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효원 기자] “청정 로컬 먹거리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어요.”
최근 연예인들의 부동산 투자처로 소문나 주목받은 서울 성동구 송정동에 이색적인 건물이 있어 눈길을 끈다. 빌라를 개조한 건물로 ‘1유로 프로젝트’가 실험 가동되고 있는 곳이다.
30년 경력의 요리 전문가 최주영(60) 셰프가 최근 ‘1유로 프로젝트’ 건물에 둥지를 틀고 겸사겸사키친을 오픈했다.
겸사겸사키친은 최주영 셰프가 제자들과 함께 로컬 식재료를 발굴, 상품화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일을 펼치는 곳이다. 최근 와디즈에 민어김치를 판매해 좋은 평가를 받았고, 제주귤로 만든 귤감초와 장흥 재료로 만든 맛간장 등 제품도 출시해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겸사겸사키친이 입점한 ‘1유로 프로젝트’ 건물은 유럽의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한국에 도입한 사례다. 방치된 집이나 건물을 정부가 개인에게 1유로(약 1450원)에 빌려줘 도시를 활성화시키는 프로젝트로 이를 인상깊게 본 해당 건물주가 입점 업체를 엄선해 1유로의 임대료를 받고 임대해준다. 최 셰프는 건강 식재료 알리기에 특화된 기획안으로 입점했다.
최 셰프는 “로컬 식재료를 발굴하고 개발해 맛과 품질의 차이를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싶었다”며 “전국으로 다니며 여러 군데 좋은 재료를 찾아냈다. 순차적으로 소비자에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앙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일찌감치 1990년대 잡지를 중심으로 요리연구가로 활동을 시작해 30년 경력을 자랑하는 최 셰프는 케이터링 회사 트러스트쉐프를 운영했고, 이후 메뉴개발 및 레스토랑 컨설턴트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몇년전부터는 볶음밥 등 마켓컬리 간편식 20여종을 개발해 판매해왔다. 최 셰프가 개발한 ‘차돌듬뿍 묵은지 볶음밥’은 마켓컬리에서 냉동볶음밥류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2018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린 평창에서 외국 기자단과 해외 관계자들이 묵는 호텔에서 총괄 셰프를 맡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전세계에서 온 사람들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밤새가며 메뉴를 짜고 요리하고 서빙해 호평받았다.
2019년에는 비건 간편식 브랜드 ‘랏츠오브그린’(LOTS OF GREEN)을 론칭하고, ‘콩으로, 라구소스’를 출시해 컬리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런 최 셰프가 앞으로 지향점을 ‘로컬 식재료’로 삼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평소 좋은 식재료로 가장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꾸준히 연구해온 최 셰프는 “로컬의 식재료가 좋은 게 많다. 특별한 레시피를 가미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훌륭한 맛을 낸다. 좋은 식재료를 먹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면서 “전국을 다니면서 좋은 식재료를 가지고 계신 생산자분들을 많이 알게 됐다. 된장, 간장만 해도 괴산에서 유기농 콩으로 만든 걸 써서 육개장, 갈비탕 만들면 맛이 다르다. 이 분들의 식재료를 소비자와 연결시켜주는 것이 저의 새로운 목표”라고 말했다.
로컬의 최고 식재료다 보니 단가가 비싼 게 흠이라면 흠. 그래도 믿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이 아니라면 만들지 않겠다는 각오로 일하고 있다.
최 셰프는 “비싸기 때문에 안 팔린다 하더라도 일단은 최고의 재료로 만들어보고 싶어서 준비하고 있다”면서 “하반기에는 경남 고성의 누룩 굴비를 판매할 예정이다. 1인 가구가 많으므로 한마리씩 포장해 편리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간편식품도 몸에 좋은 재료만 쓰자는 것이 철학이다. 흔히 키즈카페에서 냉동식품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판매한다는 점에 착안해 좋은 재료, 국산 재료만으로 만든 간편식을 개발 중이다.
제주 당근을 구매해 제주당근수프를 만들고, 강원도 감자를 사다가 감자수프를 만드는 식으로 아이디어를 확장하고 있다.
로컬과 도시의 가교라는 새로운 요리 인생을 펼치고 있는 최 셰프는 “지방에 가면 서울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지역과 도시를 연결하는 일이 재미있고 보람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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