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
KIA 김기훈.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KIA가 이른바 ‘에이스 주간’을 맞았다. 상대 팀도 만만치 않지만, 에이스 양현종이 두 차례 마운드에 오르는 일정에 두 명의 외국인 투수들이 뒤를 받치는 구도라 순위 싸움에 한 번 더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

21일 현재 KIA는 3위 KT에 3.5경기 차 뒤진 6위다. 오는 24, 25일 KT와 원정 2연전이 준비 돼 있고, 곧바로 가을잔치 참가를 희망하는 롯데를 만난다. 양현종은 키움과 홈 경기에서 6연전 출발을 알린 뒤 27일 광주 롯데전에 한 번 더 등판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타선 응집력이 나쁘지 않아 마운드가 버텨주면 붙어볼 만 하다.

상위권 혼전 양상이라 여유가 없을 법 하지만, 그러나 최근 마운드 운용을 바라보면 KIA는 여유가 있어 보인다. 지난 20일 광주 한화전에서 김기훈을 선발로 내세운 뒤 장현식을 뒤에 붙였다. 둘 다 투구 밸런스 붕괴로 제구가 썩 좋지 않은데도 우선은 믿고 맡기는 전략을 취했다. 2-2 동점에서 마운드에 오른 이준영과 뒤를 이은 홍상삼 모두 제구와는 거리가 있는 투수들이다. 하위권과 치른 5경기에서 3승 2패로 선전해 이날 경기까지 잡으면 상위팀을 더 거세게 몰이붙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럼에도 KIA는 무리 대신 현실을 꾀했다.

[포토] KIA 장현식,
KIA 타이거즈 장현식이 8일 광주 LG전에서 1-2로 뒤진 5회 무사 1루 상황을 맞아 등판해 역투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우선 선발이 일찍 무너졌을 때 롱릴리프 역할을 할 투수가 마땅치 않은 상태다. 이민우가 결막염으로 빠진 터라, 2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김기훈에게 선발 기회를 또 부여한 이유다. 김기훈은 사실상 오프너 수준으로 최대 4이닝까지가 마지노선이다. 5, 6회를 막을 투수가 필요한데, 장현식은 새로 장착한 투구폼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상수는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필승조를 조기 가동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날 경기로 시즌이 종료된다면 모를까, 아직 35경기나 더 치러야 한다. 투수는 야수와 달리 과부하에 걸리면 장기 이탈해야 한다. 같은 값이면 요소요소에서 활약이 필요한 젊은 피에게 맞더라도 배울 기회를 주는 게 장기적 관점에서 도움이 된다. 설령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더라도 이들을 내년시즌 전력에 포함하려면 선수 스스로 난관을 뚫어내야만 한다.

고지는 눈에 보이지만,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의 경기운용법은 정중동을 유지하고 있다. 빌드업 과정일 수도, 승부수를 던질 때를 기다리는 것일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선수 스스로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자신의 특장점은 무엇인지 실패를 통해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여유있는(?) 경기 운영이 실효를 거두려면, 가을잔치의 달콤함보다 자신이 어떤 투수인지 자각하는 것이 KIA에 더 필요해 보인다. 아직은 눈에 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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