기간도 많지 않았다. 워킹과 포즈까지 모델로서 경험이 부족했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지원했다. 결과는 생각지도 못하던 방향으로 갔고 그렇게 모델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지금도 제가 1등을 할 거로 생각지 못했어요. 키가 워낙 크다 보니 학창시절에 '모델 해보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많이 받았거든요.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어요. 하지만 학교에 다니고 과제하느라 시간을 바쁘게 보냈어요. 그러다 '이제 한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나가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장원진에게 '슈퍼모델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든든한 조력자이자 고마운 사람은 부모님이다. 6세 때부터 지금까지 해왔던 무용의 길을 포기하고 모델이 되겠다 했을 때 그의 선택을 존중해주고 오히려 한마음이 돼서 응원했다고.


"처음에는 부모님 몰래 지원했어요. 그동안 발레를 잘 해오고 있었고, 앞으로도 이 길을 계속 이어나갈 거로 생각하셨으니까요. 반대하지는 않으셨는데 오히려 걱정끼쳐드릴까봐 예선에 붙고 나서부터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네가 선택한 길이니 잘 해보라'며 응원해주셨어요."


경쟁자라고 생각했던 참가자는 없었을까. "제 생각에 대상을 받을 친구는 정범준이라는 친구였거든요. 머리 묶고, 몇 번이었는지 생각은 안나는데 그 친구가 받을 거로 생각했어요. 모델을 처음 해보는 거라서 워킹도 몰랐고, 포즈도 몰랐고,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는데 다 많이 도와줬어요. 자세하게 도와준 친구가 엘리라는 17번 친구요. 3등했던 그분이 도와줬어요." 모델을 꿈꾼다면 누구나 꼭 이루고 싶은 '슈퍼모델 1위'자리.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심적으로 부담은 없었느냐고 질문하자 의외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이번 대회가 경쟁하는 분위기가 아닌지 선천적인지는 모르겠는데 제가 평소에 긴장을 잘 안하거든요. 그래서인지 편안한 마음으로 참가했었어요. 긴장한 순간이 있었다면 사진을 찍을 때 뭘 해야 할지 까먹어서 당황했어요."


대회를 준비하며 중점을 뒀던 부분으로 워킹과 다이어트였다고 말한 그는 "당연히 모델에게 있어서 워킹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제일 많이 준비했고요. 그다음은 다이어트에요. 물론 무용할 때도 평소에 다이어트를 하지만 무용에서 원하는 몸과 모델에서 원하는 몸은 다르더라고요. 무용에서는 어느 정도 근육도 보여주고 동작을 취했을 때 에너지도 필요해요. 그런데 모델은 옷의 핏을 살리기 위해 좀 더 슬림해야 하더라고요. 제가 원한다고 잘 빠지지는 않았지만 잘 조절했죠."(웃음)


'슈퍼모델' 1위에게는 상금과 SBS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기회가 주어진다. 어떤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생각만 해도 너무 좋네요. 궁금했던 분야였기도 했고요. 우선 기회가 있으면 다 해보고 싶습니다. 패션 관련 프로에도 출연하고 싶고요. '런닝맨'같은 예능에도 출연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활동적이라서 적성에 잘 맞을 것 같아요. 체력적으로 하는 예능이 저에게 딱 맞을 것 같습니다." (웃음)


177cm의 큰 키를 자랑하는 장원진. 부모님의 영향이 크냐고 묻자 "두 분 다 키가 크신 편이세요. 아버지가 184cm이고요. 어머니는 168cm세요. 남동생도 있는데 그 친구도 키가 큰 편이에요."라고 답했다.


무용 전공자답게 몸매 관리 비결을 묻자 '발레'를 강조했다. "아무래도 제가 발레를 전공했기 때문에 발레를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몸에 군살도 없어지고 탄력이 생기거든요. 우아한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하체와 유산소 운동까지, 근육을 많이 써야 하는 운동이거든요. 그리고 집에서는 홈트로 관리하기도 해요."라고 밝혔다.


◇ 롤모델은 수현


얼마 전 영화 '어벤져스'를 보고 배우 수현의 매력에 푹 빠져 롤모델이 됐다고. 수현은 2005년 '한중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1위를 수상한 바 있어 장원진의 선배이기도 하다. "예쁜데 연기도 잘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인터뷰하는 걸 봤거든요. 영어도 잘하시던데요. 미모와 지성을 갖춘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였어요. 딱 연기자로서 롤모델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전체적으로 닮고 싶은 부분이 있어요."


◇ 앞으로 계획


내년 '서울패션위크'에 참석할 예정이라는 그는 어떤 쇼에 서보고 싶을까. "푸쉬버튼 쇼, 랭앤루라고 예쁘고 다양한 패턴의 원피스가 있는 쇼에요. 그리고 지춘희 디자이너의 미스지 쇼요. 장윤주 선배님이 미스지 무대에 선 모습을 봤는데 너무 멋있더라고요. 아름다운 의상은 말할 것도 없고요. 무대 위의 선배님도 너무 좋더라고요. 그리고 모든 여자라면 미스지 쇼에 서보고 싶지 않을까 싶어요"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 "색으로 표현한다면 노란색 같은 빨간색"


장원진은 자신을 어떤 색으로 정의 내리고 싶으냐고 묻자 노란색 같은 빨간색이라고 답했다. "두 가지 색이 여린 노란색과 강렬한 빨간색으로 서로 반대되는 이미지잖아요? 밝은 노란색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다가도 강렬한 빨간색도 어울리는. 다양한 반전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지막으로 슈퍼모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그는 "자기 앞에 주어진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 두세요. 그리고 그 기회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을 때 주저하지 말고 잡으세요. 후회 없을 거에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라고 강조했다.


긍정에너지로 똘똘 뭉친 그가 앞으로 모델테이너로서 어떤 성장을 이뤄낼지 기대된다.


글·사진 ㅣ 석혜란기자 shr1989@sportsseoul.com, SBS 미디어넷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