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효원 기자]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기자회견이 이슈다.

얼마나 강력한지,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U-23 한국대표팀이 인도네시아에 패해 40년 만에 한국축구의 올림픽 출전이 불발됐는데도 큰 이슈가 되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축구협회와 황선홍 감독이 민희진 대표에게 꽃이라도 보내야 한다는 우스개가 나온다.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은 여러모로 충격이었다. 이름만 대면 아는 엔터 회사의 대표라는 사람이 꾀죄죄한 모습으로 등장해(물론 철저히 계산한 꾀죄죄함이겠지만) 2시간 가까이 마이크를 잡고 래퍼처럼 혼자 떠들었다. 의혹을 받는 부분에 대해 정확한 해명을 하면 되는 자리인데, 해명이라기보다는 뒷담화식 폭로와 욕설이 난무했다.

이 장면, 흔히 보던 장면이긴 하다. 직장 상사에게 빡친 부하 직원이 퇴근 후 술자리에서 만난 친구에게 신들리게 떠들며 소주를 들이켜던 그런 장면. 그러나 어제의 그 자리는 기자회견, 즉 공적인 자리가 아닌가. 공적인 자리에서 정제되지 않은 저렴한 말투를 동원해 논리보다 감성에 호소한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엔터사의 현주소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충격이다.

‘뉴진스의 엄마’를 주장하며 내 새끼들을 보호하겠다는 주장을 하는 민 대표가 지금 가장 뉴진스의 이미지를 나락으로 밀어 넣고 있다는 것은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여성으로서 일하느라 힘들었다고 주장하고 눈물 콧물을 쏟아내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민희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이 아저씨들이, 미안하지만 개저씨들이 나 하나를 죽이겠다고 온갖 카톡을 야비하게 캡처해가지고”, “저 솔직히 속 시원해요. 쫓겨나도 상관없어. 저는 명예가 너무 중요한 사람이에요. 이 XX 들이 내가 명예를 중요한 걸 알아. 그걸로 나를 흥정했잖아. 내가 술을 마셔 골프를 쳐”, “솔로몬 아기 아시죠. 엄마가 진짜 애기면 애를 안갈라. 나를 희생한다고”, “여자가 사회생활하는게 이렇게 더럽구나. 이런 사람들 비위 맞추며 일 못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하이브와 어도어의 현재 대립을 남녀의 대립으로 호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발언 후 바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일부 누리꾼들은 이 사건이 남녀의 문제라는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 자회사 어도어에 대표로 일하면서 5억 2600만원을 받아 박지원 하이브 대표의 당시 연봉 5억 900만원보다 더 높은 대우를 받았고, 4대 엔터사 임원 중 유일하게 5억원을 넘게 받는 유일한 여성으로 주목받았다. 또한 민희진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어도어 주식 가치가 4000억원으로 평가받는다.

기자회견에서 민희진 대표가 난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했지만, 연봉 5억 2600만원과 주식 4000억원은 평범한 직장인들에게는 ‘그사세’다. 연봉 5000만원을 받으려고 해도 온갖 모욕과 갑질과 부당함을 참아내야 한다.

“여자가 사회생활 하는 게 이렇게 더럽구나”라고 여성이기에 받는 부당함이라고 주장한 민희진 대표가 눈물까지 흘리는 모습은 “여성=약한 존재, 감정적 존재, 보호받아야 할 존재”라는 편견을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

하이브와의 결투에서 민희진 대표가 온전히 민희진 자신으로 싸우기를 바란다. ‘뉴진스 엄마’, ‘여자 여자’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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