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묵직하다!”
제네시스 SUV 라인업의 GV70을 몰자마자,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다. 시승 전엔 GV80을 축소한 모델이라 상대적으로 가벼울 거라 생각했다. 착오였다. 지면에 붙어 착~ 깔려가는 승차감이 남다르다. 운전할때 쓰는 여러 표현 중에 ‘묵직하다’가 딱이다. 하부를 무겁게 세팅하는 독일차 느낌이다. GV80과는 또 다르다.
이번에 시승한 GV70은 6기통 3.5가솔린터보 사륜구동 모델로 가장 높은 트림이다. GV80에 비해 전장은 30cm 정도 짧아, 도심에서 운전하기에는 더 낫다. GV80의 전장은 4,940mm이고 GV70의 전장은 4,715mm다.
GV70 3.5가솔린터보는 덩치에 비해 힘이 넘친다. 밟는 대로 쭉쭉 치고 나간다. 반응 속도도 빠르다. 최고출력 380hp과 최대토크 54kg.m가 만들어낸 퍼포먼스가 흥미롭다. 브레이크도 민감하게 작동하며 운전자에 안정감을 준다. 공인연비는 8.6km/ℓ다.
운전하자마자 느낀 묵직함은 고속도로에서도 이어진다.
사실 ‘묵직하다’는 감각은 한 두 가지 이유로 설명하기 힘들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3만개 이상의 부품으로 조립된 종합체다. 즉 많은 부품이 밸런스를 유지하며 만들어낸 결과물이라 특정 부분을 이유로 꼽기 어렵다. 운전 손맛과 승차감도 운전자의 직관적이며 종합적 판단의 결과다.
개인적으로 GV70의 매력은 운행 퍼포먼스와 고급스런 실내를 꼽을 수 있지만, 외부 디자인에 더 방점을 두고 싶다. 제네시스 고유의 두 줄 디자인의 쿼드램프와 크레스트 그릴을 계승했고 후면의 쿠페 스타일의 루프라인도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GV70은 전체적으로 곡선의 분위기를 강하게 풍기는데, 마치 한국무용의 춤선같다. 한국무용엔 직선이 없다.
발레와 현대무용, 스트리트 댄싱의 춤선은 직선적이다. 반면 한국무용의 춤선은 곡선미가 있고 이를 곱다고 표현한다.
곡선은 보기엔 쉬워도 표현하기가 매우 어렵다. 주욱 그으면 되는 직선에 비해 곡선과 원은 그리기가 더 어렵다. 게다가 물처럼 흘러가다가 파도가 치면 추임새가 들어가는게 곡선의 미학이다.
그런 측면에서 GV70은 형님격인 GV80이나 다른 SUV가 가지지 못한 곡선미를 품고 있다. 질리지 않는 우리네 춤선처럼 GV70의 라인을 높이 사는 이유다.
단점도 있다. 운전자엔 좋은 SUV이지만, 누군가를 2열에 모시거나 많은 짐을 실어야 할 경우, 활용공간이 아쉽다.
하지만 2열 가족석의 2단 리클라이닝과 통풍, 열선시트는 만족스럽다. 특히 2열 통풍기능은 곧 다가올 여름에 매우 유용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