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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에서 스프링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키움 장정석 감독. | 키움 히어로즈 제공

[애리조나=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우승팀 포수가 왔다. 분명 우리 팀에 좋은 영향을 가져다줄 것이다.”

키움 장정석 감독이 포수진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직 주전포수를 확정짓지는 않았으나 144경기 마라톤을 소화할 전력을 확보한 만큼 팀 전체가 보다 안정적으로 시즌을 치를 것으로 내다봤다. 장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통해 이지영과 주효상 중 주전포수를 확정짓고 차후 박동원의 합류 시점을 결정할 계획이다.

장 감독은 지난 1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베이스볼 콤플렉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스프링캠프를 돌아봤다. 그는 “부상자 없이 계획대로 잘 준비하고 있다. 이날 비가 와서 선수들에게 휴식을 줬다. 캠프 중반이라 선수들이 지칠 수도 있다고 봤는데 10명이 넘는 타자가 자율적으로 배팅 케이지에서 타격 훈련을 했더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 이날 키움 선수들은 휴식을 받았음에도 제리 샌즈, 김규민, 김혜성 등이 스프링캠프 훈련장에 나와 배트를 휘둘렀다. “훈련이 노동이 되서는 안 된다”는 키움 구단의 기조에 맞춰 스스로 필요한 만큼 훈련에 임했다.

뚜렷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집중도도 높다. 키움 선수단은 스프링캠프에 앞서 ‘우승’이라는 두 글자를 가슴 속에 새겼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신예선수들이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고 객관적인 팀 전력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트레이드를 통해 이지영을 영입하며 포수진에 붙어있던 물음표를 지웠다. 김재현의 군입대로 즉시전력감이 주효상 밖에 없었으나 삼성 왕조를 경험한 이지영을 데려왔고 박동원도 돌아왔다. 박동원은 대만에서 진행되고 있는 2군 캠프에 합류했다.

장 감독은 “사실 지난 시즌이 끝나자마자 샌즈에게 포수를 부탁했다. 아무리 고민을 해도 포수진에 대한 답이 쉽게 떠오르지 않더라. 샌즈가 프로 입단 전에 포수를 했다. 샌즈를 외국인투수 전담 포수로 기용할 생각이었다. 다행히 샌즈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면서 “하지만 샌즈는 타격에서 우리 팀에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 포수를 시키는 게 타격에서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지난 시즌을 마치자마자 포수를 두고 고민이 참 많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지난해 5월 박동원이 이탈한 시점에서 부지런히 트레이드도 추진했다. 이지영을 포함해 3명의 포수를 트레이드 영입 후보군으로 뒀는데 시즌 중이라 트레이드를 성립시키는 게 쉽지 않더라. 시즌 후 다시 카드를 맞춰보자고 했고 다행히 이지영을 얻을 수 있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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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하고 있는 키움 이지영 | 키움 히어로즈 제공

이지영은 삼성에서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진갑용에 이어 주전 포수 마스크를 쓰고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2017시즌 후 삼성이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를 영입하면서 이지영의 입지는 크게 줄었다. 2018시즌 90경기에 출장해 타율 0.343으로 활약했으나 강민호의 벽을 넘을 수는 없었다. 장 감독은 “우승팀 포수가 왔다. 우승 경험은 그냥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분명 우리 팀에 좋은 영향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이지형 효과를 기대했다.

물론 아직 주전 포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다음주부터 열리는 연습경기와 한국 귀국 후 치를 시범경기를 통해 첫 번째 포수를 결정한다. 장 감독은 “이지영과 주효상을 두루 지켜본 후 주전을 결정하겠다. 첫 번째 포수가 선발투수 5명 중 4명을 책임지고 두 번째 포수가 1명을 책임지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박동원의 경우 2군에서 올라오는 보고서를 보고 합류 시점을 결정할 생각이다. 지금은 여기에 있는 선수들에게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움은 이전부터 투수력보다는 타격을 앞세워 상위권에 올랐다. 그러나 다가오는 시즌 이지영과 주효상이 투수들과 절묘하게 호흡을 맞춘다면 전력에 균형을 이룰 수 있다. 퍼즐 조각은 충분하다. 최원태, 안우진, 이승호로 구성된 젊은 토종 선발투수 3인방이 상승세를 이어가면 구단 통산 최강 선발진이 완성된다. 이보근과 FA 계약에 성공했고 한현희가 불펜진에 합류해 뒷문도 두꺼워졌다. 장 감독의 근심을 지운 이지영이 키움에 창단 첫 우승을 선물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