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그냥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다. 단순히 잘 보고 잘 치는 것을 넘어 상대 배터리와 침착하게 수 싸움에 임한다. 거포형 타자로서 삼진을 피할 수는 없지만 볼넷도 고를 줄 안다. LG 2년차 신예 김범석(20)이 거의 매일 놀라운 장면을 만든다.

김범석은 27일 잠실 KIA전에 6번 지명 타자로 출전해 결승 투런포 포함 3타수 1안타 2타점 1볼넷으로 활약했다. 1회말 첫 타석에서 상대 투수 황동하의 변화구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두 번째 타석에서 최고의 결과를 냈다. 4회말 1사 1루에서 왼쪽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작렬했다.

이 홈런으로 LG는 4-3으로 다시 리드했고 이후 2점을 더해 6-3으로 승리했다. 김범석은 지난 21일 SSG와 더블헤더 1차전 만루포 이후 6일 만에 시즌 두 번째 홈런을 기록했다. 홈런 두 개 모두 영양가 만점 결승타다. 7회말 마지막 타석에서는 유승철을 상대로 볼넷을 골랐다.

경기 후 김범석은 4회말 결승포 순간을 돌아봤다. 그는 “첫 타석을 생각했다. 첫 타석에서 유리한 카운트인데 안 좋은 공에 계속 배트가 나갔다. 상대도 이를 알고 두 번째 타석에서는 변화구가 올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김범석의 말대로 1회말 첫 타석은 볼카운트 1-0로 유리하게 시작했다. 3구까지도 2-1으로 유리했는데 이후 황동하의 슬라이더 2개에 헛스윙을 하면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4회말에는 당하지 않았다. 황동하의 슬라이더 유인구 2개를 참으며 볼카운트 2-0가 됐다. 그리고 3구 속구를 담장 밖으로 넘겼다. 김범석은 “변화구를 잘 참으면 분명히 좋은 공이 올 것으로 봤다. 변화구를 잘 참은 게 홈런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2볼 이후 속구가 온다는 확신이 있었고 이게 결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물론 조언도 있었다. 김범석은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모창민 코치님이 많이 도움을 주신다. 좋은 얘기를 해주시고 늘 이를 귀담아들으면서 결과도 잘 나온다”고 웃었다.

조언의 힘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결과다. 막상 타석에 서면 조금 전에 들은 얘기도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만큼 집중하고 긴장한 상태로 투수와 대결한다. 이른바 여유가 생겨야 조언도 돌아볼 수 있는데 김범석은 일찍이 이를 터득하고 활용한다.

27일 경기까지 타율 0.345, OPS 0.992. 출장수가 10경기에 불과하지만 특출난 성적임은 분명하다. 이제 시즌 첫 한 달이 지났기 때문에 남은 경기도 많다. 시즌 끝까지 꾸준히 달리면 근사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더불어 신인왕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범석은 신인왕과 관련해 “사실 시즌 시작할 때는 신인왕이 개인적인 목표이기는 했다. 그러나 지금은 팀에 도움이 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신인왕 목표는 가슴 한쪽에 담아두고 있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진짜 목표는 더 큰 곳에 있다. 당장 올해 신인왕을 타는 것보다 포수로 활약해 2026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게 궁극적으로 바라는 지점이다.

김범석은 “박경완 코치님께서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잡아주셨다.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해주셔서 야구를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됐다. 아직은 내가 포수로 경기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팀에서 주시는 역할을 최선을 다해서 하다보면 기회도 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재 주로 맡고 있는 지명타자 자리를 두고 “작년 2군에서 지명타자로 많이 나간 게 지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불펜에서 상대 투수에 맞춰 타이밍도 잡으면서 꾸준히 준비한다. 최대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게 준비한다. 그리고 타석에서는 복잡하지 않게 그냥 공 보고 공 치는 데에 집중한다”고 모범 답안을 제시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과정이 있고 그 과정이 결과로 나온다. LG 타선에 김범석이 단순한 미래가 아닌 현재 굵직한 전력으로 자리하고 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