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유다연 기자] “‘한국의 메릴 스트립’을 요구했어요. 비극과 희극을 바로 오가며 작업할 수 있는 배우는 전도연뿐이죠.” (사이먼 스톤)

‘칸의 여왕’ 전도연이 27년만에 연극무대에 오른다. 연극 ‘벚꽃동산’을 통해서다. 그가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건 지난 1997년 ‘리타 길들이기’ 이후 처음이다.

‘벚꽃동산’은 세계적인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이자 유작이다. 1860년대 지주 집안이 서서히 몰락하는 과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전도연은 2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사람들이 제가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고 하는데 아직 못해본 작품이 많다”며 “연극인 ‘벚꽃동산’은 제가 아직 해보지 못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정제된 연기를 보여드리곤 했다. 하지만 연극은 날 것 그대로를 고스란히 보여드려야 해 두려움이 컸다”고 덧붙였다.

전도연을 무대 위에 오르게 한 건 연출자 사이먼 스톤의 힘이 컸다. 사이먼 스톤은 연극 ‘메디아와 ‘입센 하우스’ 등, 고전을 재해석한 독보적인 작품을 선보여 왔다.

전도연은 “사이먼 스톤이라는 연출가에게 매력을 느꼈고, 작품에 매료돼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며 “이 작품을 통해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분명 실수를 할테지만 그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전도연이 맡은 송도영은 원작의 여주인공 류바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캐릭터로 10여 년 전 아들을 잃고 미국으로 떠났다 한국에 돌아와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수리남’ 등을 통해 글로벌 스타로 거듭난 연극배우 출신 박해수가 원작의 로파인을 한국화한 황두식을 연기한다. 황두식은 성공한 부동산 개발업자다. 공연은 단일 캐스팅으로 총 30회 펼쳐진다.

연출자 사이먼 스톤은 “‘벚꽃동산’은 안톤 체호프가 살던 격변의 19세기를 담았다. 이는 단기간에 사회·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한 역동적인 한국과 닮았다고 생각했다”며 “송도영(원작 류바)은 매력적이기 힘든 역할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관객에게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보여야 한다. 전도연은 모든 작품에서 그걸 해내기 때문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고 캐스팅 배경을 설명했다.

또다른 주연배우 박해수에 대해서는 “평소 좋아했던 배우”라며 “강인함과 연약함을 가진 그는 초조한 노동자였다 훗날 강인한 인물로 부상하는 황두식 역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K콘텐츠의 팬이기도 한 사이먼 스톤은 “17살이던 2002년 영화 ‘올드보이’를 통해 한국작품을 처음 접했다. 작품 속에서 산낙지를 먹는 장면을 보며 ‘제정신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이후 상업성과 예술성을 모두 지닌 한국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아무리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도 한국 배우의 손을 거치면 작품으로 재탄생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벚꽃동산’은 오는 6월 4일부터 7월 7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다. 전도연, 박해수 외 손상규,최희서, 이지혜,남윤호,유병훈,박유림, 이세준,이주원 등이 출연한다. willow6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