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모두가 성공을 확신했다. 그래서 천문학적인 금액을 내밀었다. LA 다저스와 뉴욕 두 팀이 저돌적으로 달려들었다. 구단주가 직접 태평양을 건너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과 정반대다. 첫 5경기 평균자책점 4.50으로 고전하는 야마모토 요시노부(26) 얘기다.

무결점으로 보였다. 일본프로야구 최초로 2년 연속 투수 5관왕(다승, 평균자책점, 삼진, 승률, 완봉)을 달성했다. 최고 투수 상징인 사와무라상도 세 차례 수상했다. 그만큼 압도적이었다. 포심, 투심, 스플리터, 커터, 커브 다섯 구종 모두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였다. 신장 178㎝로 큰 체격은 아니지만 자신만의의 투구폼으로 시속 160㎞에 가까운 공을 던졌다.

그렇게 신기원을 이뤘다. 12년 3억2500만 달러(약4400억원)에 다저스와 계약했다. 메이저리그(ML) 마운드에 한 번도 오른 적이 없는데 역대 투수 최고 몸값을 경신했다. 뉴욕 양키스와 메츠도 같은 금액을 제안했으나 야마모토의 선택은 ‘슈퍼팀’ 다저스였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오타니 쇼헤이와 함께 일본 대표팀 우승을 이룬 그가 이제는 오타니와 다저스 우승을 이끌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시작이 좋지 않다. 지난달 21일 고척에서 열린 빅리그 데뷔전부터 그랬다. 이날 야마모토는 샌디에이고 타선과 마주해 1이닝 5실점했다. 이후 2연속경기 무실점으로 기대한 모습을 보여주는가 싶었는데 최근 2경기에서 다시 고전한다. 지난 13일 샌디에이고전에서 5이닝 3실점, 20일에는 메츠를 상대로 6이닝 4실점(3자책)에 그쳤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 충격이다. 평균 구속 95.3마일(시속 153.3㎞)의 포심 패스트볼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피안타율 0.355. 피장타율은 0.710에 달한다. 모두 야마모토의 초구 포심을 노린다. 샌디에이고 김하성도 지난 13일 야마모토의 초구 포심을 공략해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일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최고 무대에서 벌어지고 있다.

포심이 맞는 원인은 뚜렷하다. 포심 분당회전수(RPM)가 나오지 않는다. RPM 평균 2176으로 리그 평균 이하. 지난해 ML 포심 RPM 평균은 2230이었다. 타구 속도 95마일(152.8㎞) 이상 허용률 54.4%로 이 부문 2위. 구속은 나오는데 위협적이지 못한 포심이 꾸준히 장타로 이어진다.

포심이 흔들리니 변화구에 의존한다. 포심 비율 37.0%, 커브와 스플리터는 각각 28.6%, 27.3%다. 변화구 위주의 투구가 궁극적인 해답이 될 수는 없다. 볼카운트 선점에 애를 먹고 투구수가 늘어난다. 일본 시절처럼 평균 7이닝 소화는 불가능하다.

다저스는 야마모토가 일본에서 일주일에 한 번 등판한 것을 고려해 야마모토를 특별 대우한다. 4일 휴식 후 등판이 없으며 5일 휴식 후 등판도 한 번뿐이다. 과거 류현진, 다르빗슈 유, 다나카 마사히로 등 아시아 투수들은 빅리그에서도 4일 휴식 후 등판에 꾸준히 임했다. 그런데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물론 실패를 단언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계약 기간만 해도 12년이다. 현역 시절 136승을 거뒀고 현재 해설자로 활약하는 론 달링은 야마모토에 대해 “공인구 차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투수 입장에서 낯선 공을 잡고 던지는 것은 피아니스트가 조율 안 된 새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과 같다”며 “급선무는 떨어진 회전수를 찾는 일이다. 회전수를 향상하기 위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