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황혜정 기자] 지난 19일 잠실구장에서 4회말 6-6 동점 상황 1사 2,3루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

키움 투수 손현기가 공을 던졌고 키움 포수 박준형이 공을 포구하지 못했다. 그러나 스트라이크 존 안에 공이 들어왔기에 낫아웃 판정이 나왔다. 박준형은 타석에 있던 타자인 두산 김재환(36)을 태그하거나 1루로 송구해야 했으나 투수에게 공을 던졌다.

그러자 김재환이 잠시 두 사람의 눈치를 보더니 슬금슬금 1루쪽으로 향하다가 냅다 전력질주를 해 1루에 안착했다. 결과는 1사 만루.

이 헤프닝으로 인해 키움은 급격히 흔들렸고 후속타자인 두산 강승호에 좌전 적시 2타점 안타, 라모스에 중전 적시 2타점 안타, 박준영에 우전 적시 2타점 2루타를 내줬고, 상대 송구 실책까지 얻어 7점을 추가했다. 점수가 순식간에 13-6이 됐다.

사실상 경기의 승기를 잡은 이닝이 된 셈. 키움 포수의 안일한 플레이로 경기의 흐름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두산 입장에선 상대 실책을 놓치지 않은 베테랑 김재환의 판단으로 승기를 가져온 것이다.

다음날인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24 KBO리그 키움과 홈경기에 앞서 전날 경기를 돌아본 두산 이승엽 감독은 낫아웃 상황에서 김재환의 주루에 대해 “기본기를 잘 지킨 플레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그 공이 스트라이크가 되어서 본인도 당황했을텐데 상대 포수가 공을 땅에 떨어트린 걸 보고 1루로 뛰었다. 베테랑으로서 팀을 생각하는 자세다. 어제 타격전에서 타격도 중요했지만, 그런 플레이도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칭찬했다.

두산은 김재환의 이 같은 플레이에 힘입어 19-8로 완승을 거뒀다. 특히 헤프닝이 있었던 4회말엔 한 이닝 선발타자 전원 득점까지 성공하며 KBO리그 역대 17번째 대기록도 세웠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