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의 상징 사자 엠블럼. 푸조 3008 SUV의 엠블럼도 한눈에 들어온다. 사자가 뒷발로 일어선 당당한 형태다(푸조 앰블럼은 2021년부터 사자의 발톱을 숨기고 이빨을 드러낸 얼굴 클로즈업으로 변경했다).
개인적으로 푸조가 더 반가운 이유가 있다. 몇 년 전 유럽에서 3개월간 차를 빌려 여행한 적이 있다. 그때 리스한 차량이 푸조 308 SW(왜건형)였다.
가족이 함께한 여행이라 안전과 편의성, 그리고 비용까지 고려해 최종 선택한 차량이 바로 푸조였다.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내려 차를 인도받았는데, 코발트블루의 강렬한 색감은 아직도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우리 가족은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해 스페인,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모로코 각 나라의 주요 도시 60곳을 그 차와 함께 돌았다.
이동이 많다 보니 차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는데, 푸조는 불편함 없이 우리의 발이 되어 주었다.
오랜만에 다시 푸조 운전석에 앉으니, 여행하며 몰았던 감각이 되살아난다.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특유의 상쾌함이 발바닥을 타고 올라온다.
푸조 3008 SUV의 계기판은 클래식한 스타일이다. 안전과 편의장치는 발전했지만, 실내의 전체적 느낌은 그대로인듯 하다. 상대적으로 작은 육각 핸들도 여전하다.
브레이크는 매우 민감하다. 조금만 세게 밟으면 1.5톤 남짓한 차량이 콱하고 멈춘다. 동승자를 움찔하게 할 정도다.
푸조 3008 SUV의 전체적인 운전 감은 편안하다. 익숙한 차량을 모는 것처럼 부담이 적다. 차량의 외격이 크지 않고 실용적이라 도심 운전도 용이하다.
외부 디자인은 유럽의 실용적이며 유려하다. 전면부의 일체형 프레임리스 그릴은 품격 있는 SUV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사자의 송곳니를 형상화한 주간주행등(DRL)도 돋보인다. 바디의 균형감이 잘 잡혀 있다.
인테리어엔 프랑스 감성이 더 묻어난다. 스위치 하나만 봐도 독특하다. 터치 스크린 아래에 위치한 토글 스위치는 항공기 조종석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 직선이 아닌 비대칭형으로 예술적 감성미를 풍긴다. 와인색 시트도 평범하진 않다.
쓰다보면 익숙해지겠지만, 초반의 불편함도 있다. 패들 시프트, 운전보조기능, 헤드램프 컨트롤이 핸들의 왼쪽 아래에 한데 모여있어 작동이 편하진 않다. 시트를 당기는 것과 눕히는게 나뉘어 있는 것도 특이하다.
연비를 살펴보면,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 퓨어테크 가솔린 터보 엔진의 연비는 복합 12.2km/ℓ(도심11.1km/ℓ, 고속13.8km/ℓ)로 3등급이다.
최고출력은 131마력(5500rpm), 최대토크 23.5kg·m(1750rpm) 수준이다. 패밀리카로 가성비가 좋다.
막히는 도심에서 운전하다가 마사지 기능을 작동시켰다. 무중력 마사지 의자 정도는 아니지만 기분 환기와 졸림 방지에 도움이 된다.
장착한 운전보조 기능으로는 크루즈, 스톱앤고, 운전자 주의 알람, 차선유지 보조시스템, 사각지대 충돌 알람 등이 있다.
이중 크루즈 기능은 설정한 주행속도를 유지하며, 앞차간의 간격을 능동적으로 유지했다. 여기에 차선유지기능도 조향에 개입하니 차가 알아서 잘 간다.
이런 운전보조 기능에 차량을 온전히 맡길 순 없지만, 자율주행의 미래를 살짝 맛보기엔 충분하다. kenny@sportsseoul.com