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 기자]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 중 ‘좋좋소’란 드라마가 있다. 중소기업의 열악한 현실과 직원들의 애환을 해학적으로 그린 웹드라마다. 제목인 ‘좋좋소’는 ‘좋소 좋소 좋소기업’의 준말이다. 공교롭게도 중소기업을 낮춰 부르는 ‘X소’와 발음이 비슷하다.

촌장엔터테인먼트는 SBS ‘짝’을 연출한 스타PD출신 남규홍PD가 지난 2019년 설립한 회사다. 잡코리아에 공개된 기업 설명에 따르면 직원은 17명. 평균 연봉은 3847만원이다.

본지는 지난 8~9일, 이 회사 대표 남규홍PD가 최근 프리랜서 작가들의 재방송료를 가로채려는 정황을 보도했다. 작가들이 재방송료를 받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표준집필계약서에 남PD의 사인을 받으려 하자 “작가들이 한 게 뭐가 있냐”며 자신과 딸, 그리고 일부PD의 이름을 작가명단에 올린 것이다.

그는 여타 매체와 인터뷰에서 “재방료를 받겠다는 작가는 (일한지)반년도 안됐고, 메인작가도 아니고 3~4번째 작가다. 그런 작가가 재방료에 대해서 주장을 하면서 저작권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계약서를 가지고 왔다고 해서 옳거니 사인을 해야하나”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매체와 인터뷰에서는 “작가들이 하루 이틀 일하다가 프로그램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이 바닥이 다 그렇다. 그래서 보통은 작가들과 일을 시작하고 경과를 본 다음 근로 계약서를 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했다. 지난 5일 본지와 인터뷰에서도 “‘나는 솔로’는 메인PD들이 다 기획하고 구성한다. 이게 뭐가 잘못됐나”라며 작가의 역할을 축소하고 한정했다.

남PD의 인터뷰를 읽으면 읽을수록 이 회사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좋좋소’라는 확신이 드는 건 왜일까. 소속 작가의 퇴사율을 낮추기 위해 촌장엔터테인먼트는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자신의 권리를 찾겠다는 작가에게 “네가 한 게 뭐가 있냐”고 윽박지르고 표준집필계약서의 저작권 관련 문구를 수정한다는 명목 하에 2달이 넘도록 체결하지 않고 있고 작가가 아닌 자신의 딸의 이름을 작가로 올리는 행위를 대중은 ‘갑질’이라고 규정한다.

본지가 이번 사태를 보도한 뒤 여러 곳에서 제보가 쏟아졌다. 한 작가는 과거 촌장엔터테인먼트를 퇴사한 뒤 건강보험공단에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해촉 증명서를 발급받으려고 했지만 남PD로부터 “그만 둔 사람을 뭘 믿고 서류를 발급하냐”는 말을 들었다 한다. 이 작가는 이문제로 약 한달간 남PD와 실랑이를 벌였다고 전해왔다. 귀를 의심했다. 20세기가 아니라 21세기에, 지상파 시사교양국PD 출신 대표가 한 말이다. 이런 작가가 한두 명이 아니었다.

남PD는 본지에 “스튜디오 대본은 작가들이 쓰지만 구성, 기획 등 작가파트와 자막까지 쓰는 사람을 정확하게 표시하자 해서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지난해 11월에는 기획, 글자막, 구성으로 ‘정확하게’ 이름을 올렸다. 계속 정확하게 표기하고, 작가들의 권리를 인정했다면 이런 사달이 나지도 않았다. 하필이면 작가들이 표준집필계약서에 사인을 받으려 할 때 자신을 작가로 표기했는지 그것이 알고 싶을 따름이다.

새로 고용한 작가와 ‘집필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은 행태도 근절돼야 한다. 남PD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를 ‘교통 위반’에 비유하며 ‘벌금만 내면 그만일 뿐’이라고 표현했다. 역시 21세기에 스타PD가 한 말이다. 예술인복지법에 따르면 서면계약을 체결하지 않을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안타깝게도 남PD는 여전히 무엇을 잘못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모양새다. 촌장 엔터테인먼트가 10일 유튜브 커뮤니티 채널을 통해 올린 글을 읽어보니 “PD 세명이 실질적인 작가 역할을 하고 있다. PD들이 작가들의 재방료를 탐했다고 하기 전에 작가들도 재방료를 PD와 공유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적었다. 여전히 PD들의 역할과 영향력만 강조하는 모양새다.

‘나는 솔로’ 기획 및 연출자가 남규홍PD인 걸 모르는 이는 방송가에서 드물다. 문제의 핵심은 남규홍PD가 작가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건강보험공단 제출서류처럼.

본지 보도 이후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는 지난 9일 ‘“벌금 내면 그만, 작가들에게 사과할 필요 있나?” 갑질과 막말…천박한 노동 인식 드러낸 ‘나는 솔로’ 남규홍 PD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제라도 협회가 앞장서 다행이다. 시청률이라는 거대한 산에 가로막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SBS플러스와 ENA도 이제는 입장을 밝힐 때다. mulga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