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인간에겐 생소함에 대한 태생적 거부감이 있다. 피부색, 언어, 화법, 문화가 다른 존재를 배타적으로 여기는 인간이 적지 않다. 역사적으로 겉모습의 차이는 차별로 발현됐다.

8일 개봉하는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이하 ‘혹성탈출4’)는 진화한 유인원과 퇴화한 인간이 과연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서로 다른 외형과 문화를 가진 두 종족이 차별 대신 신뢰로 자연을 공유하며 살 수 있는지 조명했다.

‘혹성탈출4’ 연출을 맡은 웨스 볼 감독은 7일 오후 진행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혹성탈출4’는 4편이 아닌 이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시대를 열려고 했다. 작품의 톤과 모험, 인물 등 새로운 것을 선사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영화는 인간과 공존하며 살고자 했던 유인원의 리더 시저의 장례식에서 출발한다. 권력을 가진 리더임에도 약자들에게 포용을 베푼 시저를 온몸으로 기렸다. 하지만 수 세대가 지나 새로운 시대를 맞으면서 시저의 뜻과 철학은 변질됐다.

“유인원은 뭉치면 강하다”는 시저의 뜻은 유인원만을 위한 집단 이기주의로 변모했다. 리더 프록시무스(케빈 두런드 분)는 인간은 물론 동족마저 지배하려 들었다.

웨스 볼 감독은 “관객들에게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진실이 얼마나 연약한지 보여주면서, 욕심과 권력, 충심 등 인간의 역사가 모두 녹아들어 간 작품을 만들려 했다”며 “이 모든 것이 이 시리즈가 그동안 사랑받은 이유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1년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으로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혹성탈출’은 10여 년 넘게 전 세계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 이후 7년 만에 다시 돌아온 ‘혹성탈출4’는 새로운 볼거리에 주력했다는 전언이다.

웨스 볼 감독은 “전작이 큰 성공을 거뒀다. 굳이 새로운 스타일로 바꾸고 싶지 않았다. 장점을 녹여내고 싶었다”며 “다만 이번 작품에선 모험과 새로운 시작에 방점을 찍었다. 비교적 가볍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 가운데 감동적인 이야기와 볼거리가 담겨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주인공 노아(우웬 티그 분)는 지성이 퇴화하지 않은 인간 노바(프레이아 앨런 분)와 폭력적인 유인원 리더 프록시무스, 시저의 뜻을 중히 여기는 장로 라카(피터 마콘 분) 등을 만나며 세계관을 흡수한다. 결국 독수리족의 새로운 지도자가 되는 가운데 청년 노아의 의미 있는 성장이 ‘혹성탈출4’에 담겼다.

웨스 볼 감독은 “‘지식이 권력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프록시무스는 인간을 공부한 지식으로 사리사욕을 채우고, 라카는 포용을 내세운 시저의 뜻을 순수하게 이해했다. 노아는 모험을 떠나면서 아버지 상이 되는 어른 캐릭터를 만나 여러 세계관을 받아들인다. 이후 본인만의 세계관을 구축한다. 청년이었던 노아가 미래를 개척하는 과정이 ‘혹성탈출4’의 핵심 줄거리”라고 설명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